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취향을 선택했습니까.

나나 잘할께요.

by 돌터졌다

자존감에 관한 책을 읽고 있던 중이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가져본 적이 없었던 것을 열망하는 것은 쉬운 일일까?


그러니까 정글 속 뛰어다니던 모글리에게


"이봐, 넌 짐승이 아니라 인간이야. 우리처럼 말을 하고 문자를 사용할 수 있고 문명을 마땅히 누릴 수 있는 존재라고"


하고 말해준다면, 아니 혹시 한번에 알아듣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여~러번 말해준다면,

아뭏든 전달해준다면,


"그렇군. 난 인간이었어. 이제부터 인간으로서 살아가겠어"


라고 찰떡같이 알아들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는 그렇게 새 삶을 살게 되는 걸까.


일단 무언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그 필요성을 느껴야한다. 자의든 타의든 변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야 표출도 되지 않을까.

실패하더라도 계속 변하고 싶은 그 마음 하나로 결국은 변화할수 있다.


나는 지금도 정글에서 충분히 사냥해서 배부르게 먹고 뛰어놀며 살고 있다며 인간으로서 살아갈 길을 굳이 원하지 않는다면 모글리는 변할 수 없다.

변할 필요가 없다.


적응된 인간에게 변화는 결국 스트레스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애초에 자기 존재를 귀하게 여기지 못하고 그 권리에 대해 고민해 보지 못한 사람에게 자존감은 갑자기 신게 된 어색한 모글리의 신발과도 같지 않을까.


남들 다 신발 신고 다니고 발도 편해 보여서 나도 멋지고 튼튼한 신발을 신고 싶은데 자꾸 헷갈린다.

신발을 신고 진흙탕은 맘껏 빠져도 되는 건지.


아동학대로 오랜세월 억압과 폭력속에 자라온 아이들과 심각한 가스라이팅을 장기간 당해온 사람은 어느 상황, 어느 순간에 어떻게 의사표현을 해야할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상대방이 외모에 대한 농담을 던져와도 그 포인트가 재치인지 모욕인지 분간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나를 소중히 여기고 스스로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데이타베이스가 거의 없다시피 하니 해석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아니 이 말도 틀린 말이다.

애초에 해석을 할 필요가 없다.


농담을 듣고 기분이 상한다면 그 감정이 정답이니까.


-방금 그 농담은 나한테 별로 유쾌하지 않은데?

-그 말은 무슨 뜻이야?

-네 외모도 만만치 않아 보여.


같은 받아치기는 불가능하다. 그저 어어... 이 말을 듣고 뭐라고 반응해야하지... 망설이다 어색한 미소를 짓거나 경직된 무표정으로 그저 멍하니 있기 십상이다.


따져묻거나 화를 내기는 커녕 오히려 "그렇지. 내가 좀 그렇긴 해" 라며 맞장구나 쳐주지 않으면 감사할 일이다.


상대가 그렇게 말한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무의식중에 나의 감정보다 상대의 위치를 더 높게 잡고 있는 것이다.


-오늘 내가 좀 형편없어 보이나 보네.

-아. 머리를 이렇게 묶는게 아니었는데,

-역시, 살이 좀 많이 쪄있기는 하지.


이렇게 말이다.


반대로 자신의 존재가 타인에게 기쁨이 되고 소중히 여겨진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공격적이고 배려없는 남의 평가에 흔들림이 적다.


그건 네 생각이고... 가 가능해진다.


애초에 만끽해보지 못한 사랑과 인정에 목말라버린 안타까운 사람이 책으로 자존감을 배워본들 쉽게 자존감이 높아지지 않는 이유다.


자존감은 머리가 아닌 감정의 문제다.

다양한 외부자극에 적절한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정제해서 표현할때 뿌듯함을 느끼고 내 마음과 외부상황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너 오늘 얼굴 완전 호빵 같아. 살 좀 빼. 라며 악의적인 인사를 건네는 친구에게 응. 너부터 거울을 봐야할 거 같은데? 너만 하겠니. 라며 웃어넘길수 있게 된다.


사랑과 인정을 받아 본적이 별로 없는 사람들은 일단 자신의 취향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좋아하는 색, 옷의 소재, 즐겨먹는 음식 등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싫어하는 색, 음식, 옷 스타일 등에 대해서도 정리해 둔다.


적어도 짜장면을 좋아하면서 친구들이 무심코 그냥 다 짬뽕 시키자 하는 말에 어어어 하다가 짬뽕을 먹고 나오는 일은 줄어들 수 있게 말이다.


뭐 이런 자잘한것까지... 하면서 웃지 마시길...


그날 밤에 어유. 그집 짜장면 먹고 싶었는데... 그냥 짬뽕 말고 짜장면 먹는다고 할걸 하면서 이불차고 속상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의 취향 파악이 더 많이, 더 넓게 될수록 내가 원치 않는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라는 아이덴티티가 확실해질 수록 내가 후회할 선택이 줄어들게 된다.

그것은 바로 내가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라고 느끼게 되어 그런 내가 자랑스러워지고 전반적으로 나를 유능하게 느끼게 해준다.


자존감을 높이려면 결국 '잘' 하면 됩니다. 라고 어느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셨던가.


실제 느끼는 감정도 엉망이고 실패하면서도 머리로 열심히 괜찮아 괜찮아. 난 소중한 사람이야.

난 잘 할 수 있어를 아무리 외워봐야 내 마음은 쉽게 펴지지 않는다.


나의 취향을 명확하게 선택해 버릇하면 내가 원치 않는 선택을 피할 수 있게 된다.


나 스스로에게 힘이 있음을 느끼게 되고 밖으로는 자신의 생각이 분명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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