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지 마!
타닥타닥, 곱게 꼰 하얀 심지 아까움 모르고 타들어간다. 뿌연 눈물은 방울져 흐른다. 너는 네 몸을 태워야만 향기가 된다. 너는 네 몸을 녹여야만 온기가 된다. 그렇다면 나의 이기가 너를 녹인 걸까? 아롱지는 불빛. 젖은 눈동자 출렁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너는 작아진다. 성장이 없는 너에겐 소멸만이 있을 뿐이다.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너를 녹여내어 누군가를 주는 일. 그 옛날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그랬던 것처럼, 그저 숭고한 이상 벗 삼아 스스로를 던져버리는 일. 그 인생의 끝에 무엇이 있을까? 결국 너는 잊힐 과거의 불꽃, 고작 그 뿐이거늘.
그렇게 생각했던 내가 있었다.
너를 만나기 전까지는.
너는 웃었다. 정글짐을 처음 정복한 아이의 것과 같은 웃음이었다. 녹아드는 밀랍 몸으로도 당당하게 말했다. 나에게, 웃기지 말라고.
“난 희생하려고 타지 않아. 한 줌의 온기를 위해 몸을 녹이지 않는다고!”
이해되지 않았다. 너는 결국 녹고 있고, 네가 줄 수 있는 거라곤 아주 미미한 온기 그뿐이었다. 넌 이해하지 못하는 내게 다가왔다. 가까이서 본 너는 짙은 눈썹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 녹고 있지. 하지만 녹는 까닭은 딱딱하게 굳은 선입견, 한계를 녹여내기 위함이야. 지금은 딱딱한 밀랍으로 굳어 있잖아. 내가 만든 나의 모습에 갇혀있지. 그걸 다 녹여내는 거야. 더 넓은 어깨를, 더 나은 나를 위해.”
“하지만…. 하지만 아무도 너를 기억하지 못 할 거야.”
너는 웃었다. 어찌 그리 순수할 수 있을까? 순백색의 웃음이었다.
“상관없어. 살아있으니까.”
그렇게 너는 녹아 없어졌다. 나는 숭고한 너의 이상을 이해하지 못해, 너는 단지 녹아내렸다. 과연 너는 아직 살아있는 것일까? 밀랍보다 딱딱한 심장으론 알 수 없었다.
Photo by Gyu, 이 한미루 쓰다
평소와는 다른 글로 돌아왔습니다. 쉽게 판단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다른 책의 퇴고 작업을 하느라 요즘 뜸했었는데, 다시 열심히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