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1970년대 퓨전 재즈 - 록과 전자 음악의 유입
클래식쟁이 쏘냥의 재즈 이야기,
프리 재즈를 통하여 점점 그 음악 스타일이 다양해져가던 1960년대를 지나며 재즈 음악은 그 음악적인 특징을 '고전', '낭만' 이런 식으로 하나의 단어로 정의 내리기 힘들어지게 됩니다. 재즈의 춘추전국시대나 혼돈의 시대, 진정한 자유의 시대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 시기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1970년대 재즈 음악을 크게 '퓨전 재즈 (Jazz fusion)'으로 표현할 수는 있습니다. 1960년대 말에 나타나 70년대부터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는 재즈와 다른 음악 장르의 '융합'을 포괄적으로 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록 음악이나 전자 음악, 남미에서 전해진 라틴 음악, 그리고 유럽의 낭만주의 실내악 음악 등과의 융합을 통해 탄생한 '퓨전 재즈'는 넓은 의미에서 '프리 재즈'의 범주에 속한다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70년대 퓨전 재즈가 흥행할 때 많은 재즈 음악 비평가들은 '프리 재즈는 죽었다'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그 시기에도 프리 재즈는 잠시 유행에서 멀어진 것이었지, 사라진 것이 아니었으며 스윙이나 비밥과 함께 끊임없이 재유행해왔으며 프리 재즈의 정신이 없었다면 퓨전 재즈가 탄생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 점점 그 음악적 스타일과 특징의 경계가 무너져가고 있었으며 서로 너무나 많은 영향을 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퓨전 재즈는 '찰스 로이드 콰르텟 (Charles Lloyd Quartet)', '개리 버튼 콰르텟 (Garry Burton Quartet)' 등의 60년대 음악에서 그 시작을 알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퓨전 재즈는 '마일스 데이비스 (Miles Dewey Davis III, 1926-1991)'의 1970년 앨범 '비치스 브류 (Bitches Brew)'에서 록 음악이 융합되는 것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퓨전 음악'의 유행이 일어났다 볼 수 있습니다.
70년대 초는 록 음악의 추락이 있던 동시에 록 음악과 재즈 음악의 융합이 함께 일어나는 시기였습니다. 또 일렉트릭 기타나 일렉트릭 피아노, 신시사이저 등 전자 음향 악기들이 추가되며 전자 음악과의 융합이 함께 일어났습니다. 이는 클래식 음악에서 전자 음악과의 융합 등을 시도하던 실험 음악과도 그 맥락을 함께 하고 있는데요. 이는 마이크, 음향, 녹음 기술의 혁신적인 발전과도 많은 연관이 있습니다.
사실 1939년에 이미 '베니 굿맨 6중주 (Benny Goodman's Sextet)'이 일렉트릭 기타를 사용한 적이 있긴 하지만, 현대 서양 음악에서처럼 실험적인 시도로 융합되었던 전자 음악이 본격적으로 재즈에 스며들기 시작한 것은 이 '퓨전 재즈'의 시대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어떤 장르가 크게 흥행하면 그 장르를 부정하며 본질적인 음악으로의 회귀를 추구하는 뮤지션들이 등장하는 것이 음악사의 흐름인 것 처럼, 재즈와 록음악, 그리고 전자 음악과의 융합으로 인하여 이런 실험적인 퓨전 재즈 음악이 부흥하자, 70년대 후반에는 전자 음악이 아닌 전통적인 악기의 본연의 화성적인 소리에 집중한 음악을 추구하거나 무반주의 재즈 솔로 음악을 추구하는 음악가들 역시 대거 등장합니다.
특히 이런 무반주 재즈 솔로 음악들은 클래식의 낭만주의 음악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지요.
'존 콜트레인', '토니 스콧', '폴 혼'과 같은 뮤지션들의 음악으로 시작된 라틴이나 아시아, 인토 음악의 요소를 더한 재즈 음악들은 '월드 음악 (World Music)'이라는 장르로 완성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재즈 음악은 프리 재즈, 퓨전 재즈를 거쳐 수많은 스타일로 세분화됩니다. 이렇게 다양하게 확장되어가던 재즈 음악은 80년대에 들어 하나의 스타일을 탈피하고 그 스타일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시도가 끊임없이 나타나게 됩니다.
다음 시간에는 드디어 대망의 '재즈 역사'에 대한 마지막 시간으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1980년대 이후의 재즈 음악의 발전 방향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본 칼럼은 www.soipark.net 에 올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