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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Jul 16. 2023

황혼무렵 시 한잔7-권혁웅의 마징가 계보학과 마징가Z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그 팔을 누구에게 휘두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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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라는 명언이 있다. 미국의 전설적인 코미디언 찰리 채플린이 남긴 말이었던가. 아마도 권혁웅의 이 시 마징가 계보학만큼 그 말을 달콤 씁쓸하게 표현한 문학은 드물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마징가가 당당하게 한국 시의 주인공으로, 그것도 시집의 표제시로 당당하게 전면에 등장하는 건 지금 봐도 꽤 놀라운 일이다. 바로 몇 년 전만 해도 노노재팬이라느니 대중적 반일운동의 기류가 뿌리깊을 수밖에 없는 역사를 겪은 나라가 일제강점기를 겪은 한국이니까. 그렇지만 또 한편으론 마징가나 독수리 오형제같은 만화를 이름부터 한국화해서 마치 원래 한국만화인양 공중파 방송에서 내보냈고 그것이 태권브이같은 아류작의 탄생시켰다. 그런 일본을 따라한 영상들이 70 80년대생의 문화적 자양분이 된 것은 부정 못할 현실이다. 나무위키에 마징가 오프닝곡과 한일전 관련해서 이런 웃기는 일화가 전해질만큼.


사실 한국 문학의 역사를 봐도 이름바 순수문학을 높이 평가하고 만화나 라이트노벨을 그저 오락만을 위한 저급문화로 치부하던 문화풍토가 겨우 십 년 전만 해도 만연했다. 하지만 권혁웅이 이른바 미래파라고 비평집을 내며 2000년대 이후로 등단한 난해한 시를 쓰는 현대시인들을 옹호했듯이, 기성세대의 입장에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파격적인 시도를 하는 건 사실 예술의 수천년 역사를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고 난해함의 악명으로 유명한 현대 미술을 보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면 만화의 주인공에서 시의 주인공으로 재탄생한 어릴 적 마징가를 보고 자란 아저씨는 무쇠팔 무쇠주먹을 어디로 휘두를까? 다시 천천히  읽어보자





고철을 수집하는 일을 하지만 고철보다 진로 소주병을 많이 모으는 알콜중독 옆집 남자는 툭하면 소리를 지르고 프라이팬을 던진다. 끔찍하고 비극적인 가정폭력 그 자체지만, 이를 권혁웅은 기운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로봇으로 시작하는 마징가 한국 오프닝을 양념으로 차용해서 우스꽝스러운 분위기로 멋지게 버무려낸다. 그렇지만 마징가는 그저 혼자, 단수가 아니었고 그 다음의 수많은 가족 계보가 내려져온다




 그 천하장사 마징가 Z도 다음 세대의 더 강력한 로봇 그레이트 마징가에겐 힘을 쓰지 못한다. 옆집 오방떡만드는 남자는 매일매일 옆집의 소란을 참다못해 마징가Z를 오방떡기계로 흠씬 두들겨준다. 하지만 폭력을 폭력으로 해결한 게 문제였을까 뭐가 문제였을까 여자는 짱가인지 그렌다이저인지를 찾아서 산 너머로 날아간다 남자도 그녀를 찾으러 덩달아 사라진다


사내에게 역마살이 있었다면 여자에겐 도화살이 있었던 게 아닐까


폭력이 야만이 아니라 일상이었던 시절들


세월도 계란도 모두 잊어버리고


산 너머 계곡 너머


초록빛 자연과 푸른 하늘과


이제는 그들이 내내 행복하기를...


황혼 무렵에 시 한잔...


Fin


다음 한잔은 권혁웅의 모순과 빌런 아수라 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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