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와 벼락을 넘어 새 마을의 대장간에서 새로운 무기와 동료들을 얻고 계곡에서 이름모를 괴물들과 사흘 밤낮을 싸워서 겨우 생사의 고비를 넘는 경험.
이 수많은 모험을 거쳐도 세계엔 네가 없다
낯선 내 영혼을 찾으러 또 떠나야만 해 어디에 있을까 내 삶의 절반 잃어버린 내 영혼의 반쪽
길고 긴 여름방학의 막바지에 겨우 이 모험이 끝난다 그런데 모험이 끝나도 내 영혼을 찾을 수는 없었지 그제야 알게 되는 거야 긴 여행동안 얻어낸 소중한 추억들이 바로 내 영혼이었어
누군가는 이제 수업 다 끝났다고 학교가 끝났고 이제 너는 어릴 적 추억들에서 졸업해야만 한다고 다그치지만 이야기는 끝나지 않아 왜냐하면
내 영혼은 계속 새 이야기를 원하니까또 모험을 떠나는 건 두근두근 하니까
검 한자루 들고서 고향마을을 떠나는 모험은 이제는 반지의 제왕같은 고전 판타지 소설부터 드래곤 퀘스트같은 알피지 컴퓨터 게임까지 하나의 문화적 밈이 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 소재로 이렇게 맛드러지는 시가 나올 줄이야. 시를 다 읽자마자 황인찬 시인의 이 문학적 과감함과 부드럽게 마무리하는 재능에 또 부러운 탄식을 흘렸다.
이제 나도 동경하는 시인 빛의 용사 황인찬을 따라 읽었던 모험도 끝이 나야지. 길었던 모험이 끝나는 건 아쉽지만 또 설레는 일이다. 왜냐하면
무언가 끝난다는 건 또 새로 시작한다는 거니까.
2024 황인찬 시 읽는 쉬요일
Fin.
Ps. 길고 보잘것 없는 제 글을 계속 읽어주신 분들께 모두 감사합니다. 덕분에 이 애매한 재능의 저도 계속 글을 쓰고 브런치북을 출품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의 브런치북은 이걸로 마감이지만 조금 휴식한 뒤에 습작시와 책 리뷰 연재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이제 한 해가 겨우 두 달 정도 남았네요 모두 건강하시고 잘 마무리하는 2024년이길. 그리고 시 읽는 밤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