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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닥 김훈 Nov 23. 2021

<암스테르담#2~#4> 살인!

#2

암스테르담에 도착했을 때는 기억이 없었다. 공항을 떠나 기차역을 떠나 막상 역 광장으로 나왔을 때는 공사장 같은 소음이 가득했다. 살아가면서 이곳을 와 본 적도 없었고 그렇다고 딱히 동경한 적도 없었지만.. 나는 한 친구의 말만 듣고 이곳을 와 보고 싶었다. 특히나, 내가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면 한번 가봐야지 그런 생각을 했고, 그런 시간이 올지 말지는 몰랐다. 


그런 내가 지금 이곳에 도착을 해....  버렸다.


제대로 된 기억 하나 없고 기대했던 그런 것도 우연으로 보내 버린 체.. 모가 기억에 있었는지 난 이곳에 와 있다. 다만, 이곳은 공사가 너무 많은 것 같다. 사방에서 들리는 소음들이 나를 외국이 아닌 공사판 입구에 던져진 듯한 기분으로 소음에 시달려야 했다.


기분이 우울하거나 답답할 때는 산책을 했다.


딱히 이렇다 할 취미가 없었던 것 같은 나에게.. 난 칸트 같은 취미를 가지고 싶었다. 항상 그 시간에 그 길을 걷고 싶었던 것이다. 욕심처럼 나는 그런 생각을 했지만, 한 번도 그 시간에 그 길을 걸어본 적은 없다. 다만 난 아무 시간에 아무 길이나 걸었다. 걷는 길이만큼 나는 혼미했던 것 같고 걷는 시간만큼 나는 주저했던 것 같다.


그래서 도피를 했던 것이다. 나이가 사십이 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나는 안타깝게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사십이 되어버린 나는 가끔씩 길을 잃고 걸어 다녔다. 그러다 오 년 전 아니… 그래 그런 기억은 없었을 것이다..


그냥 한 십 년 전이라고 해두자.. 십 년 전 죽었던 친구가 암스테르담을 가면 가벼운 약물에 취해 노숙을 하다 서러워 울 수도 있다고 말을 했었다. 근데 그 나이 나는 그 말에 어떤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친구는 그냥 죽었다.


그냥 죽은 친구는 나한테 해준 말이라고는 그거 하나다 대충 친했던 것도 같은데 대화라는 것은 없었다. 어쩜 그 친구는 나를 친구가 아니라 연인으로 좋아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그래도 널 사랑하잖아'라는 말을 가끔 하곤 했다.


그래서 난 고맙다는 말도 했다. 진지할 필요가 없는 말에 난 정말 고마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친구는 죽었다. 가벼운 마약이라고 할 만한 것을 잔뜩 먹고 오층 높이의 건물에서 뛰어 버렸다.


자식은 높은 건물들도 많은데 겨우 오층높이 건물에서 뛰어 죽었다. 친구는 그날도 나를 불러주었다.

난 그때 사람이 죽으면 어떤 모습으로 분해되는 지를 지나치게 자세하게 알아야 했다. 지나치게... 말이다.


친구는 가끔 나 보고 양성애자 같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난 그냥 떠드는 기계처럼 ‘그런가’라는 말을 했다. 정말 그랬나..


가끔 난 무성애자인 듯도 한 것 같은데.. 어찌하건 친구는 그렇게 죽었다. 근데 난 그 친구와의 추억이 없다는 사실을 늦게야 알았다. 그래서 친구의 마지막이 인상적인 추억이 되어버렸다. 더불어 친구의 유언 같던 암스테르담..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일 년에서 오 년 사이 나에게 그녀가 잠시 돌아왔고 그가 있었다. 물론 우연으로 종식시키고.. 그리고 또 더 흘러 십 년이 되어 주었다. 그러니까.. 지금의 내가 존재하게 된 것 같다. 사실 난 그 오 년 사이에 결혼을 했고.. 그러다... 살인을 한 것 같기도 했다… 그게 날 여기로 오게 한 것 같다.. 잘 기억 안 나는 그 일들을…. 알고 싶어서 말이다..


#3

난 네가 그냥 떠나는 것을 반대해.. 그냥 이렇게 떠나면 도대체 이게 말이 되냔 말이야.. 그냥 떠난다고.. 그냥.. 이렇게 그냥..


응.. 그냥 이렇게 다녀와야 겠어.


넌  그 여자.. 그러니까.. 니 부인 좋아하고 사랑했잖아.. 그게 아니었어? 그런데 그녀가 죽자마자 그냥 떠나겠다고.. 그게 지금 네가 할 소리야.. 이것저것 둘러보고.. 그래야 하잖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냥 가버리겠다면... 넌 도대체 모야.. 


미안.. 그래도 가야겠어..


공사장 길을 지나 나는 뒷골목으로 향했다. 좁은 길을 헤매면서 나는 다소 매콤한 요리를 했던 집을 다시 찾아냈다. 요리 제목은 몬 지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그냥 그림을 보면서 나는 기억을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이 요리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

아.. 음.. 예... This is... Please


음식은 맛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그냥 멈추는 느낌이 자꾸 든다. 왜 난 여기에 있을까...


삼층 남짓한 건물들이 지독히 빽빽이 서있는 거리를 보고 있으면 이국적이라는 느낌보다는 답답함이 숨을 막히게 한다. 사람들이 들어갈 틈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어디로 가야 그 사이사이를 빠질 수 있는지 알길 없는 길이다.


여보세요..


아.. 안녕하세요.. 강형사입니다.


아.. 예 무슨 일로..


떠나신다면서요..


예.. 잠시.. 아니 잘 모르겠어요. 다만 떠나는 건 맞아요


음.. 좀 더 있다 가면 안될까요. 보통 이런 경우 의심하기 일쑤이니까요. 부인의 사망원인이 아직 정확히 나오지 않아서 그런데 불필요한 오해를 사실 수도 있어요.. 더불어 경우에 따라서는 불리한 증언들이 나올 때 반박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르고.. 주변에서는 남편분을 좀.... 미안합니다.. 정황에서 좀.. 그래서..


아예 이해합니다. 그런데 이런 말씀을 드리면 어떨는지

전 괜찮아요..

다만, 제가 지금 나갈 수 있다면 나가고 싶습니다. 제가 나가는데 문제가 없나요?


물론 예.. 문제는 없습니다. 예.. 문제는 없죠..


그럼 나갈까 합니다.


음.. 언제 돌아오실 건가요? 그럼.. 그거는 말씀을 해주시는 게 좋을듯합니다.


형사님은 절 이해하려고 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군요.


예? 모 글쎄.. 그냥.. 모.. 그렇습니다. 전 남편분이 살인을 했을 거라 생각은 안 듭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음.. 불쾌하시다면..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역시 상관없습니다.

어찌하건 나가고 싶습니다. 그게 한 달이든 모든.. 말이죠..


음.. 그럼 돌아오신다는 약속을 좀 해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그런 나라가 이민이나 그런 걸 받아주는 곳은 아니지만.. 어쩠든 남편분께서 그 약속을 저한테 해주셨으면 합니다.


돌아온다..


예.. 지금 간다는 이야기만 할 뿐 돌아온다는 말을 안 하셔서.. 보통 갔다 온다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남편분은 간다라는 말만 하시는군요.


돌아온다.. 하아~ 돌아온다.


출발하는 날 고맙게도 비가 내렸다. 그것도 많이. 까만 하늘에 적막한 어둠 그리고 멍한 불빛들이 공항 주변을 맴돌았다. 비는 계속 내 어깨를 누르고 나는 별다른 짐 없이 공항을 들어갔다.


기어이 가는구나..


응.. 아마도..


망할 자식.. 너는 네가 지은 죄를 회피하는 거야.. 난 그렇게 느껴..

너처럼 이기적인 놈이 그런 여자를 만난다는 게 불공평하고 지랄 스러 넌 정말 나쁜 놈이야. 겉으로는 착한 척은 다하면서 해맑은 얼굴로 넌 무서운 짓을 한 거야.. 알아. 너 같은 놈은 천벌을 받아 죽어야 해..

야이 이 나쁜 놈아..


이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든 시선을 잡으면서.. 나도 모를 짓을..

날 그만 내버려 둬 제발


난 이 두 마디를 하고 친구를 떠나 공항에 도착했다.

다행히 비는 계속 왔다. 그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비가 계속 와준다는 것만큼 나에게 위안이 되는 일은 없었다.


#4

그러니까 말이야. 나는 당신이 문득 사라질까 봐 두려워..

나의 악몽은 말이야 그런 거야


슈퍼에 잠깐 두부 사러 간다고 했다가 들어오지 않는 당신의 모습이다. 문득 실종된 당신.. 아마 난 그렇게 되면 미친 듯이 돌아다니지는 못할 거야.. 아마 하염없이 울면서 멍해져 버릴 거야.. 마치 가뭄에 타들어버리면서 스스로 가지 하나씩 도려내는 나무의 습성처럼 그렇게 말이야 


'오빠는 왜 그런 생각을 해.. 내가 왜 사라져.. 절대.. 난 오빠 옆에 있을 거라고.. 걱정은'


그래.. 난 그것을 원했다. 또 두려운 악몽은 그 실종 후에 간신히 찾은 그녀의 입에서 실종이 아니라 떠난 것이라는 표현이 입에서 나올 때였다. 실종으로 믿었던 그녀의 모습이 사실은 탈출이었다면.. 나는 어떤 모습의 사람으로 그녀에게 살아있었을까... 그런 것은 모두 악몽이다.


'그래서 죽인 거니.. 니 안사람을 니 옆에 영원히 두기 위해서'


친구는 그의 사랑이 나에 의해 절연된 것이 억울했던 것일까 그는 내 아내의 죽음에 지나치게 집착했다.


'혹시 말입니다. 친구분.. 그 친구분 평소에 좀 이상하지 않았나요?'


'네??' '갑자기 왜 그 친구는..'


'아 모 관심이 지나치면 오히려 의구심을 가져보는 게 이쪽 습관이라서요. 물론, 친한 관계 속에 있었다는 것은 알지만 도가 좀...'


'아마도 그 친구가 너무나 사랑한 여인이 죽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원망이 슬퍼서 그런 듯합니다.. 결코 이상한 친구는 아닙니다'


'아.. 네.. 불쾌하셨다면 미안합니다'


'참 출국에는 아무 문제없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길어야 3개월이고 사건도 거의 종료되어 가고 있습니다. 타살이 아닌 자실로 말입니다. 좀 모호한 구석이 많지만.. 그렇게 정리가 될듯합니다'


'물론, 전 좀 그 모호한 구석에 관심을 더 가져볼까 합니다'


'예 그렇게 되었군요'


그러니까 내 아내는 내가 잠든 사이 자살을 해버린 것이다.

그것도 스스로 칼을 선택하여..

그게 그럴 수 있는 건가.. 그게..



*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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