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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배 Zoe Sep 02. 2023

돈보다 나는 좋은 사람이 필요해요

22-12-31

오늘 소피는 돈보다 진정으로 좋은 사람 한 명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는 아직 돈방석에 앉아본 적은 없지만 나름의 돈벌이는 하며 살아왔다. 돈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기억은 배를 타기 전 8개월 정도였다. 그 이후에는 돈은 내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오히려 나는 그때부터 불행해지기 시작했다. 돈이면 뭐든 될 거라고 믿었었던 걸까? 내가 그 환경에서 지쳤고 함께 했던 모두가 행복하지 않았던 게 지금의 나를 만드는 토대가 되었다.


돈이 주는 행복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모든 행복을 돈으로 살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진심 어린 응원 같은 것, 그걸 돈 주고 살 수가 있을까? 나 또한 사람에게 더 큰 힘을 주는 건 돈보다 서로의 온기라고 믿는다.



이번 주 매거진 주제는 주변인 인터뷰다. 소피에게 부탁하기 위해 어제 소피를 만났다. 어제부터 소피는 새로운 셰어하우스 오픈 준비 중이다. 소피가 그곳에 가기 전에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며 역 앞에서 또 한참을 수다를 떨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소피는 내게 인간관계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려줬다. 마침 소피는 누군가를 돕고 그곳에 있던 참이었다. 소피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줄 때는 돌려받지 않아도 괜찮은 정도만을 주라고 했다. 소피는 돌려받을 생각도 없이 정말 많은 것들을 베푼다. 그런데도 가끔은 본인이 이기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라고 했다. 사람들을 돕는 기쁨이 어찌나 큰지 가끔은 도움을 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덩실덩실 춤을 추게 될 정도였다고 했으니까.



오늘 오전에는 소피의 삼겹살 파티에 초대됐다. 소피의 이동 편이 되어주고, 공사 중인 가라지에 가서 기둥을 좀 잡기도 했지만 많이 받은 시간이었다. 망고 주스와 삼겹살, 찐한 믹스커피까지 맛있는 것들로 가득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먹을거리에 행복했다기보다 그 시간 동안 나를 알아봐 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좋은 이야기를 나눠주는 소피 덕에 나는 행복했다.



소피를 그냥 지켜보면서도 나는 많은 걸 배운다. 알고는 있지만 볼 때마다 신기하다. 바닥에 쪼그려서 먼지를 싹싹 닦고 열심히 공사의 잔해를 쓸다가 갑자기 춤을 춘다. 기분이 너무 좋다면서 즐거워한다. 일을 하는 대니를 보며 갑자기 귀여워 죽겠다고 볼을 꼬집기도 한다. 그런 노부부를 바라보자면 기분이 얼마나 흐뭇해지는지 모른다.





저녁에는 New years eve의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주디를 만났다. 우리는 먼저 9시에 키즈들을 위한 불꽃놀이를 봤다. 어쩐지 사람들이 별로 없다 했더니 불꽃이 잘 보이지 않는 위치였다.



한참 헤매다 보니 출출해서 과자 한 봉지를 샀다. 그런데 백지수표처럼 가격표가 비어있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과자 한 봉지에 11불이다. 6불인 과자도 사 먹을 때마다 손이 떨리는데 치토스 한 봉지에 만원을 주고 사 먹는 게 됐다. 그런데 결제 과정 중에 오류가 생겨서 다시 계산하려고 보니 가격이 12불이 됐다. 부르는 게 값이란 말은 바로 이런 거겠지.



진짜 불꽃놀이는 자정에 한다. 키즈 불꽃놀이를 보고 나니 자정까지는 두어 시간쯤 남았다. 이번에는 진짜 명당을 찾기 위해 2시간을 헤맸다. 비밀통로 같은 신비한 틈새 길들을 걸었다. 때때로 등을 밝힌 배들이 보이는 동네의 가장자리와 명당에 위치한 총리의 관저도 지났다. 길 중간에 갑자기 사람들이 와글와글 모여있다 싶으면 기가 막히게 하버브리지가 보인다. 그 옆을 지날 때마다 색을 밝히고 있는 하버브리지의 끄트머리가 보이기 시작해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정말 많이 헤맨 탐험이었다.



겨우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2023년의 시작을 성대한 불꽃과 함께 했다. 모두가 헤맸는지 꽤나 지쳐서 앉아 있었다. 종종 누워있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새해를 맞을 때만은 달랐다. 다 함께 일어서서 저 멀리 하늘을 바라보며 소리쳐서 카운트 다운을 했다. 그리고 다 함께 해피 뉴이어를 외친 그 순간을 나는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다. 어찌나 찬란했는지 모른다. 적당한 혼란스러움과 흥분이 섞여 있는 공기 속에서 난 마치 부유하는 기분이었다. 호주의 많은 찬란한 순간들에 주디가 함께할 때가 많았다. 오늘 같은 많이 헤매는 탐험길에도 지치지 않게 함께해 주는 주디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낀다.





매거진의 인터뷰들을 모으고 보니 따뜻한 말 투성이다. 덕분에 더 많이 행복한 연말연초가 되었다. 이 사랑에 힘입어 한층 더 따뜻한 사람이 되어 다정을 퍼뜨려야지. 새해에는 꼭 더 따뜻해져야지 다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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