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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e Park Jun 05. 2019

나는 '취준생'입니다

『취준생 일기, 유니유니』

『취준생 일기, 유니유니』

대학에서의 마지막 학기가 끝나갈 때쯤 졸업 후 삶에 대한 걱정이 불안감이 되어 나를 무겁게 눌렀다. 걱정과 불안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10년을 넘게 학생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살다가 이제 더 이상 학생이라는 이름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마치 넓은 바다 한가운데 조그마한 종이배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지금까지의 선택은 어느 고등학교를 가야 할지, 대학교를 가야 할지 정도의 선택이었는데 졸업 후 미래에 대한 선택은 갑자기 객관식에서 서술형 문제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출처 게티이미지)

'취준생'


이렇게 우리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학생이라는 이름표를 떼고 또 다른 이름표를 목에 걸기 위해 발버둥 친다. 이 시기에 우리의 이름은 '취업준비생'이다.


많은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취업준비를 마음먹으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SNS나 지인들 과의 연락을 멀리 하는 것이다. 이 시간을 마치 성공을 위한 준비의 시간으로 여기며 감추고 숨기려고 한다. 이 시간을 미래를 위한 희생의 시간으로 여긴다. 타인과의 관계를 멀리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이 취업하는 모습을 보며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기 위함이거나 지금 자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기에 부끄러운 모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자신의 화려한 모습만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잘 사는 척 괜찮은 척하며 살아간다. 그러한 사람의 심리를 가장 잘 이용한 것이 SNS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은 숨기고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오려 올리면 된다.


그러한 화려한 SNS 속에 나의 눈을 끌었던 한 인스타 툰이 있었다. 고등학교 체육복을 입고 친근한 방을 배경으로 취준생 캐릭터를 만들어 자신의 모습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취준생 툰이었다.

 

유니유니 작가 인스타그램 (@yoonee3326)


마치 내방 같은 디테일 함과 누구나 한 번쯤은 겪을 법한 일상의 작은 이야기를 담아내서 일까. 유니유니 작가의 이야기는 이웃집 언니의 일기장 같은 친근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 속에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작가와 같은 '취준생'들에게는 성공한 사람들의 조언 아닌 충고 같은 명언보다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의 솔직한 한탄이 진심 어린 위로가 된다. 그것이 작가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유니유니 작가의 만화가 책으로 출간되었다. 인스타에 업로드되어 있는 만화와 미공개 분을 포함하고 있다. 그동안 인스타에서 차근차근 봤던 이야기들을 다시 보는 것도 좋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이러니하게 책의 가장 맨 앞장 일러스트였다.

 

나는 취준생이 된 후 인간 바늘이 됐다.


고3 수험생활, 수능 이후, 취업 준비를 하면서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게 되었다. 나보다 잘난 사람들만 눈에 들어오고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나는 한없이 작아 보였다. 그렇게 나는 바늘이 되어 나를 찔렀다. 또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위로하는 사람들의 말이 나를 질책하는 말로 들려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아 졌다.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나의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이 짧은 글과 그림 하나에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인스타툰이라는 형식으로 인해 만화의 한 회 분량이 10컷 이내로 구성되어 매우 짧다. 이러한 형식을 책으로 옮겨서 보니 인스타 형식보다는 집중도가 떨어지는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짧은 글과 그림에도 하나하나 많은 생각이 담겨 있었다.


유니유니 작가와 같이 취준생인 많은 독자들에게는 성공한 사람들의 조언보다는 같은 상황에 있는 작가의 이야기를 통한 공감이 더 진심 어린 위로로 다가올 것이다. 이것이 작가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나와 같이 취준생은 아니지만 유니유니 작가의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녀의 솔직함을 좋아하는 것 같다. SNS라는 공간은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다. 그곳에서 내가 솔직해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것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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