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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아저씨는 요즘 문을 열어놓습니다. 이 여름에 복도에서 들어오는 열기가 덥지도 않나 싶은 생각과 벌레가 들어가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저희 집의 문을 얼른 걸어 잠급니다.
옆집 아저씨는 문을 열어놓은 채로 통화를 합니다. 누구랑 하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TV 소리와 섞인 통화 소리가 항상 문을 타고 넘어옵니다. 집에 손님은 거의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전화 통화 시간이 유독 깁니다.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전화기 너머로 길게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옆집 아저씨는 락을 좋아합니다. 문을 타고 넘어오는 큰 소리들 중엔 천년의 사랑, 금지된 사랑 같은 사랑을 울부짖는 노래들이 주를 이룹니다. TV 소리도 어찌나 큰지 우리 집에서 틀어놓아도 그만큼 크게 들리려나 하고 TV를 틀고 복도에 나가 들어보는 등 테스트를 해본 적도 있습니다. 다행히 그 정도로 방음이 안 되진 않더라고요. 그냥 큰 소리로 노래를 듣고 TV를 보는 아저씨였습니다.
옆집 아저씨의 생활 패턴은 불규칙적입니다. 택시 운전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새벽에 나가기도 하고 새벽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밤 중에 청소를 하고 빨래를 돌립니다. 진공청소기 소리와 빨래가 다 된 뒤 울리는 음이 제가 일과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쉬는 시간에 들려옵니다. 음식은 찌개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항상 김치찌개, 청국장찌개 냄새가 복도에 퍼집니다. 그럼 저는 집을 나서면서 복도에 난 창문을 열어놓습니다.
옆집 아저씨를 직접 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중간 키에 약간 구부정한 어깨, 안경을 쓰고 계십니다. 택시를 주차하고 내리는 아저씨를 1층에서 마주쳐 꾸벅하고 인사를 했습니다.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시간이 참으로 어색했습니다. 휴일엔 택시 트렁크에 낚싯대를 실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낚시가 취미인가 보다 생각하며 지나쳤습니다.
옆집 아저씨의 하루를 상상해 봅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운전대를 잡고, 이런저런 사람들을 태우고 내려주고, 때로는 무례한 손님을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좋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겠죠.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문을 활짝 열어놓고 큰 소리로 록 음악을 틀어놓고 휴일엔 낚시를 하러 갑니다. 그것이 아저씨만의 해방구인 것 같아요.
옆집 아저씨는 오늘도 문을 열어놓을 것입니다. 오늘도 다양한 소리가 들려올 것이고 저는 오늘도 집 문을 단단히 잠글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소음들이 완전히 사라지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것들은 누군가가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자, 사람 사는 냄새와 신호니까요.
가끔 복도에서 찌개 냄새가 날 때면, 아저씨가 오늘은 어떤 찌개를 드시는구나 생각하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면, 이번에는 반가운 이웃으로 좀 더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넬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