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를 사랑한다

단편소설

by 진부기

잘생겼기에 나와는 인연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외모였기에 내가 먼저 선을 그었다. 그는 내가 본 이들 중 가장 환했고, 쓸데없는 착각은 내 인생 지난 27년간 충분했으니까.


그런 그와 내가 사귄다. 같이 어딜 가든 여자들은 꼭 한 번 그를 쳐다본다. 186이라는 큰 키와 넓은 어깨가 여자들의 시선을 끌게 만든다면, 그의 그윽한 눈빛은 여자들의 시선을 머물게 한다. 그 시선은 은근하게 옆에 있는 나에게로 옮겨오고, 입꼬리를 슬쩍 올리는 경우도 있다. 한 번은 나와 팔짱 끼고 있는 그에게 당당하게 다가와 번호를 묻는 XX년도 있었다. XX년…


그는 그런 예의 없는 XX년에게도 예의 있게 거절했지만… 아니 그럴 때는 욕이라도 날려줘야 내 속이 더 시원할 텐데, 사람 착한 걸 뭐라 할 순 없으니까. 어찌 됐건 그는 내 옆에 있고, 나의 남자다. 그는 넓은 어깨로 나를 감싸듯 팔을 두르고 걷기를 좋아한다. 내가 말을 걸면 그는 고개를 숙여 시선을 맞춘다. 그의 눈빛은 온전히 나의 것이고, 그는 나를 사랑한다.


그는 나를 왜 사랑할까? 살면서 단 한번 예쁘다는 말을 들어본 적도, 돈이 많은 것도 아닌 나를 왜… 사랑할까? 여러 번 물어도 그는 그냥이라는 말뿐이다.


27년 동안 누군가와 만나본 적 없다. 나의 시선을 빼앗아 갈 만큼 환한 외모가 아니면 떨리지 않는 마음 때문이었다. 사실 내 마음이 떨리지 않더라도, 누군가 날 좋아한다 고백했으면 사귀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런 일이 없었기에 지금 그를 만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이 나의 처음이어서 좋다고 했다. 그의 눈빛은, 그의 미소는, 그의 손길은, 그의 매질은, 사랑이다. 그는 나를 때리고 꼭 껴안는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한다. 그가 사랑한다고 하는 순간이 좋다. 그는 나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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