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왜 이렇게 시끄러울까

51

by 조녹아




요즘 저는 바빠서 그런지, 더워서 그런지 신경이 예민합니다. 사실은 워낙에 예민한 사람이라 바쁜 것도 더운 것도 지금으로서는 좋은 핑계라고 볼 수 있지만, 유독 곤두선 신경 탓에 모든 소리가 거슬리기 시작했습니다.


지하철에선 끼익 끼익 손잡이소리, 울리지만 받지 않는 전화벨소리, 우렁차게 울리는 카톡소리, 입을 가리지 않고 뱉는 기침소리, 칸을 넘어오며 닫는 지하철 문 소리, 급정거할 때마다 삐걱거리는 브레이크 소리, 승객들이 내리며 부딪치는 가방 소리, 끝없이 반복되는 안내방송까지. 이런 소리들 때문에 머리가 울려 눈을 감으면 더욱 귓속 깊숙이 파고듭니다.


회사에선 또 다양한 소음들이 저를 괴롭힙니다. 걸으며 발을 구르는 소리, 문을 쾅 닫는 소리, 윙윙거리는 에어컨소리는 물론이고, 키보드를 세게 두드리는 타자소리, 의자 바퀴가 바닥을 굴러가며 내는 스르륵 소리, 프린터가 종이를 토해내는 지직지직 소리, 누군가 얼음을 씹어 먹는 바드득 소리, 펜을 책상에 떨어뜨리는 소리, 부르르대며 휴대폰 진동이 책상을 타고 전해오는 소리까지.


길거리도 다르지 않습니다. 오토바이 엔진 소리, 공사장 드릴 소리, 아이들의 고함, 하이힐의 딱딱한 발소리, 바람에 나부끼는 비닐봉지, 자전거 벨소리, ‘세 팩에 만 원!’을 외치는 야채가게 주인의 목소리까지 모든 소리가 신경을 곤두서게 만듭니다.


누군가 말하길, 사람 많은 곳이 힘든 사람은 그 소음들에 예민해서라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저는 잠깐 나갔다 오기만 해도 기력이 쇠합니다. 마치 온몸의 에너지가 그 수많은 소리들에게 조금씩 흡수당하는 것 같습니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귀는 모든 소음을 받아들이느라 바쁘고, 그 과정에서 정신적 에너지는 조금씩 소모됩니다. 짧은 외출에서 돌아와서도 이상하게 지치고 피곤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소리들이 그저 일상의 배경음악이었는데, 언제부턴가 각각이 날카로운 침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온 세상이 저를 향해 소음을 쏟아붓는 것 같습니다. 조용한 곳을 찾아 도망가고 싶어도 진정한 적막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아마도 이런 예민함은 제 마음의 여유가 사라졌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작은 자극에도 크게 반응하게 되는 것처럼, 소리에 대한 민감함도 저도 모르게 커져버린 것 같습니다.


이 예민한 감각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 소음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로 조용한 곳으로 도망가야 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지금으로서는 그저 귀를 막고 버티는 것 말고는 별다른 해답이 없어 보입니다. 예민한 신경을 가진 채로 시끄러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구나 싶습니다.

keyword
이전 20화반절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