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의자 리폼 도전기
자고로 '리폼'이라 함은 완전 새로운 물건으로 변신한다는 의미일진대, 내가 이 허접한 작업에 감히 '리폼'이라는 말을 쓴 이유는 난생처음 도전해보는 일이었기에 고작 이 간단한 수선 작업에도 '리폼'이라는 거룩한 이름을 붙여 보았다. 태생적으로 손재주가 없는 편이라 뭘 고쳐 쓰는 일은 좀처럼 없는데, 이까짓 의자 껍데기 하나 바꾸는데 재료비며 출장비에 개당 4-5만 원이 든다는 말을 듣고는 차라리 버리고 새로 사고 말지 하는 심정으로 생애 첫 '리폼'에 도전을 해보았다.
6년 전 새 보금자리로 이사를 하면서 구입한 식탁 세트의 의자 4개 중 베이지색 인조 가죽의 의자 2개만 유난히 껍데기가 심하게 벗겨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점점 그 벗겨짐이 심해지면서 끊임없이 가죽 껍데기가 벗겨지며 바닥에 굴러다녔다. 우리 집 강아지 '다리'와 '도리'가 끊임없이 그 껍데기를 주워 먹기 시작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의자 리폼이라는 것을 생각해본 적도 없었기에 막연히 좀 어려워 보였는데, 막상 블로그를 찾아보니 생각보다 너무 쉬운 작업처럼 보였기에 주저 없이 도전해보기로 했다. 먼저 쿠팡에서 가죽과 타카를 구매했다. 로켓 배송으로 바로 다음 날에 물건을 받아볼 수 있었다. 대단한 일도 아니지만 아무래도 첫 도전이라 기대감과 설렘이 나를 감쌌다.
블로그의 친절한 설명에 따라 검정 부직포와 가죽을 먼저 깔끔하게 벗겨내었다. 기존 타카가 너무 촘촘히 박혀있어서 그것을 제거하는 데만 30분이 넘게 걸렸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는 그냥 벗겨내지 말고 위에다 덮어 씌우면 안 되냐고 툭 던졌다. '아, 나는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을까?' 그래서 두 번째 의자는 그냥 벗겨내는 과정을 생략하고 기존 가죽 위에 덮어쓰기를 했다. 두 번째는 작업 시간이 반의 반으로 줄었다. 뭔가 살짝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완성된 겨자색 의자는 기존 파란색 의자에 비해 확실히 탱탱함이 달랐다. 최대한 당겨서 타카를 박았으나 전문가의 손길에는 미치지 못하는 퀄리티였다. 하지만 내 손으로 직접 해보는 리폼의 재미는 생각보다 쏠쏠했다. 비록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을 투자하여 얻은 허접한 결과이지만 돈을 아꼈다는 기쁨보다도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았다는 성취감이 더 큰 듯하다.
막상 해보고 나니 지난여름에 내다 버린 소파가 그리워진다. '지금 알았던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라는 시집 제목이 문득 스쳐갔다. 소파야 미안해. 좋은 주인 만나서 새 옷 갈아입고 새 생명을 얻었길 바라. 이것으로 별 내용도 없는 생애 첫 의자 리폼 도전기는 끝이다. 대단한 걸 기대했다면 '쓰마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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