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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굴씨 Nov 18. 2022

[퇴사기록] 백수가 돼서야 비로소 알게 된 나

나 이런 사람이었구나?


그 어느 누구도 아닌 나 관찰하기


일을 그만두고 '회사-집' 루틴이 없어졌지만, 나는 여전히 7시에 일어나고 10시 잔다. 그전에는 하루가 일로 채워졌다면 이제는 오롯이 내가 움직이는대로, 생각한 대로 시간이 채워진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그냥 텅 빈 하루가 되는 것이다!


일어나고 자는 시간은 같지만, 이전과 달라진 나를 느낀다. 회사를 다닐 때는 날이 선채 지내는 날이 많았는데 지금은 많이 무뎌졌다. 그 외에도 내가 발견한 나를 정리해본다. 나와 더 가까워지는 시간




1. 생각보다 나는 규칙적인 사람이다.


백수가 되면 탱자탱자 놀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몸은 기가 막히게 새벽 6~7시만 되면 눈이 떠졌다. 몸이 직장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며칠 지나면 늦잠을 잘 줄 알았지만, 웬걸? 더 일찍 일어난다. 나란 사람...

처음에는 일어나서 휴대폰만 만지작 대다가 '내가 왜 이러고 있지?'싶어 아침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산책을 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불안한 마음이 가라앉고, 나에게 집중하게 되어 좋다.

산책 기록

산책 후에는 뉴스를 보거나 채용공고를 검색한다. 그러고 나서는 카페나 도서관에 가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낸다. 휴식기 1달을 채웠으니 1일1지원을 목표로 한다. 물론 쉽진 않다.


2. 커피인간이 아니었다.


회사 다닐 땐 하루에 커피 2잔은 기본이었다. 출근해서 한잔, 점심 먹고 한잔! 커피를 마셔야 뇌가 돌아갔던 나인데... 휴식 중엔 각성이 필요 없어서 일까?

이제 커피를 마시면 잠을 잘 수가 없다.

밤 내내 심장이 뛴다. 내 아메리카노 돌려줘...

스타벅스 신메뉴 티바나

아아를 먹지 못해 티와 다른 종류의 라떼를 즐기는 나!

낯설지만 조금씩 익숙해지는 중이다.


3. 식욕이 사라졌다.


예전에 같이 일하던 동료가 밥 먹는 게 너무 귀찮다고 한 적이 있다.


'먹는 거 너무 귀찮지 않아요?'

'밥 대신 먹는 알약이 나오면 좋겠어요.'

'오늘도 귀찮아서 빵 하나 먹었어요.'


어떻게 밥 먹는 게 귀찮단 말인가. 내가 일하는 이유는 오직 먹고살기 위함인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을 안 하는 지금은?

그렇다. 나도 먹는 게 귀찮다... 특히 혼자 사는 백수에게는 밥을 차리고 치우는 일이란 아주아주 성가신 일인 것이다. 사람에게 받는 스트레스와 일하며 받는 스트레스가 없어서 그런지 군것질도 안 당긴다. 자연스레 하루에 한 끼만 먹자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회사 다닐 때 그렇게 안 빠지던 살이 쭉쭉 빠진다. 이참에 운동도 힘들게 해서 몸을 만들어 봐야겠다.


4. 사람을 좋아한다.


이전 직장에서는 사람을 만나고 부딪히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사람을 그만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사람도 많았지만 상대해야 하는 사람 자체가 많다 보니 사람한테 치인다는 게 이런 걸까. 기도 빨리고 그냥 아무도 없는 곳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종일 혼자 있는 지금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나 사람과 부대끼고 소통하고 함께 하는 걸 좋아하는구나?

물론 대화가 잘되는 사람에 한해서다. 벽 같은 사람은 저리 가주세요..


5. 걷는 걸 몹시 좋아한다.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하고 동네에서 이동할 때 1시간 정도 거리는 그냥 걸어간다. 걷다 보면 생각정리도 되고 마음도 편해진다. 나만의 명상 방법인가. 날씨도 느끼고 주변 낙엽을 보면서 계절의 변화도 한껏 누려본다. 겸사겸사 교통비도 아껴진다.


중소규모의 직장을 다니며 내 주제에 무슨 대기업이야라고 스스로 낮춰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 지원한 대기업에 서류를 통과하고 면접도 봤다. 물론 합격한 것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나 자신을 제한하고 기회조차 없앨 필요는 없다는 걸 느끼는 중이다. 지원서를 내는 것은 내 마음이고 공짜니까요!


내가 못할 건 키즈 모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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