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3-20
태즈메이니아를 돌면서도 타이어 마모 상태가 조금 걱정되던 차였다. 메카닉(정비소)에 가보니 타이어 상태가 안 좋대서 맡기고 시티에 들렀다. 이제 거의 10시간을 달려 시드니에 가야 한다.
트레인을 타서 일기를 쓰고 정신없이 보내다가 고개를 드니 귀여운 표정의 그래피티가 지나가고, 관람차가 보인다. 마음이 바쁘면 한숨 돌릴 때 볼 수 있는 즐거움을 자꾸 놓친다.
지나가다 보이는 사람들의 티셔츠만 봐도 뭔가 계시처럼 느껴진다. 오늘 조급하게 생각 말고 마음에 평화를 가지란 것처럼.
캔버라까지 7시간을 달려가야 하는데 메카닉 때문에 캔버라에 도착할 시간을 생각해 보면 한밤 중이 된다. 밤 운전이 정말 무섭다. 나는 이 밤운전 때문에 워홀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까지 했다. 호주의 광활한 자연에서 밤에 튀어나오는 커다란 야생동물들, 무참하게 찌그러진 차의 사진이 아직도 내겐 트라우마처럼 남아있다. 그래도 마음의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
우리의 눈에서 봤을 때는 약간은 낯설지만, 저 사람은 "평화" "사랑"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는 셈이다. 이런 오글거리는 말을 호주에서는 곳곳에다 심어 두고 있다.
메카닉이 있는 동네로 돌아가서 도서관을 찾는다. 역시나 익숙한 문구다. "자유", "정의", "사랑", "희망"
엊그제 페리에서 아들러의 인간이해 책을 다 읽었다.
모든 의지는 부족함, 열등함의 감정에서 출발한다. 인류애라는 감정을 고양시키지 않고는 인간 존재로서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이 책을 짧고 부족하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열등감으로 인해 사람들이 어떤 마음의 아픔을 겪게 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런 아픔을 극복하는 방법은 사실 인류애,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깨닫게 하는 방법이니 아이들 교육을 잘 시켜야 한다는 방향으로 책이 끝난다.
이런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삶을 어렵게 생각하는 부모들은 필요 이상으로 아이의 안위를 걱정하는데 그게 아이에게 세상을 적대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눈앞에 닥쳐올 어려움에 대한 영원한 불안 속에서 살게 한다. 어렸을 때 조금 안락하게 해 주기 위해서 삶에 대한 준비를 시켜주지 못한다. 아이는 자라서 삶에 대해 유능하지 못하게 되고, 좌절하게 된다
부모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아이의 공동체 의식이 잘 발달하지 않아, 아이는 마치 이방인의 나라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성장하고 사회성 부족을 겪게 되기도 한다.
또한 엄마가 너무 강하고 과장되게 역할을 수행하면 공동체 의식이 발전하지 못하게 된다. 공동체 의식이 자신에게만 쏠리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사회적 존재로서 근본적 토대가 없는 것이다. 아이는 강한 열등감을 갖게 되고 공동체 의식은 결여되어 있으며 용기 또한 부족하게 된다.
대부분의 해결법이 부모의 역할이나 조기 교육에 대해 나온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부분이 있다. 나는 좌절했던 때가 있었고, 사회성이 부족했던 때가 있었고, 나만 생각하고 공동체 의식이 결여되어 있던 때가 있었다. 그게 불과 3년 전으로 아주 가까운 시점이다. 그렇다면 분명 부모의 교육이 전부는 아니란 말일 테다. 하지만 아들러처럼 초기 심리학에서는 심리적 병리에 대한 원인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지금 시대에는 변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진 상태다.
메카닉에서 차를 찾으러 오래서 마음이 급해졌다. 서둘러 떠나야만 한다. 마음이 급해서 아무 샛길 같은데로 들어갔다가 삥 둘러 나왔다. 마음이 급하면 길이 아닌 곳을 빙빙 둘러 가게 되는 법이다.
하늘이 참 귀신같다. 운전할 때 쨍쨍하면 차가 힘들어한다. 구름이 있어야 날이 시원하다. 하지만 나는 파란 하늘을 좋아한다. 그런 적절한 하늘이 눈앞에 나타난다. 선선하지만 푸른. 방금까지 길을 헤매고 난리를 쳤다가도 이런 날씨를 보면 또 너무 감사하단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 하늘이 정말 끝내준다.
해가 지면서는 걱정이 계속 올라왔다. 최대한 걱정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거대한 화물차가 자꾸 옆으로 다니고, 작은 차는 또 잘 없다 보니 목에 자꾸 힘이 들어갔다.
위협을 많이 느꼈지만 결국 안전하게 도착했다. 또 감사한 일이다. 시티 중심에서 주차자리도 마침 적절한 곳을 찾았다.
오늘 운전하면서 들으려고 킨 어느 강연에서 내가 고민하던 내용의 해답을 찾았다. 부정적이고 염세적이었던 내가 바뀔 수 있었던 이유, 과학적인 접근법이 있다. 방법을 들어보니 절대 낯선 방법들이 아니다. 게다가 이걸 12주만 해도 사람이 바뀔 수 있다고 한다. 와, 이런 끝내주는 연구를 한 분이 한국에 계셨다니. 그러면 뭔가 모를 힘에다 대고 또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감사합니다!
https://youtu.be/GWFxAk1doqE?si=lvU5vJ2M_ohk0Ld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