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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쉬플랏 Aug 14. 2021

하루를 시작하는 한 접시

오늘의 단어: 아침

 프랑스 제빵사들의 아침은 유난히 일찍 찾아온다. 매일 출근 전에 들르는 손님들을 위해 바게트와 크루아상을 내놓아야 하니, 가게마다 동네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새벽 두 시에서 네 시 사이에 일을 시작한단다. 새벽 두 시라니, '이른 아침'보다는 '늦은 밤'에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남들 다 자는 깜깜하고 추운 시간에 작업에 착수해야 하는 제빵사들은 힘들겠지만, 나는 갓 나온 바게트에 버터와 잼을 얹고 커피나 핫 초콜릿을 마시는 프랑스식 아침 식사를 아주 좋아한다. 꼭 프랑스식이 아니어도 괜찮다. 내 취향대로 익힌 몽글몽글한 계란, 바삭하게 구운 토스트와 견과류나 과일 잼을 얹은 요거트, 못다 떨친 졸음을 쫓아주는 시원한 오렌지 주스. 전날 술을 마셨다면 뭉근하게 끓여낸 누룽지나 보드라운 게살 죽도 좋다.


 대학생 시절까지는 아침에도 엄마가 차려주시는 밥과 찌개, 반찬을 먹었다. 지금보다 기초대사량이 높았고, 잘 챙겨 먹고 나가도 열한 시쯤이면 허기가 져 학교 매점으로 향하던 때였으니 그렇게 든든한 식단이 제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십 대 중반에 혼자 살아본 뒤로는 우선 한식 한  상으로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게 얼마나 귀찮고 고된 일인지 알게 되었다. 일어나자마자 밥  한  공기를 비울만큼 왕성했던 식욕도 점점 사그라들고 있었다. 익숙했던 아침 메뉴가 여러모로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그때부턴 밥과 찌개 대신 점심이나 저녁과 차별되는 아침 메뉴만의 매력을 만끽하기 시작했다. 평일에는 아침 먹는 이십 분을 자는 데  쓰고 싶어 아몬드 밀크 한 잔으로 때우지만 휴일 오전에는 느지막이 일어나 그날의 컨디션에 맞게 차려먹는 즐거움을 누린다. 그렇게 시작한 하루는 뭐든 내 리듬대로 흘러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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