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게 쥐뿔 없고 싶다고!!

빈지노 '브레이크' X세대인데지금은 중년인 그 아줌마 취향저격했어요

by 임지원


뻔하지만, 여기서 '서당개 3년' 타령을 안 할 수가 없다. 딸이 고등학생이 되면서 힙합에 빠지고 말았다. 지금은 트로트지만, 그땐 쇼미 더 머니가 대세였다! 그렇게 힙합 덕후가 된 딸과 보낸 시간이 3~4년. 딸, 고1 때 쇼미 더 머니 시즌 5였다. 성경으로 랩을 하는 청년, 비와이가 신기했다. 딸은 그 비와이가 교회 청년부 간증 집회 스타 강사라며 남편과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성경 힙합이라는 것도 신기했지만, 그보다는 어떻게 저렇게 빨리 말할 수 있나! 그 많은 문장을 어떻게 다 외울 수 있나! 힙합의 정신이나 영혼 따위는 잘 모르겠고, 그저 랩이라는 이름으로 육체와 두뇌, 좀 더 구체적으로는 현란한 구강구조와 발달된 전두엽이 함께 펼치는 유명 갈라쇼인가! 하면서 본 것이 나의 첫 힙합 입문, 쇼미 더 머니 시즌 5다. 이후, 너무나 잘생긴 딘의 외모에 푹 빠져 봤던 쇼미 더 머니 시즌 6! 딸은 그 당시 우원재에 완전히 빠져 홍대에 입학을 하겠다고 결심까지 했었다! 시즌 일곱 번째는 고3 이어서 아예 보지 못했다. 암튼 그런 시절이 있어 내 귀도 조금 트인 거다. 19금, 외국 힙합곡은 솔직히 들을 줄 모른다. 우리나라 힙합 중에서 멜로디가 섞인 쉬운 걸 가끔 듣는 편인데, 그중에서도 난 '빈지노'의 음악이 좋다. 게다가 서울대 미대를 중퇴까지 했다는 그의 학벌이 왜 그토록 신뢰감을 주던지. 부끄럽지만, 학부모라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딸과 네버엔딩 수다를 떨다가 힙합 얘기가 나왔는데, 엄마가 그토록 흠모하는 서울대 미대 중퇴, 빈지노의 앨범 중에 안타깝게 저평가된 노래가 있다는 거다. 자기는 그 노래가 좋은데 어떤 이들은 그 노래가 갖고 있는 대중성 때문인지 힙합 정신이 부족하다고 했다나. 그런 사연이 있다니 왠지 더 호기심이 생긴다.


"그래, 어디 한번 들어보자!"


* 빈지노 '브레이크' 가사 일부 발췌함

쿵쿵당당쿵쿵당당쿵쿵당당...


'난 자유롭고 싶어/ 지금 전투력 백십 일 퍼/... (중략) 그게 나쁘던 좋던 말야!/

내가 재벌이고 싶으면 말야/ 그냥 돼버리고 싶어!/

/난 혼자 관 뚜껑을 닫겠어!/ 똑같은 세끼들은 지구에 쌔고 쌨어!/...


그리고, 다음 이 부분이 진짜 압권이다.


'난 삐뚤 하고 싶어/ 미꾸라지처럼 미끄럽고 싶어/

싸우긴 싫어도 입 닥치긴 싫어/시끄럽게 쥐뿔 없고 싶어

있으려고 가만있기보다 시끄럽게 쥐뿔 없고 싶어/

근데 또 재벌이고 싶으면 말야 그게 돼버리고 싶단 말야!

내 주제라는 게 있다면 화약처럼 난 그냥 깨부수고 싶어!/ 깨깨깨깨...


와... 이거 뭐지? 왠지 모르게 가슴이 뻥 뚫리는 거 같은 느낌. 그냥 에라 모르겠다! 막 소리 질러 부른 거 같은 이 노래, 그 안에 이십 대 청년의 불안한 마음, 짜증, 그러면서도 뭔가 이루고 싶은 열망, 그리고 좌절. 그 모든 것이 이글이글 활활 불타고 있는 듯한 이 노래... 나 스무살 언저리에서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를 만난 날 처럼 흥분됐다.


시끄럽게 쥐뿔 없고 싶단다. 있으려고 가만있기보단 시끄럽게 쥐뿔 없고 싶은데 근데 또 재벌은 되고 싶단다. 무조건 돼버리고 싶단다. 나쁘던 좋던 만약 되고 싶으면 그냥 돼버리고 싶단다! 돼버리고 싶어! 돼버리고 싶어!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갈 텐데, 꼭 시끄럽게 내 생각을 말해서 어떤 이와 적이 되기도 한다. 갖고 있는 것만 지키면 되는데, 가만있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일을 그르치고, 판이 깨지고... 그렇지만 더 이루고, 다 갖고 싶은 욕망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내 마음이 보이는 거다!


이십 대 삼십 대 때 신나게 일하며 대충 꿈 근처에 가보긴 했지만, 결혼하고 갑자기 임신하고, 내 경력은 끓어졌다 이어졌다, 또 갑자기 임신하고, 끊어졌다 이어졌다를 반복하며 근근이 지속되고 있는 지금... 이러다 결국 다 이루지 못하고, 뭔가 꽉 채워보지 못한 채 폭삭 늙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나를 미워했던 이들의 가슴에 사이다를 안겨줄 것 같은 내 불안한 모습이 짜증 나! 이 노래는 내 마음에 기름을 부어버렸다. 화르륵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그냥 돼버리고 싶어. 그게 나쁘든 좋든

만약 돼버리고 싶으면 그냥 돼버리고 싶어!!!!"


힙합을 들으며 고등학교 3년 입시지옥을 버텼다는 우리 딸, 그래서 그랬구나, 그럴 만했구나...!!! 대학에 가버리고 싶어! 그냥 합격하고 싶어! 공부하기 싫어 그냥 합격하고 싶어! 그러면서 엄마처럼... 울었겠구나.

울고 나니 속은 편하다.


요즘 온 앤 오프에 나오는 스테파니와 빈지노를 보면 흐뭇하다. 거기 빈지노가 입고 나오는 등에 I A B라고 쓰여진 그 T -셔츠! 그거 작년에 우리 아이가 어딘가 가서 엄청 비싸게 주고 사 왔길래 도대체 뭔가 했더니 그걸 빈지노가 입고 있다. 딸아이 말로는 그 T-셔츠를 사려고 전 날부터 가서 줄을 서서 노숙을 하고, 그 줄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진풍경이 벌어진단다. 결국 빈지노는 재벌이 된 건가? 요즘은 주변 상가의 원성과 팬들의 불편함 때문에 판매 방식을 바꿔 이제 그런 풍경은 볼 수 없다고 한다.


쿵쿵당당 쿵쿵당당 ... 난 자유롭고 싶어! 주제 파악이고 뭐고 shut up!

거칠게 소리 지르던 빈지노는 이제 불안한 청년기를 지난 듯 깊은 눈으로 자신의 오랜 연인인 스테파니를 바라본다.


"빈지노랑 스테파니, 얼른 결혼하고 2세도 낳아야 할 텐데..."

"아~ 엄마, 진짜 할머니 같애!!!"


요즘은 다들 트로트만 좋아하고 힙합은 하향세인 데다 코로나 19 때문에 공연도 못하고 빈지노 꽤나 한가해 보이던데 T셔츠는 계속 잘 팔리나? 스테파니 미쵸바가 아주 능력 있어 보인다. 마음까지 예쁘고. 빈지노는 운도 좋다! 어쨌든 빈지노, '브레이크' X세대인제 지금은 중년의 그녀, 취향 저격했어요.


빈지노그림파일.png *우리집꼬맹이가 그린 스테파니와 빈지노, 꼬미(instagram@draw_woos)스테파니미쵸바가 우리 아이 인스타그램을 방문해 이 그림에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 달아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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