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Pick me, Pick me up!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하고, 또 동시에 수많은 선택을 받는다. 작가는 독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고, 가게는 손님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고, 연예인은 팬들의 선택을 받는다. 그게 숙명이다. 산속에서 혼자 움막을 짓고 자급자족하며 사는 삶이 아닌 이상 우리는 필연적으로 선택을 받아야 하고, 그 선택을 받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노력한다.
한 골목에 여러 개의 카페가 있다고 해보자. 각 카페별로 컨셉도 다르고, 메뉴도 다르고, 가격도 다르고, 직원도 다르다. 그 골목을 지나는 수많은 소비자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그날의 기분에 따라 여러 카페 중 한 곳을 고를 것이다. 그 선택을 받기 위해 카페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고객들에게 어필한다.
어떤 카페는 핸드드립으로 커피의 퀄리티를 올리면서 높은 가격을 받는다. 또 어떤 카페는 디저트의 퀄리티를 올리고 중간 가격의 커피로 승부한다. 또 어떤 카페는 깔끔한 인테리어와 인스타 감성으로 손님을 유혹한다. 어떤 경우에는 아예 낮은 가격으로 주머니가 가벼운 손님들을 공략하기도 한다. 상권이 너무 좋아 대충 차려놔도 잘 되는 곳은 그만큼 월 임대료를 많이 부담하면 된다.
이렇게 모두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무기를 들고 전쟁터에 임한다. 고작 커피를 파는 일에도 이렇듯 전쟁에 나서는 장수의 심정으로 임해야 하는 법이다. 무기가 시원치 않으면 가격을 낮추고, 강력한 무기를 들고 있으면 협상력이 높아진다. 세상 모든 삶의 이치가 그러하듯 자기가 어떤 무기를 들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알았다면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싸움 혹은 협상에 임할 것인지 스탠스를 명확하게 취할 수 있어야 한다.
중소기업으로 살아남는 일은 참 고되다. 온통 선택을 받아야 하는 일만 가득하다. 간혹 슈퍼 '을'이 되면 선택을 하는 입장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 같은 평범한 중소기업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는 일이다. 안정적인 중소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3가지 주체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마케팅 대행을 하는 우리 회사의 경우에는 클라이언트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수많은 대행사들 중에서 왜 우리여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증명해야만 한다. 아예 기회가 오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한번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우리를 어필해야 한다.
현재 우리의 메인 클라이언트인 B사와의 첫 만남은 아주 작은 행사로부터 시작됐다. 우리 회사는 인원도 많지 않았고, 레퍼런스도 부족했고, 자금도 충분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기회를 준 것에 대해 확실하게 보답하기 위해 잠을 하루에 2시간씩 자면서 최선을 다했고 다행히 결과도 매우 좋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다음 프로젝트도 우리에게 기회가 주어졌고, 햇수로 4년째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선택받고 있다. 아예 다른 회사에게는 기회가 가지 않도록 모든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가리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 7월부로 직원이 20명이 넘었지만 모든 직원들이 B사의 일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다. 다른 새로운 클라이언트의 영업을 위해 노력하는 대신 그 에너지를 현재의 프로젝트에 충실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으로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여러 가지 큰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우리가 직접 할 수 없는 전문 분야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한 전문분야는 당연히 협력사 혹은 전문가 집단에게 외주를 맡겨야 한다. 모든 프로젝트가 중요하니만큼 협력사 풀도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을 해야 한다. 돈을 주고 일을 맡기면 누구나 일을 하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특히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많은 협력사의 경우 스케줄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워낙 이 업계에 돈 안 주고 배째라 하는 기획사도 많고, 특히나 코로나 이후에 대다수의 기획사가 일이 거의 끊겨 행사비로 받은 돈을 회사 운영비나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협력사 지급을 최 후순위로 미루는 양아치 같은 회사가 많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협력사들의 경우에도 일이 온다고 무조건 하는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선택을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 회사는 그나마 많은 협력사들의 선택을 받는 행복한 축에 속한다. 비용을 후하게 책정하는 편은 아니지만 최대한 빠르게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클라이언트로부터 선금을 받지 않아도 항상 선금을 50~70% 정도 선지급하는 것은 기본이고, 행사 후 1개월 이내 나머지 잔금을 반드시 지급한다. 또 처음 약속했던 비용을 행사 끝나고 나서 추가로 금액 네고를 하는 양치기 짓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또 자주는 아니지만 우리도 가끔 일이 많을 때, 직원으로는 소화가 안되어 외부 기획사 혹은 프리랜서에게 대대행을 맡기는 경우가 간혹 있다. 우리도 예전에 일이 없어서 다른 회사에서 대대행 업무를 받았을 때 서러웠던 부분을 정확히 기억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대대행 업무를 받아서 하시는 분들이 서럽거나 억울한 일이 없도록 최대한으로 배려한다. 비용도 어차피 우리가 못했다면 아예 못 버는 것이었으므로 많은 수익을 드리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우리가 또 손 내밀 때 흔쾌히 우리의 손을 잡아줄 것이 아니겠는가.
마지막으로 우리 회사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은 바로 직원이다. 아무리 영업을 잘해도, 정산을 잘해도, 경영을 잘해도 결국 믿을만한 직원들이 없다면 회사는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직원들이 우리 회사를 선택하고 함께 해 준다는 것은 대단한 축복이다. 아직 젊은 직원들의 경우 대기업이나, 공무원, 전문직 등 다수가 선호하는 직업군이 있다. 그런 수많은 선망의 회사들을 두고 우리 회사를 선택하게 만들기 위한 끊임없이 구애의 몸부림을 해야만 한다.
중소기업은 대부분 재원이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고 그 노력을 포기하면 안 된다. 주어진 조건과 재원 속에서 직원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는 다양한 고민들이 필요하다. 때로는 5만원으로 마음을 얻을 수도 있고, 때로는 100만원으로도 인심을 잃을 수도, 1000만원을 쓰고도 사람을 잃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냉철한 고민과 연구를 통해 타이밍과 심리 상태 등을 고려해서 적재적소 스킬이 필요한 것이다.
대부분의 중소기업 대표님들은 내가 직원을 선택한 것으로 착각을 하기도 한다. 내가 면접을 보고, 내가 결정을 해서, 내가 월급을 주니 그리 생각할 법도 하다. 하지만 그건 대단한 착각이고, 오만이다. 그들은 언제고 더 좋은 조건의 회사가 나타나면 떠날 수 있는 자유로운 영혼들이다. 내가 돈을 줬다고 그들의 영혼까지 살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회사가 다른 회사보다 어떤 부분이 더 좋은지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좋은 곳을 향해, 혹은 자신의 꿈을 향해 떠나가는 직원이 있다면 깔끔하게 승복하고 축복을 빌어줘야 한다. "여기 관두고 다른 회사 가면 내가 이 바닥에 발도 못 붙이게 할 거야! 그만둘 생각이면 단단히 각오해" 와 같은 개소리를 시전 하는 우매한 중소기업 대표님이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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