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째 단상 - 작가에 대하여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을 읽는 것은 여전히 여가 시간에 짬을 내서 즐기는 취미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많고 온종일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것은 서핑을 하고 게임을 하고 영화를 보고 채팅을 하는 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소설 만세> - 정용준 p.145
주변 사람들에게 작가가 되고 싶다고,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지만 무슨 글을 쓰고 있냐고 물으면 대답을 얼버무린다.
"그냥.. 뭐 소설이나 에세이 같은 거 쓰고 있어."
거짓말이다.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지 2년, 지금까지 완성 시킨 소설은 단 한 편밖에 없다. 그것도 대학교 소설 창작 과제로 쓴 글이었다. 그렇다고 에세이를 쓰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번뜩 떠오르는 생각을 놓치는게 두려워 노트나 노트북에 단상을 휘갈길 뿐. 지금처럼 말이다.
읽는 것도 마찬가지다. 책을 좋아한다고 자부하고, 남들에게도 그렇게 말하지만, 실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보이길 원하는 것뿐이다. 나는 작가가 될 거니까 책을 좋아해야 해. 요즘 시대에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멋있어 보이겠지. 불순한 자기최면. 꾸며낸 이미지로 소중한 꿈을 망치고 있다.
지금껏 내가 읽은 행위는 단순 여가 시간에 짬을 내어 즐기는 취미에 불과했고, 쓰는 행위 역시 목적 없는 감정의 배설에 불과했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읽었고, 누군가를 위함이 아닌 나를 위해 글을 썼다.
이런 식으로는 작가가 되지 못한다.
이런 식으로는 '내가 원하는' 작가가 되지 못한다.
작가란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자발적으로 책을 펼쳐야 하며, 누군가에게 읽힐만한 글을 써야 한다. 지금껏 내가 한 행위는 모두 나를 위한 취미생활에 불과하다. 작가라는 정체성을 갖고 싶다면 최소한 그 직업에 맞는 직업관을 갖고 살아야 한다.
오늘부터 하루에 한 편씩 짧은 글을 쓰기로 했다.
노트북 바탕화면에도 안 보이게 꽁꽁 숨겨 놓은 내 글들을 이제 세상 밖으로 꺼내기로 했다.
아직 정제되지 않은 감정의 몽우리들, 무슨 의미인지도 모를 난잡한 문장들을 하나둘씩 뜯어고쳐 이야기로 만들려한다.
내가 하는 행위를 노동으로 만들기 위해.
읽고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갖기 위해.
작가가 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