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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자인라운지 Oct 30. 2022

바지 길이 수선의 아픔을 아시나요?

시간에 따른 내 몸의 변화

계절이 변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주기적으로 옷을 사거나 마음에 드는 옷을 보면 구매를 하는 편이다. 입던 옷이 낡아서 버리는 경우도 있고, 잘 안 입어서 나눔을 하거나 재활용을 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끊임없이 사고 버리고 바꾸는 일상을 반복하던 어느 날, 아니 사실은 약 몇 달 전부터 느끼고 있는 슬픈 사실이 있다. 바로 마음에 드는 바지를 구매하고 피팅을 한 순간 커팅을 해야 하는 길이를 체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어느 순간부터 바지의 밑단 길이를 좀 줄여야 예쁜 실루엣이 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물론 핏과 디자인에 따라 바지 길이를 줄이면 예쁘지 않은 옷이 있다. 그리고 옷의 디테일에 따라 밑단을 자르고 다시 자른 부분을 마무리하면 처음에 디자인한 그 맛이 안 사는 옷들도 있다. 그런데 그 사실을 모르지 않지만 눈물을 머금고 바지 길이를 줄인다. 다리 길이가 너무 길어서 입을 수 없는데 어찌하겠는가?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힙합 패션이 한참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한껏 내려 입은 바지가 바닥을 쓸고 다닐 것 같은 그런 비주얼에 기성세대가 이해하기에 참 어려운 스타일의 착장들이 많았다. 지금 구매하는 옷들이 바로 바지 길이 수선을 하지 않으면 딱 바닥에 끌릴 것 같은 힙합 스타일의 옷이 되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신체적 특성에 의한 것일 수 도 있지만 뭐 같은 경험을 하는 당신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는 의심이 없다.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우리나라도 주기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체형에 관한 측정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가능하면 많은 표본 집단을 대상으로 측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꾸준하게 연구를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입고 사용하는 여러 가지 의류나 액세서리 그리고 웨어러블 기기의 연구 개발에 활용을 하고 있다. 겉옷뿐만 아니라 언더웨어나 이너웨어의 개발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런 자료를 근거로 이야기하면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신장이 커진 것이 사실이다. 단순하게 신장이 커진 것만이 아니라 체형의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표현하는 상체보다 하체의 길이가 길어진 것이다. 다시 말해서 다리의 길이가 길어져서 바지의 다리 길이가 길어졌다는 사실이다. 정말 예전에 우리나라의 문화나 산업이 아직 외국에 비해서 많이 뒤처지던 시절에 누가 외국에 다녀와서 선물해준 바지를 입어보면 유독 다리의 길이가 길어서 바지의 길이를 잘라야 했던 그런 경험과 같은 현상이다.


요즘 나오는 옷이 딱히 다리 길이만 긴 것은 아니다. 팔 길이도 … 그리고 상체의 총장 길이도 길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모든 옷이 길이가 길어서 잘라야 입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타일이 원래 길이가 길게 디자인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의도적으로 길게 만들었다기보다. 미리 언급했던 것처럼 시대가 변하면서 체형도 변하고 자연스럽게 변화된 체형의 반영이라고 보면 되겠다.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서 보면 구매 타깃이 적은 고객층을 대상으로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는 많은 수의 구매 고객층을 대상으로 제품을 기획하는 것이 상품을 기획하는 것이 성공확률이 높다.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 그리고 사이즈 등을 제품 기획에 반영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지금 많이 팔릴 수 있는 사이즈 스펙으로 제품을 기획해서 판매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관점에서 생각을 해보면 주류에 속하는 사이즈 스펙이 아닌 사람은 오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바지를 사면 다리 길이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뭐 꼭 특이한 스펙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도 마찬가지이다. 보통의 사이즈를 입는 사람이라도 다리 길이나 팔 길이가 제품과 달라서 줄이거나 늘려야 하는 상황이 충분히 생길 수 있다.


선천적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후천적인 이유 있을 수 있다. 아니면 나이가 들면서 변화하는 체형 때문에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옷을 구매해서 자신의 체형에 맞게 수선을 해서 입어야 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물론 자신의 체형이나 연령에 맞는 옷이 있을 수 있지만 뭐, 일단 옷은 디자인이나 컬러 등이 마음에 들어야 구매를 하는 것이 아닌가? 예쁘고 마음에 드는 옷을 찾았는데 체형과 맞지 않는다면 수선을 해서 입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의류의 광고는 정말 멋지고 예쁜 모델들이 주로 입고 광고를 한다. 옷을 최대한 예쁘게 보여야 사람들이 구매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예쁜 모델들이 입고 있던 멋진 옷들이 왜 우리 집에 와서 내가 입으면 그 모델들과 다른 옷이 될까? 아주 이상한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뭐 긴 이야기는 필요 없을 것 같다. 다들 이유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일들이 생겨도 해결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다. 그리고 예전에는 옷이 맞지 않으면 그냥 포기하고 수선해서 입던 사람들이 요즘에는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만든 옷을 입으면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달라서 불편하고 내가 입고 싶은 옷이 내게 맞지 않아서 불편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옷이 많이 늘어났다. 각각 다른 스토리와 취향에 대해서 관심과 이해의 폭이 넓어져서 많은 다양성을 반영한 옷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 몸 어느 부분이 조금 불편했던 점을 같은 불편함을 느끼고 있던 누군가가 그 어려움 해소해서 입기 편한 멋진 옷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아직은 모든 불편함을 해소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은 취향과 필요성을 반영해서 새로운 옷들이 나오고 있다. 지금도 이런 사람들의 수는 사실 많지 않다. 그래서 이런 사실을 모르거나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그런 의류들이 하나하나 만들어지고 있다. 신체적으로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특수 의류도 많이 디자인이 되고 있다. 반드시 필요하고 꼭 있어야 하는 옷들이 천천히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내가 아는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을 하고 사는 경우가 많다. 평범한 일상을 살 수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경험하거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나와 다른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고 또 다양한 방식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면 좋겠다.


어느 날, 내가 아무 곳에서나 파는 그런 옷을 입지 못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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