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내가 다 안아 주겠다』 수록작
그게 벌써
일 년도 더 됐다
연인끼리 퍽 가기 좋을
그 식당 창가에 앉아 너를 마주 보며
뭐를 먹으면 좋을지 메뉴를 고르던 그때에
나는 네게
사랑을 전할 수 있는 말들을
고르고 있었다
스테이크 하나와
피자 하나를 주문했고
네가 눈을 반짝이며
그 스테이크가 너무 맛있다 그래서
나도 그런 줄 알았다
거기서 네 사랑은 피어오르지 않아서
그게 우리의 마지막 식사가 되었지만
얼마 전 어떤 여자와 함께
나는 또 그 식당엘 갔다
그날은 커플 세트로
그때 그 스테이크와
리조또 하나씩을 시켰고
한 번의 불쇼가 눈앞에서 펼쳐진 뒤
일 년만에 그 스테이크를 다시 먹었다
여전히 좋은 맛이었는데
그때 그 맛은 아니었다
고기엔 생각보다 기름이 많았고
마주 앉은 여자와 주고받는 대화 사이
이따금 선득한 침묵이 감돌았다
그래 그날엔 내 사랑도 이미 변했고
내 앞에 앉은 사람도
네가 아니었다
우습게도 그 여자의 사랑도
그날 거기서 피어오르지 않아서
나는 똑같은 식당만 두 번 갔다가
똑같이 차이고만 멍청한 남자가 되었고
판교의 어느 카페에서
혼자 따수운 카페 라떼 한 잔을 삼키며
너와 그 식당에 갔던 날을 떠올린다
- 나문수, 「맛집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