YOLO

– 인생은 한번뿐

by 지안

“YOLO”는 퇴임 때까지도 무려 60%의 지지율을 기록한 오바마 대통령이 외쳐서 (“YOLO, Man~”) 더 유명해졌다. “인생은 한 번뿐이니 즐기자” 혹은 “한 번인 인생이니 의미 있게, 삶의 주인으로 살자” 정도의 의미로 유통되고 있다.


인생이 한 번뿐인 것도, 내가 내 삶의 주인인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 투데이 족(Today 족 –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오늘을 희생하지 않는다는 신조로 사는 일군의 사람들)이나 얼로너(Aloner – 자발적 고립을 뜻하는 말로 나의 본능과 욕구에 충실한 일군의 사람들) 같은 말들이 생겨나는 것을 보면 ‘나’와 ‘현재’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YOLO적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오늘 당장”에 집중하고 거대 브랜드보다는 “스몰 럭셔리”를 추구하고 “소유보다는 공유”하는 것을 택하며 “직접 체험”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하나를 만들면 다른 것을 버리는, 소위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한다고 한다.


좋다. 알겠다. 살아가는 형식에서 군더더기를 뺀 채 언어로 정리하면 참 간편해진다. 하지만 정리와 실제적 삶의 괴리는 딱 그 정도로 벌어진다.

마추피추.jpeg 저 아래 어디쯤 소원을 들어준다는 돌덩이가 산다

작년, 페루 와이나피추 입구에서 소원을 비는 돌덩이를 만났다. 지구 반대편에서 건너왔으니 기원치에 플러스알파를 해 줄 것 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소원을 들어준다는 것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 돌의 부드러움도 상상을 초월했다. 남들은 한번 쓱 만지고 지나가는 돌덩이 앞에서 한참 동안 부비부비를 하고 있자니 누군가 물었다.


“뭐야? 뭔가 은밀하고 쪽 팔린 것을 비는 것 같은데? 말해 봐, 소원이 뭐야?”


다른 일행들이 와이나피추를 향해 떠나고 난 후 혼자 남겨진 그에게 소곤댔다.


“내 소원은…… 말하자면, 무라카미 하루끼의 와이프가 되는 거야.”


그의 찢어진 눈이 조금 더 날카로워졌다.


“일본 사람? 소설가? 그 무라카미?”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터키, 미국, 그리스, 이탈리아 등등 세계 각지에서 글을 쓰는(지금은 일본에 정착 중인 것 같지만…) 그의 라이프스타일이 부러웠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그렇게 생계를 유지하는 소설가(“소설 쓰는 일은 몹시 고된 노동이다”라고 무라카미 씨는 말하고 있으니까) 보다 동행 중인 그의 와이프(몇몇 수필집에 그녀의 사진이 들어가 있다)의 삶이 부러웠던 거다(실제적으로 그들의 삶에 어떤 질곡이 있고 고난과 고민이 있는지는 모른다. 너무 진지하게 말하지 말자).


현재의 나는 여행을 가기 위해서든(페루 정도를 가기 위해서는 꽤 많은 돈이 필요했다) 먹고살기 위해서든 돈을 벌어야 한다. 유산을 물려받을 정도의 숟가락을 물고 태어나지 못한 이유로 당장 오늘 점심을 먹기 위해서라도 회사에 나가 꽤 오랜 시간을 삐그덕 거리는 의자에 앉아 몸을 비틀며 시계를 보기도, 눈치를 보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야 ‘오늘을 즐길’ 여유도 ‘한 번뿐인 인생을 누릴’ 자유도 없다.


그러다 보니 돈 잘 벌고, 여행 좋아하고, 혼자서도 잘 노는 그런 동반자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비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정말 질 낮고 부끄러워 어디에 하소연할 수도 없다.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원망조차 되지 않는다.

내 삶은 내가 선택하지 않았다. 그저 주어졌을뿐....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것이 유산의 형태로 오는지 노동의 형태로 오는지에 따라 삶의 방식이 결정된다. 사회복지 구조가 탄탄하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노동의 형태로 돈을 벌어야 하는 삶은 만만하지 않다. 어떤 이유로든 노동의 기회가 박탈되는 순간, 망해버릴 수 있는 폭탄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가능한 한 쓰는 것을 줄이고(가족을 늘이는 것은 엄두도 나지 않는다) 현재에 바둥거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다른 곳에도 스트레스가 있다. “상위 1%가 배당소득의 72%를 받아간다”같은 뉴스를 보면 상대적 박탈감 같은 것도 생긴다. 우리나라가 산재 사망자, 비정규직 비율, 노인 빈곤율, 자살률 등에 압도적 1위라는 소식을 들으면 도무지 어떤 것도 남 얘기 같지 않다. 만사 젖혀두고 몸 성할 때 돈부터 벌어야겠다, 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내가 진심으로 기뻤던 날은 어떤 순간이었는지를 떠올려 봐야 한다. 1년 치 적금을 털어서 산 명품가방을 손에 쥔 날이었는지, 유난히 수다가 잘 통한 동창들과의 저녁식사 시간이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오직 한 번인 인생을 의미 있게, 내가 주인인 삶을 즐기기 위해서는 어떤 것에 내가 ‘의미’를 두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내게 의미 있는 것’을 알게 될 때에만 다른 사람, 또 다른 인생과의 비교가 끝이 난다. 그때 비로소 내 안의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인생’이 생겨난다.


사무실에 명품을 사기 위해 적금을 드는 여직원이 있다.(대략 2년에 하나 정도 장만한다고 한다) 그렇게 산 가방을 들고 나오는 날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꾸미고 나온다. 그날만큼은 ‘럭셔리 데이’라며 다른 직원들이 커피도 타 주고 사무실 청소도 도와준다. 가끔 대접받고 싶은 날, 그녀가 꾸미는 이벤트다(한 달에 한 번쯤?). 최근 이벤트는 새로 취업할 직장의 면접에서 떨어진 다음날이었다(그녀는 계약직이라 곧 사직해야 할 처지다)


YOLO – You only live once. 좋다. 문제는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저 주어졌을 뿐이다. 주어진 인생 중 어떻게든 틈을 비틀어 ‘의미’와 ‘재미’를 찾는 정도가 내 몫이다. 하지만 그 외 다른 방법이 없으니, 오늘도 외쳐본다. YO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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