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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원 Sep 08. 2020

중2병, 얼마나 속 터지게요!

치료할 병이 아니라 기다려서 끝나는 병일지도...

오랜 열감기로 힘들어하던 둘째 아이(초2)가 거의 두 주 만에 등교를 했다. 

하굣길에 동네 아줌마들을 만난다. 둘째 아이는 늦둥이 다 보니 아이 친구 엄마들은 대부분은 동생들이고,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진짜 고군분투하는 모범생 엄마들이다. 만나면 마음이 따듯해지고 응원하는 마음이 생긴다. 점점 나와 코드가 맞는 엄마들과 만나게 되고 자연스럽게 친해진다. 함께 비슷한 또래 아이를 키운다는 동지애로 뭉쳐, 어쩔 때는 오래된 친구보다 더 가깝게 느끼기도. 아직 초등학생만 키우는 엄마들은 얼굴이 비교적 밝아 보인다. 게다가 아이가 영어학원에서 착착 등급이 올라가고, 스피치 대회까지 나가주면, 어깨에 뽕 장착. 하지만 자녀들 중 중학생이 포함된 엄마들은 뭐랄까, 다크서클이 일단 허리 아래까지는 내려와 있는 느낌이랄까!


중학생 키우기 너무 힘들죠?

아~~~ 너무 힘들어요.

눈이 이상하죠? 눈이 뭐랄까? 되게 기분 나쁘게 만들죠?

아~~~ 맞아요 맞아요! 무슨 말을 해도 대답을 안 해요!! 속 터져요!!

아... 나도 그랬는데... 고집이 대단해요. 어디 한번 해보세요. 그런 느낌?

속이 터지는데 그래도 아무 말 안 하죠?

아... 맞아요.. 정말 끝까지... 말 안 해요.

아! 혹시 느리진 않아요? 뭘 해도 엄청 느리죠?

아!!! 맞아요! 맞아요! 아침 샤워를 40분씩 해요!!!

아무리 불러도 안 나와요

아... 우리 애도 그랬는데... 아침마다 욕실 앞에서

빨리 나오라고 난리를 치면 물 뚝뚝 흘리며 욕실을

난장판을 해놓고 나오죠. 늦어서 차로 데려다주려고

얼른 엘리베이터라도 잡아라 하면 이를 안 닦았데... 잉?

그렇게 오래 샤워를 하면서 왜 이를 안 닦았냐고 하면

엄마가 나오라고 해서 그냥 나왔대요... 아! 속 터져!!!!


중2병 어쩌고 저쩌고 힘들다 매스컴에서 떠들어 대지만, 사실 착한 초등학생을 키우는 엄마 아빠들은 대부분 우리 아이는 저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거의 그렇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나름 잘하고, 매일 착하게 내 맘을 읽어주는 저 천사 같은 아이가 그냥 몇 살 더 먹었을 뿐인데, 내 속을 그렇게 한순간에 지옥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줄이야! 겪고 보니, 뒤통수 제대로 맞은 기분이었다. 


중학생은 그러니까... 일단 마음이 이상하게 뒤틀린다. 그 마음이 눈으로 표현이 된다. 머리에 무슨 칩을 넣은 건지 모든 행동이 어마어마하게 느려진다. 왜 저러는지 궁금해 죽겠는데, 자신의 감정을 말하지 않는다! 엄마는 속이 터진다. 아빠는... 돌아버린다. 이걸 다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아무튼 나는 그 느려 터진 아이 때문에 속이 터져 시시때때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부엌 싱크대 옆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다, 코를 풀다 하며 몽셀통통을 다섯 개씩 우적우적 먹으며 그렇게 지냈다. 그래도 그 시절이 다 지나 큰 아이가 대학에 합격했다고 하니, 모두 나를 부러워한다. 내가 언제 저런 눈빛을 받아봤던가!  


중학교 입학할 때, 나는 내 아이에 대한 자부심이 넘쳤다. 지금은 말하기도 창피하지만, 

아이는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성적이 좋은 편이었다. 그런데, 그게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그걸 자랑스러워했다니... 다시 생각해도 완전 얼굴이 뜨거워진다. 


중학교 입학 후, 성적이 상위권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영어시험 점수가 아주 형편없었다. 어학원을 다닌 아이들, 본문을 외우고 보는 시험에 

아주 취약하다.결국 외고 진학은 점수가 모자라 포기한 상황이었으니까. 


사춘기도 찾아왔는지 노상 인터넷 소설(이후 인소)만 읽고 있었다. 

밤에 슬쩍 방문을 열어보면 이불속으로 불빛 하나가 쏙 사라진다. 

인터넷 소설을 읽다가 엄마가 들어오니 이불속으로 감춘 것이다. 

컴컴한 방에서 휴대폰으로 그 작은 글씨를 읽으니 눈이 얼마나 나빠질까! 

공부는 또 언제 한단 말인가! 잔소리를 하고 소리를 지르고, 아파트가 떠나가라

일명, ‘훈육 생쇼’를 했지만, 아이는 거대한 소처럼 눌러 앉아 버텼다. 


세상에 이렇게 답답할 수가. 사춘기가 되면 머리가 미친 사람과 똑같다고들 하던데, 

그래서 그런 건지... 뭘 해도 어찌나 느린지 그 느린 걸음걸이만 봐도 속에서 불이 활활 타올랐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버틴다. 아무리 잡아당겨도 1mm도 움직이지 않는 느낌으로 3년을 보냈다. 

저놈의 인터넷 소설은 누가 그렇게 써서 올리는 건지...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우리 아이는 인소 작가의 히스토리까지 전부 파악하고 있고, 올라오는 족족 읽어대는 

친구들이 인정한 공식 인소 마니아였다. 희귀본까지 안 읽은 게 없단다. 

글자를 읽는 능력을 인소를 읽는데 다 써버린 것이다. 아까워라. 

공부 좀 했으면, 근처에 좋은 외고가 있는데, 거기에 가면 좋겠는데, 왜 저러고 있나.

안타까웠다. 잔소리를 해도 아무 소용없었다. 


매일매일 일찍 일어나라, 지각하지 마라, 공부해라, 일주일에 며칠은 일찍 자라, 아무리 소리쳐도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아이는 처절하게 버텼으니까. 

오늘 내가 이 어리석은 아이를 딱 한 번의 훈육으로 끝장을 보겠어! 마음먹지만, 절대 고칠 수 없었고, 집안만 쑥대밭이 될 뿐이었다. 나중엔 어디 나가서 사고 치는 건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라며 내가 포기했다. 어느 날, 아이가 내가 이런 말을 했다.


엄마가 돌아버리면, 그냥 버티며 이 시간이 어서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단다. 무슨 말을 해도 엄마는 계속 화를 낼 거니까.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말자고... 왜 훈육을 했을까 후회가 밀려온다. 한 번씩 집안 살림 날아다니던 푸닥거리만이라도 안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어떻게든 결판을 내려고 했던 건데... 결국 서로에게 상처만 남겼다. 하지만 부모 자식 관계가 어디 그렇게 산뜻할 수가 있나 말이다. 어쨌든 생각날 때마다 지금도 사과를 하고 있다. 


그래도 엄마는 너를 그렇게 남 대하듯 하기는 어려웠어... 중학생을 기르는 엄마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냥 그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라고. 그래도 사랑하고 있다고, 맛있는 음식이나 해주며 달랠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 자식이 엄마를 미워하면 입시고 나발이고 다 끝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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