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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계포상 Jun 29. 2016

한 번만... 더! - 치유 에세이

나는 안 되는 걸까?

 일생일대의 도전 앞에서 우리는 쉽게 갈망한다.
 

 ‘한 번만, 제발 이번 한 번만.’


  누구나 빌어본 적 있을 것이다. 대학교 합격 발표를 기다리며 일수도 있고, 면접 결과 발표를 앞뒀을 수도 있다. 어쩌면 매주 토요일마다 빌지도 모른다. ‘한 번만…’ 하고. 하지만, 사실 우리가 바라 왔던 것은 ‘한 번만’이 아니었다. 우리가 바라 왔던 것은 ‘한 번만 더’였다.


 중학생쯤이었을까? 난 페리테일 작가님의 완두콩이란 책에서 이런 구절을 발견했다.

 “한 번만이 아니라 ‘한 번만 더’겠지.”

 그것은 우리가 언제나 지나온 ‘한 번만’을 잊고, 새로운 ‘한 번만’을 바란다는, 그래서 사실은 ‘한 번만 더’ 가 맞다는 사실을 꼬집는 일화였다. 어린 날의 나임에도 가슴에 남아, 채 20년도 안된 인생을 반추하게 된 문장이었지. 고작 열 몇 살 살아온 인생에도 얼마나 많은 한 번만을 바라 왔던가? 또 스물다섯 살이 된 지금은 또 얼마나 많은 한 번만을 이루어왔던가.


 초등학생 시절, 숙제를 해오지 않은 날이면 제발 한 번만 검사하지 않기를 바랐다. 오늘 한 번만 흰 우유가 아닌 초코우유가 나오길 바랐다. 한 번만 돈을 줍길 바랐다. 나이가 들며 시험을 볼 때도,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의 합격을 기다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언제나 한 번만, 한 번만. 내가 이룬 모든 한 번만을 초기화시키고 새로운 한 번만을 바라 왔다.
 

 과연 나만 그랬을까?


 자 여기서 솔직해지자. 우리는 일생동안 그 얼마나 많은 한 번만을 바라 왔던가? 나만 흰 우유가 싫었던가? 나만 숙제를 해가지 않았던가? 아니면 나만 간당간당한 점수로 대학 문턱을 밟았던가? 정말 나만? 그게 아니라면 하나라도 과거의 한 번만이 떠올랐는가?


 그럼 다시 한 번 묻겠다. 우리의 ‘한 번만’은 단 한 번도 이루어진 적 없는가? 정말 단 한 번도? 아주 작은 성취라도? 그런 사람이 만약 있다면 나 감히 심심한 위로를 전하며 이번 한 번만은 꼭 이루어지길 같이 바라 주겠다. 하지만 그런 특이 케이스가 아닌 이상엔 누구나 한 번만이 이루어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듯 말이다.
 

 그런데 우린 왜 그런 것일까? 우리는 과거의 수많은 한 번만을 쉽게도 잊어버린다. 아니, 정확히는 지금 한 번만이 자신의 모든 한 번만 이라 생각한다. 눈앞에 부딪친 한 번만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세상 모든 자신을 거절당한 것처럼 좌절한다. 자신이 빌었던 수많은 신을 욕하기도 하고, 때로는 화를 내기도 한다, 지금껏 자신의 인생이 단 한 번도 이루어진 적 없는 것처럼.

 난 왜! 난 왜 한 번도! 젠장 왜 나는!

 독만 가득한 목소리. 온갖 억하심정의 비누거품은 통돌이 세탁기의 위장처럼 부글거리지. 우리가 바란 한 번만이 처음인 것처럼, 그래서 자신의 모든 인생인 것처럼.


 다른 때야 어떻든 적어도 이번만은 이루어지길 바랐겠지. 뭣보다 이번 일은 더 중요했을 테니까. 그 상처와 좌절감만큼은 온전히 당신의 몫이고, 나는 이래라저래라 할 수 조차 없으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의 한 번만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당신의 실패나, 당신의 불운과 결부 짓지 말라는 것이다. 당신이 실패한 것은 이번 한 번일뿐이다. 절대 인생의 실패가 아니며, 앞으로도 한 번만의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확신할 수 있냐고? 그건 지금 당신의 한 번만이 사실은 한 번만 더이기 때문이지. 당신의 한 번만은 무수히 반복됐다. 그 모든 것들이 중요하지 않은 순간이 있었던가? 아니, 당신은 그 한 번만이 소중했기에 누군가에게 빌었던 것이다. 그중 몇 번쯤 성공했을 테고, 몇 번쯤 실패했을 테다. 그럼에도 당신은 또 새로운 한 번만을 맞이했다. 만약 지금의 실패가 당신의 인생을 실패로 규정짓는다면, 그 전의 실패에서 규정지어졌어야 했다. 또한 그전에 성공부터 했다면 당신의 인생은 성공으로 규정지어져야 했겠지.


 당신도 알듯이, 그러지 않았다. 당신의 인생은 여전히 규정지어지지 않은 채로 새로운 한 번만을 맞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이번 한 번만이 이루어지지 않은 걸 크게 만들지 말고, 딱 그만큼으로 봐라. 이번 한 번의 실패는 딱 이번 한 번의 실패 그뿐. 당신의 인생은 실패로 점철되지 않았다. 우리가 무수히 바라 왔던 한 번만 안에, 그 답이 들어있다.


 당신은, 아직 실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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