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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한 초콜릿 Oct 05. 2022

빈투바 초콜릿

bean to bar

초콜릿 이야기를 할 때 비교해서 설명하기 좋은 예시가 커피이다.

그래서 쉬운 설명을 위해 커피를 예로 들어 비교하자면, 커피 생두를 직접 로스팅하는 카페가 초콜릿의 빈투바 가게와 같다. 말 그대로 ‘Bean to bar’, 카카오콩(카카오빈)에서 초콜릿 바까지 직접 만드는 것이다. 빈투바 초콜릿이 아닌 매장은 이미 제조된 커버춰 초콜릿으로 초콜릿 봉봉, 바, 캔디류, 음료 등의 제품을 만들고 빈투바 초콜릿 샵에서는 직접 카카오 빈을 원하는 만큼 볶고 손질, 가공의 단계를 거쳐 초콜릿 바로 생산을 한다. 빈투바의 장점은 카카오 빈의 원산지에서 오는 특유의 아로마를 느낄 수 있고 원산지의 특징이 그대로 초콜릿에 잘 전달된다. 소규모로 카카오빈을 가공하여 생산하기 때문에 카카오 특유의 산미와 향도 더 잘 느껴진다. 또한 같은 원산지의 카카오빈이라도 제조자에 따라 카카오빈을 볶는 정도, 카카오의 함량과 설탕 함량 등을 다르게 할 수 있기 때문에 특색있는 초콜릿이 나올 수 있다.

직접 삶은 통팥으로 만든 팥소는 팥의 알갱이와 약간의 까끌함이 느껴진다. 팥의 향이 진하다. 맷돌로 직접 간 콩은 살짝 거칠지만 더욱 고소하고 깊은 맛이 난다. 빈투바 초콜릿은 혀에서 살짝 까끌함이 느껴진다. 그게 바로 빈투바 초콜릿의 매력이다. 완전히 사르르 녹아없어지듯이 부드럽지만은 않은, 그래서 더 특색있고 특별한, 초콜릿계의 니쉬Niche마켓이라고 할 수 있다. 미세하게 다른 식감과 향 때문에 빈투바 초콜릿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게 진짜 빈투바의 매력이라고 느낀다. 베어무는 한 입, 한 조각이 소중하고 그래서 더 입에 오래 머무르게하며 향을 느낀다. 대량 생산되는 커버춰에 비해 매우 소규모 작업이지만 초콜릿 바 하나하나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갔을지 생각하면 그 각각의 빈투바 초콜릿들이 다 매력적이고 개성있고 소중하다.


빈투바 초콜릿의 생성과정은 다섯 단계로 나뉜다.

1. 카카오빈의 발효 - 발효 과정에서 카카오 특유의 향이 발생하고 산미가 발전한다. 2~10일 정도 발효한다. 발효는 약 40~50'c에서 이루어지고, 주기적으로 잘 섞어주어 산소가 통하고 골고루 발효되도록 한다.

2. 카카오빈의 건조 - 발효를 마친 카카오빈은 수분함량이 매우 높아져있는데 건조를 함으로써 과발효를 막아준다. 건조는 1~3일 정도의 기간을 거치고 건조 과정을 통해 상태를 최적으로 유지한다. 햇볕에 펼쳐놓고 건조하며 주기적으로 섞어주어 골고루 건조되도록 한다. 습한 기후의 지역에서는 불에 직접 건조를 하기도 하며 그로인해 스모키함이 더해지기도 한다.

3. 로스팅 - 로스팅 전에 우선 이물질들을 거르고 상한 카카오빈들을 걸러내게 된다. 로스팅 과정을 통해 카카오빈의 향미가 증진되며 숨어있던 박테리아들을 제거하게 된다. 또한 카카오빈의 겉껍질이 얇게 벌어지며 느슨해진다.

4. 위노잉Winnowing - 위노잉은 로스팅 된 카카오빈을 분쇄하고 바람으로 겉껍질과 카카오빈의 속을 분리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필요없는 겉껍질을 분리시키고 또한 앞단계에서 걸러지지 않은 이물질도 거른다. 그렇게 '카카오닙스'라고 부르는 분쇄된 카카오빈을 얻는다.

5. 그라인딩grinding 또는 프레싱pressing - 카카오닙스를 멜랑줴melangeur라고 불리는 그라인딩 기계에 눌러 강하게 압착한다. 이 기계는 두 개의 실린더가 돌아가는 구조로 '콘칭' 작업에도 사용된다. 카카오닙스를 강하게 압착하면 거기서 '카카오버터'가 분리되어 나오고 나머지는 '카카오케이크'라고 건조한 덩어리로 남게 되는데 이 덩어리를 분쇄하면 '카카오파우더'가 된다.

6. 초콜릿 제작 - 멜랑줴 기계에 카카오버터, 카카오닙스, 설탕을 넣고 계속 갈아준다(약 48시간). 밀크초콜릿은 거기에 밀크파우더가 추가되며 이외에도 다양한 맛을 추가해서 다양한 초콜릿으로 만들 수 있다. 예를 들면 딸기파우더, 코코넛, 프랄린 등등 아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거친 입자들이 고와지고 매끄러운 액체형태의 초콜릿이 되면 체를 통해 걸러주고 템퍼링을 한 후 원하는 몰드에 몰딩해 초콜릿 바를 만든다.



아래는 근 몇 년간 내가 사먹은 빈투바 초콜릿들이다.


(왼) Marou chocolate  (오) 퍼블릭 초콜래토리


 

초코동이



카카오다다




Taza chocolate

얘는 Stone ground라서 입자가 굉장히 거칠었다. 거의 유일하게 내 취향이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맛자체는 시나몬향이 꽤나 향긋했던걸로 기억하는데 빈투바 특유의 살짝 거친 입자 느낌이 아니라 

너무 거친 느낌에 거의 raw sugar가 혀에 닿는 느낌이라 그렇게 좋지는 않았고 카카오 함량이 50%라서 그런지 많이 달았다.



Cacaosuyo






Chocolate Naive

얘는 진짜 먹고 깜짝 놀랬다. 오렌지와 감초향이 은은하게 나는데 그당시 나로선 처음 느끼는 맛과 향이었으며 굉장히 색다르고 특이했다. 이거 먹고 푹빠져서 그 다음에 도쿄 여행가는데 나이브 초콜릿 파는 곳 진짜 어렵게 어렵게 찾아다닌 기억이 난다. 굉장히 매력적인 초콜릿이었다.




Amma chocolate

브라질에 있는 아마 초콜릿



Shattell

페루에 있는 샤텔 초콜릿. 페루는 카카오빈 유전자 종류 10종 중 무려 6종의 산지이며 카카오빈 종류 중 최고급으로 여겨지는 Chuncho가 나는 곳이다. 또한 Shattell은 Chuncho종을 이용한 빈투바 초콜릿을 만든다.


Ratio chocolate

호주 멜번에 있는 빈투바 초콜릿. 호주 멜번에는 빈투바 초콜릿을 하는 곳들이 몇몇 있는데 그 중 내가 첫 번째로 들러본 곳이다. 사실 지내는 곳과 거리가 멀어 자주 가지는 않지만 초콜릿이 꽤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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