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밤 9시, 버스정류장에 남녀가 서 있다. 여자가 가방을 뒤적이다 지갑을 떨어트린다. 지갑에 들어있던 동전들이 바닥에 쏟아진다. 남자는 여자가 동전 줍는 것을 돕는다. 여자가 동전을 건네받으며 말한다.
“고마워요.”
남자는 머리를 쓸어 넘기는 여자를 보고 해맑게 웃는다. 여자가 말한다.
“손톱이 기시네요.”
“기타를 쳐서요, 그쪽도 손톱도 긴데요?”
“네.”
“이유를 맞춰볼게요.”
여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당신은 여성스러운 스타일이죠?”
“네?”
“아닌가… 당신은 상냥한 편이죠?”
여자는 대답 없이, 남자를 가만히 쳐다본다.
“당신은 강아지를 좋아하죠?”
“저는 긴 손톱을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손톱이 긴걸요.”
“자른 지 오래됐을 뿐이에요.”
“상관없어요. 당신은 여성스럽고, 상냥하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 같으니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요.”
“첫눈에 반했어요.”
“네?”
“당신을 사랑해요.”
“제가 타야 할 버스는 2분 뒤면 오네요.”
“이런 감정은 처음이에요.”
여자는 아무 말 없이 남자를 쳐다본다. 남자는 여자와 시선을 맞추다가, 곧 아래로 떨어트린다. 여자가 남자에게 묻는다.
“제가 왜 좋죠?”
“그냥요.”
“사랑에 빠진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이유가 있어야 하나요?”
“사랑에 빠진 이유가 있어야 사랑에 빠졌다고 할 수 있죠.”
“전, 정말로 ‘그냥’ 사랑에 빠진걸요.”
“정상인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
“당신이 내게 특별한 거 아닐까요?”
“사랑이 뭔데요?”
“글쎄, 사랑은… 말로 표현하기는 힘든데, 분명 존재해요.”
“당신이 날 사랑한다는 사실을 내가 어떻게 믿을 수 있죠?”
“당신을 사랑해요. 왜 못 믿죠?”
“저기 오는 버스가 제 버스예요.”
“저 버스가 당신이 탈 버스란 걸 제가 어떻게 믿죠?”
“버스는 눈에 보이잖아요. 그리고 전 저 버스에 탈 거예요.”
밤 9시 7분, 버스가 그들 앞에 멈춘다. 여자가 버스에 탄다. 버스는 출발하고, 남자는 그 자리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