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냐. 사랑하는 내 새끼.
"내 옆으로 와서 자."
바로 이 순간 표정관리가 중요하다. 의자에 앉아 머리를 빗던 손을 자연스럽게 멈춰야 한다. 내색해선 안된다. 살며시 미소를 짓고 당연하다는 듯 상냥하게 얼른 대답해야 한다.
"응. 알겠어. 머리만 마저 빗고."
태연하게 침대로 올라가 눕자마자 팔과 다리가 온통 달려들어 몸을 휘감는다. (어. 쓰고 보니 분위기가 좀...)
"엄마. 내가 꼭 안아줄게. 잘 자."
답답하고 힘들다. 그대로 아이가 잠들 때까지 버텨야 한다. 아이가 잠들면 팔다리를 떼어놓고 침대 구석으로 가서 새우처럼 쪼그리고 나의 잠을 잔다.
아이는 매일 내가 옆에 누워야만 잠을 자려고 한다. 재밌는 건 그렇게 잠이 들고 나면 옆에 무엇이 있든지 팔과 다리로 죽죽 밀어낸다. 넓은 침대를 다 차지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자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 아이가 잠들면 살며시 일어나 다른 방에 가서 자기도 한다. 그러다 새벽에 몇 번 걸린? 적이 있는데 무척 서운해했다.
"너 잠버릇이 나를 자꾸 침대 밖으로 밀어내. 엄마 너무 힘들어. 어제도 침대 모서리에 매달려서 다리는 밑으로 내리고 잤어."
게다가 잠결에 모든 이불을 죄다 벽 쪽으로 쌓는 재주가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 이불을 끌어내려 정리하는 것도 일이다. 이불을 뺏기고 베개도 없이 쪼그리고 자다 보면 춥다. 이대로 더 견딜 수가 없어서 방법을 찾았다.
실제로 몇 년 전에 야외용 고급 침낭을 구매했다. 영하 30도에도 추위를 견딜 수 있게 해 준다는 그 침낭을 침대 밑에 깔아 두었다가 아이가 잠들면 쏙 들어갔다. 추위를 정말 잘 느끼는 나에게 첫사랑의 품만큼이나 따뜻했다.
하지만 이것도 실패했다. 아침저녁으로 침낭 펴고 마는 것도 일이었다. 아이는 새벽에 자다 깨는 날이면 자기도 들어가겠다고 떼를 쓰고 이것저것 다 짜증이 나서 집어치워버렸다.
아이는 대여섯 살 때쯤 가벼운 자동차 접촉사고로 잠시 야경증에 시달렸던 적이 있었다. 잘 자다 갑자기 일어나 울부짖으며 온 집안을 뛰어다녔다. 문이 있으면 열려고 하고 잡아도 도망치며 울어댔다. 따라 달리며 발이 걸려 넘어지지 않게 봐주면서 같이 울었더랬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우며 아이를 지키고 아이가 편안히 자고 깬다면 무슨 짓이든 하겠다고 기도했던 나날이었다.
넌 네 방에서. 난 내 방에서 자자.
이 말 한마디가 그렇게 안 나왔다. 스트레스받았나? 내가 뭔가 결핍되게 키웠나 싶기도 하고 별 죄책감이 다 들더니 오히려 이 정도도 못 참아주면 에미냐 라는 이상한 결론까지 내렸다.
그러니까 결국 내 문제라는 건데.
양가감정이 든다. 단호하게 수면교육을 시켜 나도 편안한 잠을 자고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아직 어린데 에미가 뭐하라고 있는 에미냐. 그냥 이렇게 게장 살 발리듯 쏙쏙 다 빼주는 거지 뭐.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