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 결핍이라는 폭력
밤 열 시, 골목 가로등이 노란 빛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편의점 불빛이 환하게 새어 나왔다.
문 앞에서 현주는 몇 번이고 들어갈까 말까 발끝으로 바닥을 긁었다.
안에는 학생들이 과자를 고르며 깔깔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무심한 척 자판기 커피 값을 확인하듯 주머니를 뒤적였지만,
마음속엔 전혀 다른 계산이 맴돌았다.
눈길은 계산대 뒤편, 작은 선반 위—얇은 포장지에 담긴 생리대 쪽을 스치다 곧 얼른 발을 돌렸다.
차갑게 밀려오는 공기가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
현주는 주머니 속 동전을 세어봤다.
손바닥에 펼쳐진 건 구겨진 천 원짜리 한 장과 동전 몇 개. 웃음이 났다.
컵라면 하나 겨우 사먹을 수 있었다.
아빠 얼굴이 떠올랐다.
"또? 용돈 다 어디다 쓰고…."
잔소리를 퍼붓다가도 결국 몇 장 내밀겠지. 그걸 모르는 게 아니다.
현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목까지 차오르는 그 기분이 싫었다.
돈을 받는 순간, 꼭 잘못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한참을 앉아있다, 작게 중얼거렸다.
"엄마가 있었으면…."
말끝은 금방 허공에 흩어졌다. 대답해줄 사람은 없었다.
현주는 현관 앞에 서서 발끝으로 바닥을 툭툭 찼다.
문 손잡이를 잡았다가 놓고, 다시 잡았다.
안은 고요했다.
깜깜한 집 안, 스위치를 올리면 하얀 형광등 불빛이 번질 것이다.
그 순간, 공기가 달라진다.
아무도 없는 공간의 냄새가, 시리게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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