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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람 May 04. 2018

길이 끝나는 곳에 섬이 있다, 강화도(3)

멈춰버린 시간을 추억한다   강화 교동도 일주 44km 2018.5.1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 정현종 <섬>



한줄기 바람이 불어와 시를 남겨놓고 간다

애틋함만큼이나 외로움도 커진다.

사람 사는 일이 때때로 고단해지면

시를 타고 훨훨 바람이 되어보자.

바람길이 끝나는 곳에 있는 섬.

오늘은 교동도이다.





일시 : 2018년 5월 1일

코스 : 석모대교 외포리 방향 부근 ~ 강화나들길 16코스(비포장길) ~ 교동대교 ~ 교동도 대룡시장등  원점회기 44m

자전거 : 로드바이크

소요시간 : 총 5시간 40분 (점심식사및 휴식 2시간 포함)



3월부터 시작된 강화도 사랑은 벚꽃이 지고 철쭉이 피도록 이어진다. 만날수록 매력이 있는 섬 강화도, 오늘은 강화도의 섬 속의 섬, 교동도를 향한다.


https://brunch.co.kr/@zigle386/44


 https://brunch.co.kr/@zigle386/46


석모대교 외포리 쪽부터 라이딩을 시작했다. <바다정원펜션>쪽으로 들어간다.  강화나들길이라 이름 붙여진 둘레길이 펜션뒤로 연결되어 있다. 그중 16코스가 이 곳부터 교동도를 향하는 지름길이다. 뚝방위의 길이라 왼편에 바다를 마주하고 있고 오른편으로는 강화의 황금들녘을 아우르는 멋진 길이다. 다만 비포장길이라 조금 힘들지 않을까 싶었지만 돌도 그다지 많지 않고 잘 다져진 길이라 로드로도 충분했다. MTB경험이 있어서 뒷바퀴에 작은 자갈이 걸려 약간씩 슬립 나는 것들은 개의치 않았다. 로드로 달리는 임도길. 색다른 경험이다.


로드로 달리는 임도길


이 길을 가다 보면 계룡돈대, 망월돈대등 과거 강화도를 지키던 진지들이 있다. 외적의 침략을 항상 최전방에서 막아내던 역사가 고스란히 지금까지 전해진다. 임도길 끝에는 현재는 국토지킴이인 해병대 초소가 있다. 묵묵히 일하는 늠름한 해병 병사가 멀리서 오는 우리 자전거를 보고 별다른 검문 없이 차단기를 올려준다.



강화나들길이 끝나고 포장도로로 들어서면 교동대교가 보인다. 대교 입구에는 해병대의 검문이 있어서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이제 이 다리만 건너면 교동도 입성이다. 교동대교는 3.44km의 긴 교각이다. 중간에 케이블로 지탱하는 사장교의 형태이다. 차량 통행도 뜸해서 신나게 질주했다. 다만 다리 위 상판이 서로 맞물리는 부분에는 자전거 통과용 고무판이 설치되어 있으니 꼭 이리로 지나가야 한다. 몇 주 전 이 부분에서 펑크가 난 아픈 기억이 있다.


교동대교 입구 검문소를 지나서 3.4km의 긴 다리를 지난다
교동대교 질주


교동도를 들어와 교동향교와 교동읍성을 향한다.

교동향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향교로 고려 인종 5년(1127년)에 창립되었고 고려 충렬왕 12년(1289년)에 유학자 안향이 공자의 상을 가져오면서 이 곳 향교에 봉안했다. 지금은 강화도의 부속섬인 이 곳인데 최초의 향교가 있는 점이나 공자 상처럼 귀중한 것을 봉안한 장소였다는 것이 약간 의아했다. 그러나 현대에 사는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점, 바로 교동도는 예로부터 중국에서 배를 타고 들어오는 길목으로 교통의 요지였다는 점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같은 장소이나 흥하기도 하고 쇠하기도 하는 것이 세상사임을 여기서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교동향교는 1,000여 년 전의 배움에 대한 열정을 간직한 채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잘 보존되어 있는 건물들이 아담하고 고즈넉하다. 층층이 배치된 건물들이 언덕 위에서 아래를 조망할 수 있게 한다. 툇마루에 앉아 눈을 살포시 감으면 열심히 경전을 읽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러는 와중에도 스승님 몰래 월담을 하여 놀러 가는 유생들도 더러 있었을 법한 낮은 담장이 정겹다.


교동읍성은 읍성 정문 자리에 최근에 지어진 대문 하나가 덜렁 있었다. 조금은 실망스러웠지만 몇 천년이 지난 지금 이를 기억하고자 하는 정성으로 그 의미를 두고 싶다.


교동향교
향교건물과 교동읍성


교동 향교와 읍성을 뒤로하고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대룡시장을 향한다. 이 곳은 60~70년대의 추억을 재현해 놓았다. 마치 시간이 멈추어진 것 같다. 옛날 이발관, 약국, 다방, 신발가게 등 상점과 벽에 붙여 놓은 포스터들이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천천히 돌아보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시간. 다들 동심의 한 귀퉁이를 꺼내보게 된다. 시장거리에 맛집으로 소문난 순댓국집이 있어서 점심식사를 했다.


대룡시장의 추억의 가게들과 벽면에 붙은 포스터들



대룡시장을 둘러보고 교동도를 떠난다. 교동대교를 지나서는 올 때와 달리 강화나들길 옆의 농로를 통과했다. 바다는 보이지 않지만 황금들녘을 통과하는 길이므로 가을 추수 때는 이처럼 근사한 길이 있을까 할 정도로 색다른 경험일 듯하다. 오전에 이 길을 통과하는 로드 라이더 한 무리와 인사를 했다. 운치를 아는 이들이구나 생각했다.


강화도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올 때마다 새롭다. 어느 곳을 가도 업다운이 적당하고 수려한 풍경과 운치가 느껴진다. 게다가 이번엔 로드로 임도길을 가보는 즐거움까지 맛봤다. 찾아보고 추구할수록 속 깊은 곳까지 내어주는 대지의 넉넉함. 강화도의 숨은 매력이다.


새로운 도전, 마음을 열면 새로운 길이 내 앞에 있다.



혜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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