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말 대잔치국수주의자2-습작시 메밀밭의 파수꾼

호밀밭 말고 메밀밭을 지키러 떠나기

by 스포쟁이 뚱냥조커


이제는 가을이 오는듯 하지만 겨우 2주 전만 해도 태양이 눈부셔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날씨다. 그런 와중에도 마른 하늘에 천둥이 심심찮게 내리치는데 지인분께 맛집 소개를 받았다
자주 가던 종로도서관 가는 길 바로 옆골목에 메밀 막국수 맛집이 있다는 것이다. 면 하면 라면 냉면 라멘 짬뽕 가리질 않는 내가 놓칠 수는 없지. 낮에는 사람들과 책 이야기를 하면서 별자리 이야기와 성격 운명 등에 대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다가 해가 지기 전에 주린 배를 채우려 얼른 내 몸을 가게로 들이밀었다.


들어가니 왠지 70년대 시골영화 세트장만 같은 분위기가 나를 반겨주었다. 마치 박하사탕이나 밀양 같은 이창동 감독의 영화에 나올듯한 풍경에 왠지 마음이 놓이면서도 강렬한 촉이 내 코를 찌르듯이 내 위장까지 흘러들어왔다. 바로 여기라고 확실한 곳이라고 오장육부가 말해주는 듯했다. 그리고 이런 단순한 감이 아닌 더 현실적인 증거로, 아직 6시도 안 되어서 입장했는데도 이미 반 이상의 테이블이 차서 사람들은 주문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덕분에 내 주문도 대략 40분은 걸려서 조금은 짜증이 더위에 대한 불만과 합쳐져서 나올랑 말랑 하는 사태까지 왔다. 심지어 전병 한접시가 먼저 나왔는데 알고보니 우리보다 먼저 시킨 테이블이 있어서 한번 젓가락을 쿡 대었는데도 지체없이 뺏기고 말았다. 세상에서 제일 화난다는 줬다 뺏기를 오늘 당해볼 줄이야. 그러나 다행히 시간은 생각보다 금방 흘러갔고 드디어 내 물메밀국수가 도착했다.


그리고 내 온몸에서는 시가 흘러나왔다.





메밀밭의 파수꾼을 찾아서

-Thanks to JGH / 반백수 이상하



살금살금 살얼음들 육수 속으로 잠수한다

시큼한 오이냉채는 후루루 김가루와 입속에서 낭하게 랑데뷰

열무김치 아삭거리며 혀속에서 아스라이

메밀면 담백하이 입천장과 혓바닥 사이를 휘젓고

나 잠시 눈을 감고 스물 두살적 강원도를 떠올린다


그래 방학 그날 친구들과 봉평 오일장을 갔었지.

친구들과 없는 잔고 털어 막국수도 마구 묵고

두툼한 전병과 동그랑땡 해물파전 옥수수막걸리

하루종일 땡볕에 녹아내린 내 애간장

촉촉한 간장에 아쌀하니 전병은 내 혀를 한판승

돌아오는 김유정역 기차안에서도 꼴깍거렸네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메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던

십년 전 봉평 오일장과 오늘의 내 메밀 막국수

태양이 구름사이로 숨을 적 땀흘려서 헤맨 골목 속

몸을 뉘이니 마음도 뉘이던 그 작은, 얼음연못.

살얼음 육수로 오장육부를 샤워했던 시원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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