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좀 잡아주실래요?

이 손 잡으면 다음 생에 연인?

by 돌터졌다

대학생때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고 싶어서 연애 빼고는 뭐든 열심히 했었던 것 같다.

오.마.이.갓.

가장 중요한 것을 놓쳤다는 것을 훗날 산후조리원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하.하.하.

(에휴. 웃어야지 뭐...)


아무튼 레크리에이션 자격증을 따기 위해 연수를 받은 것도 그중 하나다. 벌써 20년이 다 되어간다.

전국의 다양한 대학교 학생들이 모여 100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큰 강당에서 레크리에이션 교육과 실기연습을 했었는데 실기란 것이 간단한 게임을 진행하거나 조별로 곡을 정하고 안무를 짜서 댄스를 하는 정도였다.

내가 가장 감동받았던 교육은 따로 있었다.

100여명이 교차되어 서로 지나가면서 한 사람씩 악수 릴레이를 하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알았다.


그 사람의 손을 꼬옥 잡으면 그 사람이 느껴졌다.

사람을 좋아하는 나는 한 사람 한 사람 손을 잡으면서 일일이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손으로는 그 사람을 파악했다.


축축한 손, 바싹 마른 손, 통통한 손, 악력이 무척 센 손, 솜사탕처럼 살짝 쥐어지는 손, 따뜻한 손, 소름돋게 차가운 손, 부드러운 손, 투박한 손...


눈으로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 사람의 감정을 대충 읽고 손으로는 그 사람의 성정이 느껴졌다.


축축한 손은 땀이 많아 몸이 습하고 때문에 귀지가 젖어있을 수 있고 체취가 강한 사람일 수 있겠다

남자라면 살짝 탈모를 걱정해야할 수도 있겠다.


반면에 따뜻하거나 뜨거운 손바닥은 건조할 수 있으며 땀이 별로 없는 사람일 수 있겠다. 따위를 수많은 사람과 악수하면서 내 멋대로 통계를 냈다.


손들이 좋았다. 젠틀하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사심없이 손을 내어주고 부담없이 맞잡을 수 있는 순간들이 좋았다. 사실 우리가 살면서 악수를 할 일이 그렇게 많진 않다. 요즘은 코로나때문에 더욱.


만약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있다면 강당에 세워두고 100명이 지나가면서 악수 한번씩 하고 살짝 미소를 지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효과가 있지않을까 라는 상상도 그 당시에 했었다.






부산에서 온 지금으로 치면 박보검을 닮은 대학생 한 명이 그 연수과정 내내 초미의 관심사였다.

시간이 멈춘다는 표현은 어디까지나 사실에 근거한다. 그 학생이 움직이는 동선 대로 꽤 많은 고개들이 이리 저리 움직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아쉽게도 나만은 마음껏 그 학생을 넋 놓고 바라보지 못했다.


자리를 제때 찾지 못해 두리번거리던 그 학생이 의자를 들고 맨 가장자리에 앉아있었던 내 바로 옆에 의자를 내려놓더니 앉아버렸기 때문이었다.


몇 시간동안 진행되던 강의시간 내내 그 박보검 학생의 얼굴은 대놓고 쳐다보진 못했지만, 깜찍한 21살 여대생이었던 나는 기회가 날때마다 그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온 우주에 감사하며.



참으로 훌륭한 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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