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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50회가 되었습니다. 100회를 목표로 시작한 에세이 쓰기의 정확히 반절을 왔네요. 반절이라는 말이 이렇게 실감 나게 다가온 적이 있었던가 싶습니다.
정확히 중간 지점인 이 애매한 위치에서 보는 풍경은 조금 독특합니다. 뒤를 돌아보면 제법 많은 글들이 쌓여있고, 앞을 보면 아직 써야 할 글들이 같은 만큼 남아있죠. 과거와 미래가 정확히 균형을 이루고 있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이 중간이라는 지점이 생각보다 의미가 깊습니다. 여기서 처음으로 내가 걸어온 길을 제대로 돌아볼 수 있고, 앞으로 가야 할 길도 가늠해 볼 수 있으니.
이렇게 보니 반절은 관계의 언어네요. 전체와 부분, 완성과 미완성,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품고 있는 단어. 이 모든 관계들이 균형을 이루는 순간이 반절이니까요.
반절을 대할 때 미묘한 감정을 경험합니다. 아직 절반밖에 못했다는 조급함과, 벌써 절반이나 했다는 뿌듯함이 교차하죠. 이 양가감정이야말로 반절이 가진 가장 인간적인 면일지도 모릅니다. 완전하지도 불완전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느끼는 복잡한 심경.
반절에는 선택의 의미도 있습니다. 계속 갈 것인가, 돌아갈 것인가. 중간 지점에서는 두 방향 모두 가능하니까요. 이미 와버린 거리만큼 돌아가야 하고, 남은 거리만큼 더 가면 된다. 이 대칭성이 반절의 의미를 더욱 긍정적으로 만듭니다.
또한 비교의 기준점이기도 하죠. 처음과 지금, 지금과 끝을 비교해 보고 여기서 우리는 변화를 감지합니다. 시작점의 나와 중간점의 나 사이의 차이를, 그리고 중간점의 나와 도착점의 나 사이에 일어날 변화를 예상합니다.
그러니까 반절은 단순히 수치적 개념이 아니라, 존재의 한 상태이고, 시간의 한 지점이며, 감정의 한 색깔입니다. 완전함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가장 인간적인 순간이고요.
반절을 마주할 때, 우리는 자신이 얼마나 왔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왔는지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갈 것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죠. 반절은 그래서 성찰의 언어이자, 다짐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50편도 꾸준히 나아가 보겠습니다. 드라마틱하게 엄청 멋진 제가 되어있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뭐 하나는 나아져있지 않을까요? 아무 말 대잔치를 50회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