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가장 잘한 일이 뭐였어?라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유럽 갔다 온 거.'라고 말할 자신이 있다. 비록 유럽 여기저기를 누볐던 여행은 아니었지만, 내가 사는 곳 반대편의 어딘가로 처음 혼자 멀리 떠나온 것 치고는 정말 행복했으니까. 조금 더 어렸을 때는 유럽 가는 친구들을 보고 단순히 부럽다고만 생각했지, 언제 가야겠다고 구체화한 적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조금 덜 간절했다. 정말 원했다면 진작에 어떻게든 가려고 했을 것이다. 그저 친구들 만나서 한량스럽게 노는 게 좋았다. 그런 삶에 특별히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나이를 먹고, 서서히 삶의 방향을 바꿔보고자 하면서 내 속에 어떤 것이 움튼 것 같다. 졸업하고 바뀐 것이라고는 돈을 조금 더 벌 수 있게 된 것뿐이었는데, 매일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내 삶이 이렇게 굴러가도 괜찮은가에 대한 고민이 주기적으로 찾아왔다. 자격증 공부도 해 보고 글쓰기 모임도 나가봤지만 어딘가 해소되지 않는 응어리 같은 것이 있었다. 물론 그 응어리는 아직도 미해결 과제이다. 그렇지만, 동유럽 여행은 이 모든 것을 잠시나마 완벽하게 해소해줬다. 한국 안에만 갇혀 있던 나의 세계가 단 1평이라도 넓어졌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 세계를 계속 넓히고 싶다. 그 짧았던 기억이, 내가 어떤 선택을 할 때 더 나은 곳으로 이끌어주리라고 감히 단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