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 그리고 소녀
현주의 세상이 첫사랑으로 물들어가던 그 시간,
준영의 방은 무거운 공기로 가득했다.
전혀 다른 세계였다.
책상 위에는 문제집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영어 단어집, 수학 문제집, 화학 문제 풀이집, 의학 입문서까지.
벽에는 언제 붙여졌는지도 모를 서울대 합격 현수막이 바래진 채 붙어 있었다.
준영은 의자에 앉아 펜을 굴리며 책장을 넘겼다.
머릿속에는 수식과 그래프가 가득했지만, 마음은 텅 비어 있었다.
준영 자신도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먹여주고 입혀주고 학원비를 대주는 대가라 생각했다.
"준영아, 집중해라. 한 시간은 더 해야 한다."
엄마의 목소리는 벽을 뚫고 스피커처럼 흘러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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