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모른다 11
장미 떨어질 즈음
여름이 왔다
영근 빛 맺히는 방울땀
닮았다
가을 맞춰 떠났으니
너는 여름이다
깁지 못한 약속은 조용한
나팔꽃을 불어 잊어버렸나
네가 오면
계절이 미워
괜한 일에
날짜를 붙이니까
맨바닥에 누워잔 들개 몸에선
잠을 못 잔 비냄새가 떨어지는데
네가 흔드는 손에선
우리가 떨어진다
이건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한 건데 말이야…
달 묻은 밤 아래 저기 네가 멀어지면
나는 내 손등을 본다
그 즈음엔
내 토막 난 손목에서도
달꽃이 피어
잎을 뜯어 베개에 얹어놓으면
마를 일이 없다는 걸 알아
알지?
누가 들어 있지 않아도
가슴은 뛸 수 있어
두근거릴 수 있어
듬직하다 못할 뿐이지
21. 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