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포쟁이 뚱냥조커 Nov 26. 2019

오래된 이야기 / 진은영 시와 모작시

은영누나와 140909 반백수 이상하


오래된 이야기   /   



옛날에는 사람이 사람을 죽였대

살인자는 아홉 개의 산을 넘고 아홉 개의 강을 건너

달아났지 살인자는 달아나며

원한도 떨어뜨리고

사연도 떨어뜨렸지

아홉 개의 달이 뜰 때마다 쫓던 이들은

푸른 허리를 구부려 그가 떨어뜨린 조각들을 주웠다지


조각들을 모아

새하얀 달에 비추면

빨간 양귀비꽃밭 가운데 주저앉을 듯

모두 쏟아지는 향기에 취해


그만 살인자를 잊고서

집으로 돌아갔대


그건 오래된 이야기

옛날에 살인자는 용감한 병정들로 살인의 장소를 지키게 하지 않았다


그건 오래된 이야기

옛날에 살인자는 아홉 개의 산, 들, 강을 지나

달아났다

흰 밥알처럼 흩어지며 달아났다



그건 정말 오래된 이야기

달빛 아래 가슴처럼 부풀어오르며 이어지는 환한 언덕 위로

 나라도,

  법도,

   무너진 집들도 씌어진 적 없었던 옛적에











/











오래된 비밀의 울타리

-은영누나의 문학의 아토포스를 읽으니  /  



비밀인데

붓이 칼보다 날카로운 시대가 있었대

응 그렇게 믿었던 바보들이 울면서 달리면

더 바보스러운 거지들이 시장을 난장판으로 망치고 춤추던


그건 오래된 비밀

총소리가 나비마냥 난장판에 울려퍼진 뒤

몽당연필이 된 붓들도 집을 가지고

문방사우가 된 붓들도 집을 가지는

응 당연히 집과 집 사이에는


바스라지는 집과 집 사이엔 잡초들이 수북히

발길이 없었던 길도 길일까 담배를 피던

한 시인은 불을 끄고 조용히 잡초들을 옮겨심었대

그래 수십년간 벌레먹던 목책들도 묵묵히


그건 정말 오래된 비밀

잊혀졌던 경계들의 정원에서 피워질 향연

달빛으로 벼려진 것들이 총부리 위에서 즐거이 무도회

 붓들도

  울타리도

   잡초들도 이름으로 불려지며 날카로이 춤추는

작가의 이전글 어제 서초동 촛불을 김수영 시인께서도 보셨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