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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혀노블 Jun 24. 2024

정리해고의 요건

권고사직과 정리해고의 차이 Part.2

권고사직을 권하는 두 번째 면담에서 다시 한번 거절을 하고 회의실 밖으로 나오자마자 후회가 물밀듯 밀려왔다.


이렇게 결말을 꽉 닫아버린 채로 나오지 말고 생각을 좀 해 보겠다고 여지를 남길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회사에서는 그래도 마지막까지 나한테 한 달치 월급이라도 더 챙겨가라며 생각해서 말해준 건데 내가 너무 회사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건가?" 싶기도 했고, 당장이라도 괘씸하다며 정리해고로 돌입하는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불안한 마음에 자리로 돌아가 권고사직과 정리해고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권고사직 :
기업이 권하는 사직을 근로자가 수락해 퇴사하는 것. 해고와 다른 점은 회사와 근로자가 합의 후 퇴사할 경우 성립하는 것이므로 권고를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법적으로 명확하게 정의된 개념은 아니지만 
실무적으로 위와 같은 의미로 널리 사용된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사실상의 해고로 볼 수도 있겠으나, 회사는 통상 근로자 부당해고로 감당하게 되는 법적·제도적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금전 지급 등 조건을 제시하며, 근로자는 관련 분쟁에 대한 부담 등으로 이를 수용하여 법적 효력이 발생되는 것이 일반적으로 이러한 상호 편리성으로 관행화되었다. - 나무위키 출처-



권고사직은 회사에서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직원과 퇴사에 합의하는 방식이었고, 정리해고는 신임 대표가 나에게 말한 것과는 다르게 회사에 그다지 유리한 방식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정리해고를 진행해야 하고 대상 또한 법이 정한 기준대로 선택하지 않을 시, 직원을 복직시켜야 하며 밀린 월급과 이자까지도 부담해야 할 있는 상황으로 흐를 수 있었다.


한마디로 회사에서는 손 안 대고 코를 풀고 싶은데 내가 너무 완강한 상태인 것이었다.


근로기준법 제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
①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 이 경우 경영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사업의 양도ㆍ인수ㆍ합병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본다.
② 제1항의 경우에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한다. 이 경우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에 관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 이하 “근로자대표”라 한다)에 해고를 하려는 날의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
④ 사용자는 제1항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규모 이상의 인원을 해고하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개정 2010. 6. 4.>
⑤ 사용자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요건을 갖추어 근로자를 해고한 경우에는 제23조 제1항에 따른 정당한 이유가 있는 해고를 한 것으로 본다.



회사에서 나를 해고하려면 1, 2, 3항 모두의 조건에 부합해야 하는데 2항과 3항의 조건에 미루어 나는 그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대표가 바뀌었고, 회사에 출근하라고 하더니 나한테 권고사직서를 들이밀었기 때문이라는 사실만으로 저 조건은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6개월밖에 안된 갓난쟁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출퇴근을 해 왔고 친정엄마의 손에 대부분의 육아를 맡겼었다.


그 아이가 자라 어느덧 초등학생이 되었지만, 육아휴직도 제대로 쓰지 못한 채 회사로 돌아와 지금까지 내가 지키고 싶어 했던 것은 무엇일까?


나에게 육아휴직이나 육아기단축 근로 같은 제안을 하고,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왜 권고사직의 대상이고, 정리해고의 대상인지 내가 미처 모르는 이유가 내재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회사 역량평가 사전을 찾아 내 직급의 역량이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맡은 바 책임을 다 하고, 전문성을 키우며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내 직급에 주어진 역량이었다.


내 역량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는 아니지만 회사가 원하는 방식대로 내가 할 일을 찾아서 스스로 열심히 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고사직서에 사인하지 않겠다 말하고, 회의실 밖으로 나와 죄책감을 느끼며 나 자신이 아닌 회사의 입장을 이해하려 나름 애쓰고 있던 내가 어처구니없게 느껴졌다.


한 때는 내 일부라고 믿고 일했던 지금의 회사를 부당해고로 신고하는 것까지 시뮬레이션해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두 번째 면담을 통해 나에게서 굳은 결의와 의지를 보았을 신임 대표는 아마도 내가 그렇게 하고도 남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리 멀지 않은 시일 내에 세 번째 면담을 요청해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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