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심 작가 진절 Jan 22. 2022

A 대리님을 떠나보내며...

당신의 성공적 이직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얼마 전 2명의 핵심 직원이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한다는 내용의 글을 발행했었다. 위 글에서 이 두 사람의 이야기보다는 이 '두 사람에게 동시에 오퍼를 한 어떤 인물에 대한 이야기'와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 하는 중소기업의 숙명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썼었다. 오늘의 이야기는 떠나간 두 직원 중 한 명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녀가 회사를 마지막으로 출근하던 날, 많은 시간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축복을 진심으로 빌어줬지만 나는 그녀의 퇴사가 못내 아쉽기만 하다. MZ세대의 상징과도 같았던 그녀의 갑작스러운 퇴사는 나에게 많은 생각과 고민의 거리를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A 대리님께.

이제 며칠 후면 새로운 회사에 출근을 하시겠네요. 낯선 환경에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언제나 두려우면서도 설레는 일이겠지요. 대리님이 우리 회사에 처음 오던 4년 전의 그날이 눈에 선합니다. 어린 나이에 너무도 밝은 성격을 가진 대리님의 등장으로 회사는 모처럼 활기를 띄었어요. 누가 어떤 말을 해도 '리액션 갑'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항상 오버스러운 리액션으로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었죠. 때로는 그런 모습이 걱정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자신의 감정과는 관계없이 기계적으로 과한 리액션을 하다 보면 언젠가 지치는 순간이 올 텐데, 그럼 그때 사람들은 대리님을 걱정하기보다는 사람이 변했다며 수군대기 마련이니까요. 그래도 대리님은 마지막까지 그 컨셉을 잘 유지하신 거 같아요. 


회사를 시작한 이후로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 회사를 거쳐갔지만 이번 대리님의 퇴사가 저에게는 가장 뼈아픈 경험이었습니다. 그만두었던 다른 직원들이 들으면 매우 섭섭하겠지만 그래도 하는 수 없습니다. 사실이 그런 걸요. 하지만 그것이 대리님 개인에 대한 호불호 때문에 아쉽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대리님의 수많은 생각과 고민들을 직간접적으로 접하면서 요즘 MZ세대들에 대해 많이 이해하게 되었고, 그에 맞춰 회사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많은 고민들을 해오던 참이었거든요. 이제 그 고민의 답을 어느 정도 찾아가던 중 말을 꺼내보기도 전에 대리님의 퇴사 소식을 접하게 되어 적잖이 충격을 받게 된 것입니다. 


대리님이 회사에 들어오면서부터 시작된 회사의 폭발적 성장은 2년간 지속되며, 회사는 구멍가게에서 어엿한 중소기업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바쁜 날들을 보내면서 개개인들도 역시 엄청난 성장을 하게 되었구요. 그중에서도 대리님이 아마도 가장 눈에 띄는 성장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 국면을 거치면서 우리는 정체되었고, 개인들의 역량도 함께 정체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적당히 일하며 늘 하던 일 반복하면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대리님처럼 (좋은 의미로) 욕심 많은 사람의 경우는 오히려 멈추면 퇴보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코로나 국면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모른 척할 수 있었지만 그게 계속 마음에 걸리더라구요. 


회사의 누구보다 책임감도 강하고, 욕심도 많은 대리님을 보면서 빨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남들은 다 쓸데없는 고민이라고 손가락질했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이대로 안주하면 우리는 바로 끝을 알 수 없는 늪에 빠져버릴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현재의 조직 구조를 유지한다면 결국 현재의 실무진들은 3년이 지나도, 5년이 지나도 팀장의 자리에 조차 오를 수 없습니다. 능력이던, 직급이던, 그에 따른 연봉이던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괴로운 일이 될 수 있겠다 생각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안을 부지런히 마련해가던 참이었습니다. 


누군가는 한 사람 없어도 회사 잘 돌아간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차라리 잘 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가 아무리 훌륭한 대안을 찾았다한들 우리보다 훨씬 더 크고 이름 있는 회사의 오퍼라면 어떻게 해서도 대리님의 이직을 막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작은 회사니까 어쩔 수 없어', '너 없어도 회사는 잘 돌아가' 이런 류의 생각만으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 결국 회사는 조금씩 퇴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비겁한 자기변명에 불과합니다. 모든 바람을 완벽하게 막아낼 수는 없겠지만, 더 좋은 환경과 조건들을 만들면 작은 바람 정도는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니까요. 


대리님의 이직은 대리님 개인에게는 너무도 좋은 기회이고 축복입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축하드리고 응원합니다. 반면 저에게는 남은 자들과 함께 새로운 꿈을 그려가야 하는 어려운 숙제가 주어졌습니다. 대리님의 이직을 통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생각과 신념에 대한 확신이 들게 되었습니다. 대리님의 바람대로 항상 승승장구하는 회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남아 있는 직원들이 회사 안에서 더 큰 꿈을 꾸고 성장할 수 있도록 완전한 체질 개선을 2-3년 내로 시행할 예정입니다. 멀리서 나마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세요. 다음에 또 서로 멋진 모습으로 만나게 되길...


PS : 대리님이 구독하고 슬쩍슬쩍 구경 오신다고 하여, 한 번 글을 적어보았습니다. ㅎㅎ 진짜 오시는지 안 오시는지 한 번 지켜보겠습니다. 저는 진짜 괜찮습니다. 좋은 글감 하나 건졌잖소 ; )

A 대리님의 마지막 카톡 인사


■ A 대리님에 대한 지난 여름 발행글 ㅠㅠ


매거진의 이전글 [투.숏.톡 05] 어둠의 진사모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