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녀가 돌아왔었다.
잠시.. 물론 참 오래된 이야기다. 몇 년 전일까 한 칠 년 전 그래 그때 잠시 그녀가 하루 돌아왔었다.
난.. 그냥 보기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생각이 없다.
건조하건 말건.. 난 항상 멍했던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그냥 보냈던 것 같기도 하고, 잠시 돌아왔던 그녀를 문득 생각해보는 건 무얼까.. 너무했다는 생각이 지금 들어서일지도 모르다. 제법 멀리서 왔는데 나는 생각 외로 너무 담담하게 쳐다보고는 그냥 인사만 했던 것 같다.
멀리서 왔는데..
역시 난 건조한 듯
제법 많은 영화를 본 것 같은데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직 모르겠다. 뭐가 제일 좋았을까.. 나는.. 꽤 오랜 시간 봤던 것 같고, 아직도 보는 것 같은데.. 뭘 좋아할까.. 그런 거 정도는 알아도 될 것 같은 나이인데 나는 여전히 잘 모르는듯 하다..
그녀가 왔을 때 물어봐 주기라도 할 걸 그랬나..
아님 뭘까.. 어쩌면 삼류소설을 쓸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이젠 그녀가 궁금하지도 않다.
그래.. 벌써 그렇게 되었던 거다.. 그녀가 나는 이제 궁금하지 않다.
신기하다. 그렇게 궁금해할 것만 같고 그리울 것만 같던 것이.. 이제 아무런 기억이 없는 사람 같다. 인형처럼.. 아니면 마네킹..
아.. 마네킹..
인간을 대신한 최초의 물건이라 생각하는 인간형상의 그 무엇.
마네킹… 그것에 어떤 뭔가가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을 나는 항상 한다. 그리고 감정이입도 해보려 하고.. 약간의 충동도 있는 듯하다. 약간의 충동이라.. 그래 그런 게 항상 있었서 나는 그 마네킹에게 무의식적인 집착을 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내가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궁금한 사람이 있다. 더불어 더 관계를 지속해보고 싶은 약간의 마음도 있었던 그래 그게 진실일 것이다. 근데.. 신기하게도 우연은 모든 것을 말소시켜주었다.. 우연은 약속을 어기게 해 주었고, 우연은 관계를 접어주었다. 그리고 성격은 그 우연을 받아 적었던 것 같다. 받아 적고.. 그대로 흘렸던 것 같다. 그리고 한 동안은 궁금하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 한 동안.. 두 동안 모 이런 식의 감성들은 나의 기억들을 잘 정리해주었다.
난 드물게 꿈을 기억할 때가 있다. 드물게.. 그러니까 매일 꾸는 꿈 중 내가 기억하는 것은 거의 없다. 그러다 문득 기억하는 게 있다. 하지만 그 기억은 항상 성수동 어린 시절의 모습들이다.. 셋방살이하던 꼬마 모습에서부터 주변 사람들.. 그리고 일들.. 그런데 그 기억이. 가끔 나도 모르는데 꿈으로 기억한다. 도통.. 난 아직도 꿈속의 나이는 국민학생인 듯하다.. 아직 꿈속의 나는 성장을 못한 것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등등 나는 아직도 해야 할 것이 꿈에는 많은데 현실의 나는 이미 나이가 사십을 넘은 중년이 되었다.
그래도 가끔 ‘심이영’이라는 이름은 웃게 한다.
‘심이영..’
존속 불안의 사유를 인간은 다 가지고 있는 듯하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나도 그렇고.. 문득...이라는 말을 좋아했던 것 같은데.. 합리적이지 못해… 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총총이라는 말은 아직 좋다..
이만 총총
내가 누군가에게 무슨 영향을 주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향이라.. 푸우. 그런 게 있을 리는 없다. 생각의 일관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나는 어려울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그랬는지도 모른다.. 우연을 기다렸는지도 그래서 그 우연을 적었는지도 모른다. 우연이라는 것을 기다려면서..
뭔가에 대한 기대? 그래 기대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우연을 통해 기대를 버릴 기회를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스스로 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스스로 한 말을 위배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스스로 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연이 찾아와 주었고.. 나는 우연을 잡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일상적인 휴지통 비우기 같은 일을 한듯하다.
그런거 보면 감성이라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잘 건조되는 식물인것 같다. 건조하다보면 지나치게 말라져있고 그러다보면 없어지는 거다. 물론 이런 생각도 아마 사라질듯하다.
암스테르담을 가고 싶다....
*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