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모른다 10
사람을 망가뜨리는 슬픔은
손 가장 오목한 데로
문지른다
삶을 뜯어가는 것을
문지른다
다시 문지르고
또 문지르고
볕이 쨍해도
곁이 휑해도 문지르고
넌 아직도 그러고 있냐?
물어도 문지르고
문지르는 일을 잊어버려
한눈을 팔면서도 문지르고
드디어 말라붙어
바닥이 사각사각 닿으면
부드러워지기를 기다리며
더 문지른다
끝까지 다 문지르면
이마를 대어 열을 재고
폭넓게 포를 뜬다
그걸 돌돌 말아
목이 잠긴 네게 건넨다
이걸로 닦아 아님
꽁꽁 싸서 내다 버려
아님,
너도 여기다 써볼래?
그 숨결 마르기 전에 반듯이 접어
세상에서 제일 느린 우체통에 넣으려다 말고
마지막으로 한 번 문지른다
이젠 받아볼 일 없는
영영 그런 슬픔이 된 거야.
21. 9.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