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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엠 저리킴 Jun 09. 2021

대박이 꽃피는 사무실

"전에 있던 회사가 대박나서 나갔어요"

결혼 후 얼마 안돼서 조그만 21평 주공아파트를 샀다. 2년마다 이사 다니는 게 너무 불편하기도 했고, 긁어 긁어모으니 약 7천만원의 종잣돈이 있어서 난생처음 5천만원이라는 거금을 대출받아 과감하게 집을 사버렸다. 당시 외벌이로서 1년 연봉이 넘는 돈을 대출을 받는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감이 있었지만 매번 이사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더 크게 다가왔기 때문에 당시로서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그렇게 10년이 지나고 두 아들놈이 점점 커가자 그 넓던(?) 21평 아파트가 점점 좁아지기 시작했다. 10년간 대출금 5천만원은 이미 다 상환한 상태였고, 주공아파트 집값도 2배 이상 올랐지만 34평 아파트로 이사를 하며 이번엔 2억원이라는 돈을 또 대출해야만 했다.


이사를 가고 싶었던 집의 매도인 부부와 부동산에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자신들도 2명의 아들이 있다고 했다. 그 당시 큰 아들이 대학에 입학했다고 했는데, 무려 서울대를 갔다고 한다. 그래서 이 집에 들어오면 우리 아들들도 그 기운을 받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꼭 그 말을 믿었던 건 아니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집도 맘에 들었고, 아들도 서울대를 갔다고 하니 단박에 계약을 맺었다. 후일담이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우리 큰 아들은 공부와 담쌓고 게임만 열심히 하는 그런 훌륭한(?) 아들이 되어가고 있다. 게임에 대한 열정만큼 서울대 학생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 대박 사무실 <시즌 1>


5년 전에 처음 사무실을 시작했을 때, 우리는 첫 시작이니만큼 참 많은 사무실을 돌아다녔다. 몇 가지 절대 조건과 원칙이 있었기 때문에 부동산 중개사는 우리를 꽤나 까다로워했다. 건물 외관이 깔끔해야 하고, 엘리베이터가 반드시 있어야 했다. 화장실은 내부에 있어야 하고, 가급적 남녀 분리되어있어야 했다.


그렇게 몇십 개의 사무실을 둘러보다가 만난 곳이 바로 웹툰 <미생> 팀의 작업실이었다. (https://brunch.co.kr/@zinzery/109)  가장 먼저 외관 합격(O), 엘리베이터 합격(O), 내부 화장실 합격(O), 칸은 분리 되었으나 입구가 같았서 아쉬웠던 화장실(△)을 제외하면 거의 완벽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웹툰 <미생> 팀이 전에 쓰다가 대박이 나서 확장 이전했다는 사실이 가장 결정적이었다.


그렇게 입주한 사무실이었지만 <미생> 팀의 대박 기운은 온데간데없고 1년 반 동안 정말 갖은 고생을 했다. 아.. 이미 <미생> 팀이 운을 다 쓰고 간 것일까? 하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회사는 어려움을 겪었다. (생각하니 또 눙물이..ㅠㅠ)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노래를 부르며 GG를 치려는 순간 엄청난 대박 기회가 찾아왔다. 우리는 정말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죽을 만큼 열심히 했고 결국 성공적인 마무리와 함께 매출도 엄청나게 늘었다. 5명이던 직원은 이내 12명으로 불어나서 불가피하게 사무실을 옮겨야만 했다.


1st 사무실 : 남자 셋이서 시작한 우리의 첫 보금자리
1st 사무실 : 남자 셋이서 시작한 우리의 첫 보금자리
* 1st 사무실 : 남자 셋이서 시작한 우리의 첫 보금자리
* 1st 사무실 : <미생 II>에 등장한 좁디좁은 우리의 첫 사무실
* 1st 사무실 : <미생> 팀에서도 건물 사진을 찍으며 같은 생각을 했구나.. "비쌀 만하네..."
* 1st 사무실 - 2번째 사무실로 떠나던 날.. 첫 번째 사무실이여 안녕!


# 대박 사무실 <시즌 2>


12명이서 정말 다닥다닥 붙어 일하는 것이 싫어, 이번엔 조금 넉넉한 곳으로 이사를 하기 위해 여러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역시나 건물 외관, 사무실 모양&크기, 내부 화장실, 엘리베이터 등의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곳이 많지 않았다. 이번에는 방음이 되는 회의실을 만들 수 있는 정도로 넉넉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조건이 하나 추가됐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사무실은 40평 규모로 회의실 2개를 만들고도,  휴게실과 탕비실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제법 있었고, 화장실도 남녀 2개로 구분까지 되어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사무실이었다. 역시 오래 고민하지 않고 과감하게 계약을 완료했다. 역시나 기존 입주자가 지하철 역 바로 앞 100평짜리 사무실로 이전을 한다는 부분이 가장 마음을 흔들었던 포인트였다.


두 번째 사무실도 전 회사가 대박집이었던 것이다. 느낌이 좋았다. 그 기운을 받아 2018년 여름부터 2019년 겨울까지 그 2년 동안 우리는 앞 회사의 대박 기운을 받아 승승장구했다. 12명이던 직원은 24명까지 늘어나서 휴게실과 탕비실을 모두 점령하고 회의실까지 침범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새로운 사무실로의 이전이 절실했다. 그렇게 우리의 두 번째 사무실과도 그렇게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던 것이다.


* 2nd 사무실 : 처음엔 공간이 너무도 휑했던 사무실


* 2nd 사무실 : 1년 반 만에 숨 쉴 곳도 없어진 사무실
* 2nd 사무실 : 1년 반 만에 숨 쉴 곳도 없어진 사무실


# 대박 사무실 <시즌 3>


당초 2개 층의 사무실을 구하려고 잠시 알아봤으나, 그렇게 되면 임대료가 만만치 않았다. 600만원 정도의 임대료를 낼 바엔 차라리 30~40억 정도 대출을 받아 사옥을 마련하는 편이 훨씬 유지비용이 적게 든다는 계산이 나와 곧바로 사옥 매입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역시나 한 20군데 넘는 곳을 돌아봤으나 꼭 한 두 가지의 결정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지쳐갈 때쯤 만난 한 허름한 건물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일단 네모 반듯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어느 정도 리모델링 생각은 하고 있었기 때문에 허름한 것은 흠이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역시 건물의 소유주가 더 큰 건물로 이전을 한다는 것이었다. 당초 2~3개 층을 사용하던 회사가 점점 사세가 확장되어 지하까지 다 쓰고서도 공간이 모자라 근처 사무실을 추가로 얻어 사용하다가 결국 강변 쪽으로 더 큰 사옥을 사서 이전한다고 했다. 세 번째 사무실도 역시 또 대박집이었고, 한번 더 그 기운을 믿어 보기로 했다.


건물 자체가 네모 반듯하고 튼튼하여 뼈대를 제외하고 모든 것을 허물고, 대수선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원래 엘리베이터가 없는 낡은 건물이었으나, 딱 엘리베이터가 들어갈 자리가 있었다. 4층과 5층은 우리가 사용하고 1층까페와 2층 3층 사무실은 각각 지인들이 입주했다. 지하는 당초 공연장으로 만들 예정이었으나 현재는 전문 게임스튜디오로 변신을 했다.


비록 2020년 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더믹으로 주춤하기는 했지만 그건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었기에 누구를 탓할 수도 없이 그저 버텨낸 것만 해도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악몽 같던 2020년이 지나고 우리는 2021년에 또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잡고 있다.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꾸준히 일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곳 사옥으로 이전을 하면서 여기가 우리의 마지막 터전 이리라 생각하고 왔지만, 또 사람의 일이란 알 수 없는 것. 앞선 세 번의 대박집의 기운을 받아 여기까지 온 만큼 또 우리도 누군가에게 대박의 기운을 나눠주는 회사가 되길 꿈꿔본다.


* 3rd 사무실 : 30년된 오래된 건물 (리모델링 전)


* 3rd 사무실 : 새 건물로 탈바꿈한 건물 (리모델링 후)
* 3rd 사무실 : 지하 1층 그늘 스튜디오 유튜브 촬영 현장 / 2020. 12
* 3rd 사무실 : 지하 1층 그늘 스튜디오 강연 모임 현장 / 2020. 12


* 3rd 사무실 : 지하 1층 그늘 스튜디오 <게임 전문 스튜디오> 현장 / 2021. 05
* 3rd 사무실 : 지하 1층 그늘 스튜디오 <게임 전문 스튜디오> 현장 / 2021. 05
* 3rd 사무실 : 5층 탕비실
* 3rd 사무실 : 5층 넉넉한 회의실
* 3rd 사무실 : 1층 까페 꽃든
* 3rd 사무실 : 1층 까페 꽃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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