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10년 차 회사원이지만 밖에서는 교회 밴드팀의 리더를 맡고 있습니다. 한 번은 현 상태를 점검하고 피드백하기 위해 다 같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 모임이 있기 전, 우리 멤버들은 피드백이 필요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준비가 완벽히 된 상태에서 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준비하면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그동안 저희가 갖고 있던 문제였습니다. 저도 늘 문제가 있다고 생각만 했으니 이참에 일단 먼저 시작하는 게 낫다고 말하며 빠른 시일 내에 모임을 기획했습니다. 일단 시작해서 부족한 건 채우고 많은 건 덜어내는 것. 그것이 우리가 변화할 수 있는 포인트였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준비하기에는 '게으른 완벽주의'들의 모임에서 꽤나 어렵고 오래 걸리는 일이더라고요. 다행히 요즘은 그런 성향에서 많이 벗어났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여러 책을 읽고 그 속에서 얻은 인사이트들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공부하고 있는 마케팅에도 도움이 됐고요!
네이버의 이해진 의장이 '유도탄 이론'을 말한 적 있습니다. 엄청나게 빠른 변화의 중심에 있는 IT업계에서는 유도탄을 쏘듯 일해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1분 1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정교하게 계산하고 미사일을 쏘려고 하면 조준하다가 상대방의 미사일에 맞으니 일단 동, 서, 남, 북 방향만 맞춰서 미사일을 먼저 쏘고 목표물의 정확한 위치는 날아가는 동안 계산해서 조정해야 한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이 내용을 저에게 적용해 봤습니다. 꾸준히 올리고 있는 인스타그램과 간간이 올리는 네이버 블로그, 그리고 일단 시작해 본 유튜브까지 정신없지만 하나씩 만들어가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봅니다. 여전히 조회수는 많지 않으나 조금씩 쌓이다 보면 콘텐츠 제작 속도도 오르고 퀄리티도 오르고 있음을 느낍니다. 처음에는 잘 못 느꼈는데 인생의 변화를 경험한 지는 벌써 1년 하고 3개월이 지나고 있으니 그제야 느껴지더군요. 그 시간들을 뒤로 보내며 많은 것들이 내면에 쌓이면서 언행에도, 만나는 사람에도, 새로운 경험도 생기곤 합니다.
새로운 기회들을 맞이하면서 보이는 시야가 달라졌고 느끼는 감정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기분 좋은 변화입니다. 무엇을 새롭게 할 때 전문가처럼 배운 게 아니기 때문에 작고 짧게, 그리고 빠르게 실행해야 실망도 작고 짧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빠르게 쌓이는 나의 콘텐츠들이 '경험 재산'으로 남게 됩니다. 아직 원하는 목표까지는 한참 멀었습니다만 얼마 남지 않은 올해, 계획 중인 굵직한 행사들이 있습니다. 봉사활동으로 중고등학생 친구들에게 1시간 30분 동안 강의를 하게 됐고 친구의 결혼식 사회를 맡게 됐습니다. 이전에 펑펑 놀던 때였으면 이런 기회가 오지도 않았고 잡지도 못했을 겁니다. 언젠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직업을 갖게 되는 날을 꿈꾸고 있는데 그 꿈에 한 발자국 가까워진 느낌이에요.
프로 야구에서 타자도 프로무대에 서기까지 배트를 셀 수 없이 많이 휘둘렀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할 타자면 잘하는 타자라고 합니다. 바꿔 말해 10번 중에 3~4번 치는 선수가 잘 치는 선수입니다. 마케팅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올리기만 하면 빵빵 터지면 좋겠지만 마냥 그럴 수는 없습니다. 10번 중 3~4번이라도 터지면 대박을 친거겠죠?
인스타그램 릴스를 만드는데 꼬박 3시간이 걸린 게 조회수 300에 머물러 있기도 하지만 1시간 만에 만든 게 조회수 2,000이 넘기도 합니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는 바둑 표현이 여기에 딱 맞더라고요. 너무 힘줘봐야 큰 의미 있는 결과를 못 얻어내는 게 대다수였습니다. 그러니까 많이 만들어보고 언젠가 터지길 바라며 조금씩 조정해야 합니다. 잘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만드는지 계속해서 보고 하나씩 가져와서 적용해봐야 합니다. 처음부터 한꺼번에 다 바꾸려고 하면 쉽게 지쳐서 금방 포기해 버리게 되니 반드시 하나씩 바꿔야 합니다. 대신 빠르게 적용시켜야겠죠. 그러다 10개 중에 3~4개 터지면 제 긍정적인 감정도 잭팟이 터지듯 확 터질 겁니다.
독서모임을 위해 게시글을 만들고 광고를 한 적이 있습니다. 보통 1주~2주까지 광고를 하지만 모집이 잘 안 되면 얼른 내립니다. 그래서 2주까지 간 적은 많이 없어요. 마케터도 마찬가지겠죠. 반응이 없으면 손실이 더 커지기 전에 광고를 내립니다. 저도 나름 마케팅을 배웠다고 지금은 독서모임 광고를 하지 않습니다. 단골 멤버와 더 깊이 있는 독서모임을 진행합니다. 입소문 타고 들어올 사람은 알아서 들어오게 내버려 두고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내가 좀 더 잘하는 걸 작고 짧게, 그리고 빠르게 찾아서 해내야 합니다.
관련 사례 하나를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지금보다 영화를 훨씬 많이 보던 시절에 영화관에서 배달의 민족의 치킨 광고를 본 적이 있습니다. 보통의 광고는 짧으면 15초 길면 30초만 하는데 이게 왠 걸? 3초 만에 끝나는 것입니다. 더 기가 막힌 건 그 3초에 매료되어 "뭐야?"하고 육성으로 터져 나왔습니다. 그럴만했던 게 검은 배경에 바싹하게 치킨 튀기는 영상과 '오늘은 치킨이 땡긴다.'라는 광고문구 한 문장이 달랑 나오는데 시각적인 것도 있지만 기름에 튀겨지는 소리가 엄청 생생하게 들려 그 당시 배고팠던 상태를 더 배고파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반전이 있었습니다. 집에 가서 유튜브로 그 광고를 검색했는데 사실 15초 광고였습니다. 배고파서 그랬는지 시선을 뺏길 수밖에 없는 광고여서 3초보다 5배나 많은 시간이 3초처럼 느껴진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됐죠. 아직도 기억에 남는 광고를 물어보면 거의 바로 떠오르는 광고 중에 하나입니다. 기억하시는 분들은 기억하실 거예요. 저는 그 큰 영화관 화면을 꽉 채운 먹음직스러운 치킨 다리가 아직까지 아른 거리거든요.
나중에는 진짜 3초 광고도 나왔습니다. 처음부터 3초로 만들 생각은 아니었고 광고비용을 아끼기 위해 15초에서 3초로 자르니 어색해서 다시 3초 광고로 기획하고 내보낸 것이었습니다. 같은 느낌으로 피자나 떡볶이 광고도 하는 걸 보고 우리는 이 광고가 나름 성공적이었단 걸 알 수 있습니다. 작고 짧게, 그리고 빠르게 할 땐 잘 되는지 안 되는지 모니터링하고 잘 되면 모터를 단 보트처럼 잘 나갈 수 있게 쭉쭉 밀어줍시다. 가성비 좋게 효율을 극대화한 효과적인 광고를 마케팅에서 배우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이런 광고해보고 싶지 않으세요? 작고 짧게 그리고 빠르게 당장 콘텐츠 만들러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