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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냥이 Aug 03. 2018

영화를 살린 클래식 #39

음악 영화 이야기 3. 영화 클라라, 두번째 이야기

안녕하세요.

매달 세번째 주에 "영화를 살린 클래식" 칼럼으로 찾아오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쏘냥 (박소현)"입니다.


여성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클라라 슈만과 브람스, 로베르트 슈만의 삼각 관계를 그리고 있는 영화 '클라라 (Geliebte Clara)', 그 두번째 이야기 시간으로 영화의 줄거리와 등장한 여러 클래식 작품들 중 유일하게 클라라 슈만이 작곡한 작품에 대해 다뤄보려 하는데요.


영화 '클라라'의 줄거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영화 '클라라' 포스터 [출처: 구글 이미지]



1850년, 낭만주의 문화의 꽃을 피우고 있던 독일, 그리고 그 중심에 있던 도시 뒤셀도르프의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 자리를 수락한 40세의 로베르트 슈만은 9살 연하의 아내이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클라라 슈만과 5명의 자녀들과 함께 뒤셀도르프로 이사를 오게 됩니다.


작곡가로는 이미 마에스트로의 명성과 인정을 받고 있었던 슈만,

그러나 지휘자로서의 역량은 부족하였던 슈만에게 뒤셀도르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매우 버거운 자리였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끼와 재능이 넘치는 젊은 음악가 브람스가 슈만과 클라라 가족의 집에 문하생으로 들어와 살게 되며 이 젊은 음악가와의 사제 지간을 넘어선 음악적 교류, 그리고 클라라와의 삼각 관계 사이에서 괴로워하게 됩니다.


정신적인 고통 속에 약물에 의존하는 슈만, 그리고 그의 곁에서 힘겨워하는 클라라는 젊은 브람스에게 마음이 흔들리고, 브람스 역시 클라라에게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결국 그 모든 것을 함께 공유하고 힘들어하던 슈만은 라인 강에 투신 자살을 시도하게 됩니다.

요양소에 자신을 가두고 흉측하고도 괴기스러운 치료 (?!)를 받던 슈만은 결국 2년 후 사망하고, 클라라와 브람스는 그들의 감정을 기억으로 남긴 채 음악으로만 표현하게 됩니다.



영화 속에서 클라라 슈만의 로망스가 등장하는 장면 [출처: 영화 '클라라']



영화에서 클라라 슈만이 작곡한 작품은 단 한 장면에서만 등장하는데요.

바로 브람스의 작품에 감동한 클라라와 로베르트 슈만이 브람스를 초대한 후, 클라라 슈만이 브람스의 피아노 작품을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동안 등장한 브람스가 화답의 의미로 클라라와 로베르트의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에서입니다.


여기서 로베르트 슈만이 "어떤 곡을 연주하려 하는가?"라고 묻자,

"슈만이 브람스를 연주하였으니, 브람스는 로베르트 슈만을 연주해야죠! 저만의 방식으로요!"라는 말과 함께 피아노 앞에 앉은 브람스가 연주하는 곡이 바로 클라라 슈만의 '피아노 독주를 위한 로망스 작품번호 11번 (3 Romances for Piano, Op.11)' 입니다.


브람스의 선곡에 놀랍고 반가워하는 클라라와 조용히 브람스 옆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긴 후에 낮은 성부를 함께 연주하는 로베르트 슈만,

이 장면은 브람스와 클라라, 로베르트 슈만, 이렇게 세사람의 음악적 교감을 통한 사제 지간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이자 복잡한 이들의 관계를 음악적으로 모두 드러내어주는 매우 감동적이고도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어린 시절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아노 앞에 앉아있는 클라라 [출처: 위키페디아]



클라라 슈만의 로망스 작품번호 11번은 클라라가 로베르트 슈만이 그녀의 아버지 비크와 법정 공방을 벌이며 결혼을 하기 위해 애쓰던 1839년, 20세의 나이에 완성하여 로베르트 슈만에게 헌정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1년 뒤인 1840년, 슈만과 클라라가 결혼하던 해에 출판된 작품입니다.


1번 안단테 (Andante)

2번 안단테와 알레그로 (Andante und Allegro)

3번 모데라토 (Moderato)

이렇게 3개의 로망스로 이뤄진 작품으로, 영화 속에서는 2번째 로망스인 안단테와 알레그로의 주요 테마를 변주하여 연주하고 있습니다.





브람스가 로베르트 슈만에게 헌정된 클라라슈만의 어린 시절 작품을 '브람스가 로베르트 슈만을 연주하겠습니다. 저만의 방식으로요!'라는 대사와 함께 연주한 것은 영화 속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브람스는 '가족과 생계(를 상징하는 로베르트 슈만)'에 얽매인 삶이 아닌 정처없이 떠도는 새나 세상을 모르고 장난을 좋아하는 철부지 어린 아이와 같은 자유로움을 상징하며,

어린 시절 세계적인 피아노 신동으로 활발한 연주 활동을 다녔던 클라라에게 다시 '젊음'을 동경하고 쟁취하도록 유혹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영화에서 유일하게 등장하는 클라라 슈만의 작품이 이 장면에 등장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데요.

이는 클라라 슈만이 로베르트 슈만과 브람스의 갈등의 뿌리이기도 하지만 그들을 음악적으로 연결시킨 매개이기도 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로베르트 슈만, 클라라 슈만, 그리고 브람스



클래식 음악사의 중심에 서 있는 두 음악가 로베르트 슈만과 브람스, 그리고 그들의 뮤즈 클라라 슈만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 '클라라',

세번째 이야기에서는 영화 속 슈만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오게 된 음악적인 장벽과 고뇌, 그리고 클라라에 대한 열등감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다른 칼럼들과 연주 일정, 레슨 등은 www.soipark.net 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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