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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통한 외부의 영향력

페터 비에리, 자기 결정

by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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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포스팅을 마치며 문화와 사회라는 외적인 요소가 개인의 자기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자 하며 이야기를 마쳤다. 관련해서 자기 결정이란 오롯이 자신의 내면이나 개인적인 차원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이나 결과, 그리고 자기 결정의 시발점에서부터 외부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문화적 정체성의 관련된 이야기를 정리하여 서술해 보았다.


<문화적 정체성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교양은 여러 지식을 통해 비판적이고 의식적으로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또한, 문화를 바라보는 측면이나 차원에 따라 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는 각각의 단계를 거친다. 이를 바탕으로 문화적 정체성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가장 우선시 되는 과정은 언어의 습득이다. 개인은 언어를 경험하면서 세계를 대하는 위치가 달라진다. 세계의 인과율에 기호 체계를 반응할 수 있게 되면 세계가 우리 사고 체계로 수용되고 편입될 수 있는 이해 가능한 것이 된다. 이는 자연과 타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며, 이 과정의 개인의 경험과 언어는 많은 영향을 미친다.

언어 때문에 개인의 체험은 단순한 느낌 이상이 되고 언어를 통한 직관으로 사물의 감각이 주는 윤곽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이다. 오직 언어의 습득을 통해 대상의 정체성을 밝혀 주는 체계적 범주화의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언어란 기호 체계이고 일정한 규칙에 의해 작동된다. 이 규칙은 자연의 규칙이 아니라 일종의 협정의 규칙이다. 하나의 기호가 어떻게 쓰여야 맞는지에 대해 정하는 것은 타인의 기준을 따르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언어 사용이 가능한 개인은 공동체의 구성원이 된다.


문화를 받아들임에 있어 정형화된 언어는 충분한 의미가 있고 영향력이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더불어 텍스트에 대한 도구적인 측면의 이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추상적인 경험이나 느낌 외에 많은 것들을 텍스트로 접하고 우리의 사고 체계 또한 모국어를 바탕으로 한 텍스트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체를 이해함에 있어서 모국어라는 통로를 무조건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다만 중요한 것 또는 주목해야 할 부분은 구조적인 측면과 더불어 다음과 같다. 바로 모국어는 선택적이지 않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만 이것을 의식하고 나서의 텍스트의 이해는 다소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텍스트로 쓰인 내용들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로 이해가 되었고 경험되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는 모두 같은 언어로 구성되었다 하더라도 과거와 현재의 의미나 내용이 다르게 이해되거나 변형되어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자기 결정의 이유나 의미를 다시금 이해하거나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앞서 이야기한 가치관이나 내용 이해의 과정에 변화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이 왜 그렇게 변화되었는지를 살피며 자기 자신 또한 이해할 수 있다.


과거의 매체들을 읽었을 때와 훗날의 감상이나 이해의 차이가 생겼을 때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그 궁금증의 배경에는 어떠한 의식의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이는 자신이 쓰는 언어로 자기 성향과 세계관을 이해하는 표현으로, 즉 정신세계의 표현과 틀로 사용하기 시작한다. 언어의 정체성은 정신적 정체성을 표명하는 성격을 띠게 된다.

모국어는 시대적, 지리적으로 우연히 내가 쓰게 된 언어이며 다른 것이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문화적 정체성 또한 항상 대체물이 있다. 교양은 이러한 우연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자만심과 독단, 외부의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낙인과 평가절하로 우리를 방어한다. 기회주의적으로 말만 번지르르한 관용과 구별되는 진정한 관용의 뿌리가 있다.

교양이란 익숙한 개념적 경로에서 뒤로 물러나 언어 습득의 두 번째 단계에 서서 우리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 물어보는 것이다. 그러면 교육의 과정에서 전형적인 현상이 일어난다. 믿음이 낯설어지고 후에 그 믿음이 투명성을 얻고, 그다음 비로소 자기 것이 되어 다시금 친숙해지는 것이다. 플라톤은 대화를 통해 이 과정을 끊임없이 펼쳐 보였다. 소크라테스 또한 묻는다. 지식이란 과연 무엇인가? 단순한 의견과 지식은 어떻게 다른가? 그리고 진실은 무엇인가? 세계는 우리의 의견을 어떤 의미에서 맞다고 또는 그르다고 하는가? 그리고 진실이 중요한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이렇듯 자기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모국어로 이해된 내용은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렇게 이해된 내용 또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변경되기도 하고 바뀌기도 한다. 그러한 과정들은 내면의 성장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며 현실적인 삶의 선택을 통해 드러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눈에 보이는 삶의 형상을 잘 드러내기 위해서는 내면으로 들어오는 다양한 정보를 올바르고 정확하게 내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알 수 있다.


<아는 문화와 체험된 문화>

인간의 이성과 논리에 대한 책을 읽고 이해한다면 그것은 교양의 경험이 될 수 있다. 무대나 영화에 등장하는 타인의 시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후 사적인 것이나 은밀함, 수치심에 대한 자신만의 견해를 세울 수 있어야 관객으로서 자신의 교양을 주는 행위를 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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