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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닥 김훈 Dec 21. 2023

<다시 파리, 그리고 비엔나 19> 다시 혼자가 되다.

오늘은 비엔나에서 덩치큰 남자와 헤어지기로 한 날이다. 덩치큰 남자는 한국으로 먼저 돌아가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 그래서... 덩치큰 남자가 원하는 곳을 가기로 했다. 공원..


공원 이름은 turkenschanzpark.. 이라는 곳이다. 복잡하기는 하지만.. 우리말로 하면.. 터키요새공원이다. 놀랍게도 이곳은 이슬람세력 그러니까 터키와 유럽이 맞붙은 격전지였다. 그리고 여기서 터키군 진지가 구축되어 있었고.. 이를 합스부르크가 왕가를 주축으로한 유럽연합 군대와 싸워 이긴 역사적인 장소라고 한다. 음..이것은 생각보다 큰 역사적 사건인데.. 이슬람 세력의 확장을 막은 유럽 입장에서는 주요한 역사적 사건 장소인 것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를 추천한다. 

확실히 여행은 지식이 쌓이는 과정인 것 같다. 이런 세계사적 장소가 이곳에 있다니.....


하여간.. 물론, 그렇다고 나와 덩치큰 남자가 이것을 확인하고자 이 터키요새공원을 온 것은 아니다. 아르투어 슈니츨러(Arthur Schnitzler)를 기억하기 위해서 였다. 그는 극작가로써 저명하며.. 단막극 '아나톨' 등으로 명성을 얻었으며.. 특히,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적 바탕을 가지고 상당히 독특한 희곡.. 혹은 소설을 세상에 보여준 작가다. 참고로 그는 의사활동을 간판만 걸어둔 정도였다고 한다. 오히려 전업작가에 가깝다. 


덩치큰 남자는 정말 다양한 박식함을 나에게 선사해 주었다. 그가 지루한 영화 평론가이지만... 그는 정말 예술적 지식의 보고와 같은 사람이다. 내 대학 시절의 가장 큰 선사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오스트리아는 서유럽과 동유럽의 경계에서 변화를 추구하고 몹시 역동적인 모습을 보인 장소라 할 수 있다. 그 중심에 빈분리파가 있고.. 슈니츨러 역시 그 중 한명으로써 주요한 모습을 가진다. 물론, 여기에는 그 유명한 프로이드도 있다. 그가 예술가로써 한 서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정신분석학은 분리파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교류의 중심에 그도 있었던 것이다. 


어찌하건 덩치큰 남자는 그를 보고 싶어했고.. 우리는 이 공원에 와 있었다. 다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같이 사진을 찍어본적이 없는 것 같았다. 꽤 같이 여행을 종종했는데.. 같이 찍은 사진은 생각 외로 귀하다. 푸우~

그리고 공원주변에는 나름 비엔나의 고급주택가가 형성되어 있다. 좀 언덕진 곳이라 그런지.. 언덕위의 상류층은 여기에도 형성이 되어 있었고.. 슈니츨러가 살았던 집도 이곳에 부근에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향해 걸어갔다. 

 그의 꽤 오랜 시간이 이곳에서 보내졌다. 그리고 죽어갔다. 위대한 작가의 생이 이곳에 있었던 것이다. 그 건물을 기웃거리다 보면 위 사진과 같은 작은 현판을 볼 수 있다. 들어가 볼 수는 없었지만... 구경을 통해 위대함을 소박하게 간직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시내로 들어와 거리를 걷고.. 점심을 먹고 'MANZ 서점'을 둘러 보고 싶어 갔다. 여기 역시 분리파의 한 인물인 아돌프 로스가 설계한 곳이다. 중요한건 입구다...^^.. 서점 안은 그날 쉬는 날이라 들어갈 수 없었지만.. 그냥 그 서점 입구를 볼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하며.. 덩치큰 남자와 나는 비엔나 거리를 이리저리 걸어다녔다.


그리고.. 비엔나 중앙역..   .

남자는 또다른 덩치큰 남자를 떠나 보냈다. 남자는 남자를 떠나 보낸 것이기에 절대 슬프지 않았다. 슬프면.. 이상해지는 것이다. 사실 슬프지 않았으니.. 어차피 난 덩치큰 남자를 결국 또 볼 것이고.. 어쩌면 죽어서도 볼 가능성이 높다. 그건 나건... 서로의 죽음의 장소에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어찌하건.. 남자는 남자를 떠나 보낸 것이다. 물론, 플랫폼 안내판의 부다페스트를 향하는 그런 것은 아니었다. 더 먼.. 한국을 향한 옆 건너편 플랫폼 비엔나 공항을 향하는 기차를 태워 보냈다. 


응.. 부다페스트..??!


아.. 비엔나에서는 부다페스트를 기차타고 갈 수 있는 거야..!!

그래서 남게된 남자는 '프라하'를 당일로 가보기로 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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