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가을이 오는듯 하지만 겨우 2주 전만 해도 태양이 눈부셔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날씨다. 그런 와중에도 마른 하늘에 천둥이 심심찮게 내리치는데 지인분께 맛집 소개를 받았다 자주 가던 종로도서관 가는 길 바로 옆골목에 메밀 막국수 맛집이 있다는 것이다. 면 하면 라면 냉면 라멘 짬뽕 가리질 않는 내가 놓칠 수는 없지. 낮에는 사람들과 책 이야기를 하면서 별자리 이야기와 성격 운명 등에 대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다가 해가 지기 전에 주린 배를 채우려 얼른 내 몸을 가게로 들이밀었다.
들어가니 왠지 70년대 시골영화 세트장만 같은 분위기가 나를 반겨주었다. 마치 박하사탕이나 밀양 같은 이창동 감독의 영화에 나올듯한 풍경에 왠지 마음이 놓이면서도 강렬한 촉이 내 코를 찌르듯이 내 위장까지 흘러들어왔다. 바로 여기라고 확실한 곳이라고 오장육부가 말해주는 듯했다. 그리고 이런 단순한 감이 아닌 더 현실적인 증거로, 아직 6시도 안 되어서 입장했는데도 이미 반 이상의 테이블이 차서 사람들은 주문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덕분에 내 주문도 대략 40분은 걸려서 조금은 짜증이 더위에 대한 불만과 합쳐져서 나올랑 말랑 하는 사태까지 왔다. 심지어 전병 한접시가 먼저 나왔는데 알고보니 우리보다 먼저 시킨 테이블이 있어서 한번 젓가락을 쿡 대었는데도 지체없이 뺏기고 말았다. 세상에서 제일 화난다는 줬다 뺏기를 오늘 당해볼 줄이야. 그러나 다행히 시간은 생각보다 금방 흘러갔고 드디어 내 물메밀국수가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