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덴마-야엘 로드를 벤야민과 산책하기1

만화로 철학읽기- 덴마와 벤야민1.

놀랍게도, 저번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지나간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데... 벌써 2020년 새해도 한 달이 지났다. 공부든 운동이든 새해의 결심들이 이제 슬슬 약효가 다해갈 시점이 된 것이다. 이렇게 마음이 약해지고 몸도 지쳐갈 때쯤, 사람은 각자의 방식대로 휴식으로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그 주된 방법은 예전에 감동을 느꼈던 작품을, 감히 예술적이라고 칭할 만한 문학이나 만화, 영화를 감상하며 다시금 되새겨보는 방식이 매우 효과적이었다.


웹툰이나 시 같은 짧은 예술은 지하철에 정말 적합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이전에 본 작품을 다시 보기만 해서는 처음의 그 감동보다 덜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는 내가 그동안 본 만화중 양영순의 네이버 웹툰 덴마를 독일의 철학자 벤야민과 함께 좀 더 깊이 읽어보고자 한다. 덴마는 비록 작년 말에 10년간의 무수히 뿌려놓은 떡밥, 복선들을 제대로 회수하고 완성하지 못한채 스토리텔링을 망치고 말았다. 이는 작가 자신도 한 매체의 인터뷰에서 인정했듯이 준비 부족으로 벌어진 일이다. 그로 인해 완결편 뿐만이 아니라 이제 천 편이 넘는 덴마 연재편의 모든 댓글은 정말이지 엉망진창. 댓망진창에 용두사미가 아니라 용두니미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지금도 이 쓰레기로 가득한 폐허는 작가 양영순에 실망한 독자들에 의해 차곡차곡 쌓아올려지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작가도 인정한 실패한 완결작 덴마는 더이상 볼 가치도 없는 쓰레기 작품인 걸까? 분명 양영순은 그가 연재한 최소 10년을 욕먹어야 하는 책임감없는 작가임에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작품인 덴마 자체도 쓰레기일까? 나는 그것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대한다. 왜냐하면 작가와 작품은 엄연히 다른 존재이기 때문이다. 21세기인 지금 어떤 배우가 영화에서 악랄한 연쇄살인마 배역을 했다고 해서 그 배우를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몰아부치거나, 그 영화 시나리오 작가의 도덕성을 의심한다면 그건 그야말로 무지함 그 자체일 것이다.


굳이 19세기 이후의 롤랑 바르트니 자크 라캉이니 모리스 블랑쇼같은 20세기 문학비평의 전환, 작가의 죽음을 이야기하진 않더라도, 작가와 작품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것은 우리 시대의 상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특히 덴마라는 작품은, 분명 에피소드마다 연결된 지점도 있지만, 적어도 2016년 지로의 나이트 에피소드까지는 독자로 하여금 찬사를 이끌어낼 만큼 각자 에피소드의 완결성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감탄과 감동으로 넘쳐났던 지난 에피소드의 명장면들

그렇기에 나는 덴마를 10년간 하나의 큰 스토리로 이어진 연재작으로 해석하기보다는, 한 세계관에서 각자가 주인공으로 펼쳐진 각자의 에피소드 모음집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마치 마블의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서로 만나서 협력하기도 하고 대립하기도 하고 완전히 독립된 자기만의 이야기를 진행하기도 하듯이, 덴마도 그런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물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는 어벤저스라는 거대 프로젝트가 있었고 총괄자 케빈 파이기의 주도 아래 수십명의 시나리오 작가가 10년간의 대정정을 무난하게 마무리했지만, 양영순 한명이서 덴마의 수많은 복선과 스토리를 잘 마무리하기엔 역시 역량과 준비가 미천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라고 양영순을 위한 작은 변명을 대신해보고자 한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의 첫번째는 자연히 야엘 로드로 시작할 것이다. 경제 개발로 인해 빈부 격차와 환경오염이 극심해진 행성 네게브. 여기서는 키에 따라 자기 집안의 빈부, 계급이 사실상 고스란히 표현된다. 그 중에서 가장 키가 작은 최하층 계급 피코인 야엘은 어릴 때 부터 극심한 차별과 억압을 받고, 국회에서 보좌관으로 일하는 지금도 여전히 온갖 차별과 노골적인 모욕은 끝이 없다. 그럼에도 야엘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자신의 꿈을 놓지 않는다. 이는 마치 벤야민이 말한, 혁명을 억압된 자들이 해방되는 '지금 여기의 시간'이라고 말하는 테제와도 연결시켜 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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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민은 분명 매혹적인 이야기를 말하는 문장가이다. 허나 그의 철학적 깊이를 이해하고 따라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벤야민의 산책을 따라갈 길잡이로 책 한 권을 주로 참고해보려고 한다. 한상원의 앙겔루스 노부스의 시선은 바로 역사철학의 관점에서 억압된 자들의 해방이라는 테제를 아우구스티노스 맑스 벤야민이라는 주요한 철학자 세 명의 눈으로 해석하는 책이다. 이제 천천히 벤야민과 함께 걸어보도록 하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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