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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배 Zoe Aug 24. 2023

모든 공격과 동행하며 살아요

22-12-13


며칠 전에 토미가 하던 포장을 기억하고 나도 박스를 연결해서 토미에게 보여줬다. 토미랑 같은 코스를 수료 중이라고 했더니 나보고 야간대학을 다니냐고 맞장구를 친다. 토미가 무지 재밌어하며 Fishing이 어쩌고 얘기를 한다. 먹이를 던지고 먹이가 물기를 기다리는 사람 같다는 표현 비스무레 했다. 토미한테 자랑하고 나서 보니 얘기할 생각에 신나서 박스 아래에 테이프도 안 붙이고 막 노끈을 감아놓은 걸 발견했다.



퇴근 후엔 도서관에 가서 편지를 쓰고 공부도 했다. 집에 와서는 오늘 마크에게 추천받은 캔버라 여행을 찾아봤다. 마크가 크리스마스 연휴 때 다녀오면 좋을 거라고, 예술적인 도시라고 내게 말해줬다. 캔버라를 갈 생각을 하니 이제 드디어 차를 살 때가 왔구나 싶다. 미뤄둔 중고차 사기를 다시 시작한다. 매일이 짜 맞춘 듯 잘 흘러가고 있다.


어제 책을 읽는데 이런 내용이 나왔다


나쁜 일은 늘 일어나기 마련이고, 누구도 역경을 겪지 않고 인생을 통과하는 사람은 없다. 인정하며 괜한 고통에서 벗어나 오히려 모든 공격과 동행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회복탄력성에 대한 책을 읽는 중이다. 나를 위해서 읽는다기보다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읽기 시작했다. 책 첫 페이지에서 나온 회복탄력성 테스트에서 나는 거의 만점을 받았다. 나도 분명 원래 이랬던 사람은 아니었는데 어떤 경로로 이렇게 이렇게 된 건지는 모른다. 그래서 방법을 알고 싶은 마음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이 워킹홀리데이의 일상이 끝없는 공격의 날들이기도 하다. 모든 일상이 본인을 괴롭히는 것 같다고 여기는 듯하다. 유동적인 쉬프트와 그에 따라 제멋대로인 급여, 함께 사는 쉐어하우스의 빌런들, 일 못하는 코워커들이나 괴롭히는 고참들 등등 여러 군데서 공격을 받는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별 대수롭지 않게 이 일상을 흘러가듯 살 수 있는 이유는 어려운 일상이란 걸 그저 인정했기 때문이다. 어제 토미에게 한 소리 들었지만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오늘은 농담을 한다. 내가 평생 살아온 곳과 다른 이곳에 사는 일이 절대 순탄하지 않으리란 걸 받아들인다. 그렇게 공격적인 이 일상과 그저 발맞춰 걷는다. 애써서 피하지 않고 그저 같이. 중고차를 사다가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 그것을 어쩌면 당연하게 여기려 한다. 최대한 피하려면 피해야겠지만, 만약 그렇게 당하게 되더라도 당한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한다.


태즈메이니아로 갈 거란 얘기를 하니 토미는 가지 말라며 장난스레 나를 막는다. 아무렇지 않게 지역이동을 준비하는 것도 비슷한 마음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걸 그저 받아들인다. 머무르는 일상에 지냈던 시간이 길었다. 더 이상 제자리걸음은 오래 하고 싶지 않다. 그러니 빠른 장면 변환이 필요하다.


예전의 나는 마음에 드는 것은 그대로 남아 있길 바랐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가능한 한 빨리 바뀌길 바랐다. 지금의 나는 조금 다르다. 거의 모든 것에 매달리는 법이 없고, 흘러가버리는 지금임을 알기에 그냥 순간에 최선을 다해 본다. 그러면서도 항상 앞으로 나아가기를 주저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야만 멀리 나갈 수 있다는 걸 어렴풋이 배우고 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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