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문수 Sep 05. 2021

반송

너를 모른다 10

사람을 망가뜨리는 슬픔은


손 가장 오목한 데로


문지른다

     



삶을 뜯어가는 것을


문지른다     




다시 문지르고


또 문지르고 

    



볕이 쨍해도


곁이 휑해도 문지르고



     

넌 아직도 그러고 있냐?


물어도 문지르고     




문지르는 일을 잊어버려


한눈을 팔면서도 문지르고   



  

드디어 말라붙어


바닥이 사각사각 닿으면


부드러워지기를 기다리며


더 문지른다     


끝까지 다 문지르면


이마를 대어 열을 재고


폭넓게 포를 뜬다


그걸 돌돌 말아


목이 잠긴 네게 건넨다     




이걸로 닦아 아님


꽁꽁 싸서 내다 버려     




아님,


너도 여기다 써볼래?     




그 숨결 마르기 전에 반듯이 접어


세상에서 제일 느린 우체통에 넣으려다 말고


마지막으로 한 번 문지른다     




이젠 받아볼 일 없는


영영 그런 슬픔이 된 거야.     


                                                                                                                                                              21. 9. 5.

매거진의 이전글 개찰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