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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Apr 11. 2024

'샛복'은 계속되어야 한다.

행운은 아무에게나 불쑥 나타나지 않는다



내 인생을 딱 한 단어 축약하라고 한다면 단언컨대 '샛복'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기억이 나지 않을 아주 어린 시절을 제외하면 끊임없는 좌절 > 극복 > 샛복 > 성장의 반복이다. 누구에게나 좌절의 순간이 있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좌절을 극복하는 단계에서 반드시 저 '샛복'이라는 녀석과 함께 폭풍성장을 하면서 내 인생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내 인생의 '샛복' 에피소드가 궁금하시다면 위 브런치북 click!)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냥 쭉 잘됐으면 좋았겠지만 한 번도 연속적인 성장과 성공은 주지 않고 반드시 좌절과 극복의 시간이 있은 후에 '샛복'과 함께 더 큰 성장이 따라온다는 단점이 있다.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올라서고 나서는 '이제 더 이상의 시련은 없겠지..'라고 생각했으니 그것은 정말 큰 오산이었다. 내 성장의 과정들은 다른 글들을 통해 확인하길 바라며, 최근에 겪은 새로운 '샛복' 에피소드를 소개해볼까 한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거침없는 하이킥'을 날리며 회사는 성장했고, 꿈에 그리던 사옥까지 마련하며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의 길로 접어드는가 했다. 그럼 그렇지, 세상이 나를 그렇게 놔둘 리가 없지 않은가. 사옥과 함께 시작한 2020년 코로나가 온 세계를 덮치며 락다운 상태에 들어가자 오프라인 이벤트, 이스포츠 대회를 주업으로 하고 있는 우리 같은 회사들은 그야말로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다. 실제로 그 시기에 셀 수없이 많은 회사들이 문을 닫고 강제 폐업을 당했다.


천만다행으로 우리 회사는 사옥에 투입한 비용 외에 1년 치 식량을 미리 준비해 두었기에 1년을 악으로 깡으로 버텨나갔고, 코로나 기간 동안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게임사들은 가장 먼저 선제적으로 글로벌 대회를 개최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 오프라인 페스티벌과 달리 온라인으로도 얼마든지 시청이 가능하기에 다들 망설이고 있을 때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 1년간 인고의 시간을 보낸 후 바로 글로벌 대회를 개최하게 되었고, 2021년 초와 2021년 말 그리고 2022년 여름, 2022년 겨울까지 총 4번의 글로벌대회와 다수의 국내 대회를 운영하며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그때까지도 일반 오프라인 프로모션, 페스티벌은 본격적으로 시작도 하기 전이었기에 업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우리만 흑자전환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2023년을 맞이했고 정부의 위드 코로나 정책과 함께 많은 기업과 공공기관, 기획사들은 그동안 참아왔던 욕구가 분출하기 시작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각종 이벤트와 프로모션, 공연, 축제 등이 열리며 다시금 이 업계에 봄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게임 업계는 급격하게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방구석에만 머물던 사람들이 거리로 나서면서 게임의 매출이 급격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당연지사 게임사들은 오프라인 대회에 쓰는 비용들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덕분에 창사이래 최고점을 찍은 2022년과는 전혀 딴판으로 우리 회사의 2023년 상반기 매출은 거의 "0"에 가까울 정도로 처참하게 망가지고 말았다. 진지하게 6월까지만 운영하고 회사를 정리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자금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 아주 우연한 기회로 글로벌 최대 게임 이벤트인 <롤드컵> 대회 운영 비딩에 참여하게 되었고 희박한 확률을 뚫고 메인 운영 대행사로 선정되며 기사회생하게 되었다. 물론 예전만큼의 엄청난 매출과 수익은 아닐지라도 최고의 게임 이벤트라는 레퍼런스와 함께 일정 금액의 운영비를 충당하게 되어 또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2023년 연말이 되자 고무되었던 회사는 또다시 반전의 상황이 되었다. <롤드컵>이 끝나자마자 회사의 한 개 팀이 전원 사표를 냈고, 남은 한 개 팀 마저 다른 회사로 단체로 이직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그렇게 2022년 최고 매출을 찍으며 전성기를 누리던 회사는 2023년 간신히 입에 풀칠만 할 수 있었고, 급기야 2024년 1월에 모든 직원들이 떠나가고 나 혼자 남게 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어떤 사람들은 나를 위로하기도 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손가락질하며 나를 뒤에서 험담하기도 했다. 그런들 저런들 나는 나의 일을 해야만 했다.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에 일희일비하며 시간을 허비할 수 없었다.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하나씩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우선 텅 비어 버린 사옥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 그래서 대출 이자를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가 가장 큰 관건이었다. 전체를 통임대 혹은 매매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운영 중인 1층 까페의 존재가 항상 걸림돌이 되었다. 당장 1층에서 임대료를 못 받는 한이 있더라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빌드업한 끝에 1층 카페 운영자님과 원만한 합의 끝에 명도를 하기로 협상을 완료했다.


그렇게 2월 말에 카페가 비워지고 나니 정말 거짓말처럼 물밀듯이 통임대 문의와 매매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홍대에 참으로 많은 통임대 매물이 있었지만, 사옥으로 쓰기엔 우리 회사의 건물만큼 좋은 조건을 갖춘 매물은 드물었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우리 직원들 오래오래 쓰기 편하도록 나름 많은 비용과 정성을 들여 리모델링한 건물이었기에 임대를 위해 만들어진 건물들과는 비교 불가였을 것이다.


그렇게 많은 회사들과 협상 끝에 4월 초 통임대 계약을 완료했고, 바로 5월부터 입주를 하기로 했다. 건물이 비워져 있는 시간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아주 훌륭한 계약이었다. 이번 계약으로 월임대료로 대출이자는 충분히 커버할 정도로 좋은 상황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더구나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는 트로트 관련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방송 프로그램 제작사가 입주하기로 하여 여러 가지로 건물의 가치도 올릴 수 있는 장점도 추가로 생긴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2024년의 대한민국은 장기간의 경기 침체, 물가 상승, 소비 지수 둔화 등 각종 경제 지표에서 지난 20년 사상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주식은 떨어지고, 환율은 끝을 모르고 오르고 있다. 시장에 돈이 돌지 않으니 당연히 오프라인 마케팅, 이벤트는 가장 먼저 비용 절감의 대상이 된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주변에 지인들과 통화할 일이 생기면 누구를 것도 없이 코로나보다 더 힘든 상황이라고 볼 멘 소리를 한다. 불황이란 걸 모르던 친한 형님조차도 사상 처음으로 1~3월 적자를 기록했다며 하소연을 했다. 시장에 돈 되는 일이 자취를 감춘 지 오래고, 그나마 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프로젝트에도 경쟁이 치열해져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연초에 직원들이 하나둘씩 떠나가던 때에 그런 나를 보며 위로하기도 했고, 손가락질하기도 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지금 같은 최악의 상황에 직원이 하나도 없는 내가 진정한 위너라는 것이다. 나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으나 결과적으로는 최선의 선택을 당하게(?) 된 셈이다. 불과 2달 전만 해도 나는 실패한 사람, 혹은 능력 없는 사람 취급을 받았었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끝장나는 행운아로 변신해 있었다. 남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열심히 노력한 끝에 1층 카페를 조용히 내보내고 통임대를 맞추며 내 할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2024년이 끝나고 2025년이 되면 또 나의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봤을 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좌절 > 극복 > 샛복 > 성장'의 사이클은 계속해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좌절을 극복하고 샛복을 맞이하는 과정까지 정말 끊임없는 노력과 냉정한 분석, 선제적 판단,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만 한다. 행운은 그냥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지듯이 오지 않는다.


아주 쉬운 예로 로또에 당첨되고 싶으면 최소한 엉덩이를 떼고 판매소까지 걸어가서 1천원이라도 투자를 해서 로또를 사야 로또에 당첨될 확률이 "0"에서 "1/8,145,060"이라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행운을 그저 부러워하거나 손가락질해서는 결코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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