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ika와 Nanami는 항상 즐겁게 웃었다
태즈메이니아에서 나는 한 인력 관리 회사에 들어갔고, 네다섯 군데 농장과 공장을 번갈아가며 출근했다. 공장에 가면 손이 빠르다고 팀 리더 건, 보스 건 나를 좋아했었다. 괜히 그래서 공장에 출근할 때면 내 몫을 제대로 하는 것 같아 뿌듯했지만 어느 순간 나는 농장 출근을 더 많이 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그 이유는 바로 농장에서 베니카와 나나미를 만나서였는데, 이 친구들은 일본에서 왔다.
베니카는 정말 많이 웃었다. 일하는 내내 그 호탕한 웃음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베니카가 웃는 동안 나나미는 그 앞에서 약간은 덤덤한 표정으로 재밌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일본어로 얘기하고 있어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나미는 타고난 이야기꾼 같아 보였다.
이 친구들은 피부가 굉장히 까무잡잡한 데다 군살이 없었고 건강해 보였다. 쉴 새 없이 이야기하고 웃으면서도 손이 어찌나 빠른지 말하지 않고 일하는 나보다 상추를 잘라 컨테이너를 채우는 속도가 빨랐다.
농장과 공장에서 만나는 많은 외국 친구들은 같은 인력 관리 회사 사람들이었고 대부분이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사람들이라 어떤 공장이, 농장이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었다. 이 일본 친구들은 거의 그 농장에서 상주하고 있다고 했는데 왜 공장을 가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충격적인 답변을 들었다.
이 친구들은 “바깥에서 일하는 게 좋다"라며 건강하게 웃어 보이는 게 아닌가? 그 순간 아차 싶었다. 나는 바깥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다. 밖에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전까지 일주일 5일 근무 중 단 하루만 농장을 갔던 거였다. 내게 더 즐거운 일은 농장일인 줄을 모르고 말이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우리는 이런저런 서로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이 친구들이 해온 질문에 특이한 데가 있었다. 베니카와 나나미 외에도 일본인 친구가 한 명 더 있었는데 세 명 모두가 나에게 운동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거의 첫 번째로 했다.
이 부분에서 나는 굉장히 의아했다. 나는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이 질문은 보통 한국인들을 만났을 때 처음에 던지는 질문은 아니다. 내 통계상의 오류인지 모르겠지만 낯선 한국인을 만나면 그 사람이 운동을 즐겨할 확률은 아주 낮았다.
그래서 다음번에 만났을 때 “너희가 그런 질문을 해서 나는 굉장히 신기했었다”라고 말하니, 되려 운동을 좋아하는 게 왜 신기한지 신기해했다.
이 일본 친구들은 제각기 좋아하는 운동 종목 하나쯤은 가지고 있었다. 베니카는 러닝을 좋아했고 나나미는 농구를 좋아했다. 이 점도 신기해서 어떻게 농구를 하게 됐는지 물어보니 나나미는 학교에서 배웠다고 했다.
아, 의문은 여기서 해소됐다. 이 일본 친구들은 학창 시절에 당연하게 다양한 운동을 접할 기회가 있었고, 성장 중에 운동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나는 이들이 건강하게 보이고, 웃었던 이유가 그것과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했다. 물론 스포츠를 잘 교육하는 일본이 우리보다 월등하게 행복한 나라는 아니다. 일본에서 아직 사회생활을 시작하지 않은 이는 워홀 이후의 일본 생활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이미 시작해 본 이는 일본에서 도망쳐왔고 다시 돌아갈 생각이 없어 보였으니까.
하지만 이들은 힘이 들 때 운동을 하면 금방 기분이 괜찮아진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갈 길이 모두 달라 만난 지 며칠이 되지 않아 헤어져야 했다. 그리고 우리는 호주 태즈메이니아의 살라망카 마켓에서 마지막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며 헤어졌다.
다시 만난 그곳은 호주도, 일본도, 한국도 아닌 아마 낯선 나라가 될 거다. 우리는 세계의 어느 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때 만난 우리는 건강한 모습으로 여전히 풋웃음을 지으며 행복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