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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닥 김훈 Nov 25. 2021

<암스테르담#5~#6> 방년 이십일세의 여인

#5

북해로 가셨다면서요?


아니요. 북해는 안간것... 아니..

아.. 북해를 갔군요.  북쪽바다.

네 갔습니다. 멍하니 바다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 어느덧 취미같은 일상 혹은 일상같은 습관이 되어서요.


구태여 그런곳에 가신게...혹.. 누구랑?


누구.. 글쎄.. 정확히는 저 혼자간것이지만 누구와 같을수도 있습니다. 저는 거의 환각속에 살아 있었기에 그게 나인지 누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혹..객관적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만한 정신이었다면, 전 아마 혼자 간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객관이라는 말에는 자신이 없습니다. 물론, 제가 북해쪽에 아는 사람이 있지는 않습니다. 전에도 그랬듯 그냥 혼자 가서 멍하니 바다만 바라보았습니다.


전에도 그랬다는 ?


네 전에도.. 아니 그전에도 그전에도 계속 살아오면서 중간중간 그랬던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면 생각이 없어집니다. 머리가 경직되어 오로지 바다 소리만이 가득 차고, 어떤 때는 나도 모르는 발걸음이 바다를 향할때도 있었습니다. 


아 예..물론, 죽을뻔도 했습니다. 바다라는 것이 항상 편온한 그런 대상은 아니지요..


혹 여전히 괴로우신건가요?


전혀..아니..잘 모르겠습니다. 기억이 없는듯 있는듯 하면서 일이 집중하면 아무것도 생각이 안남니다. 마치 기억상실증을 가진 사람처럼 아무것도 주변이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다만, 혼자라는 이름으로 구역되어 공간에 남아지면 그때는 온 벽이 회상으로 찰 때가 있습니다. 이쪽 저쪽 위,, 아래.. 모든게 .. 그때는 정말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혹? 그냥 울어보셨습니다? 전 그 공간에 남겨질때 벽에서 들리는 소리로 울어버렸습니다. 피하고도 싶은데.. 왜 안되는 걸까요?


혹? 아시는지.. 본인은 나름 자살을 두번이나 하셨더군요. 물론 미수였지만 말입니다. 가끔 사람들은 기억을 안하는 것들이 있다고 하던데


자살..

자살...기억..

제가 제 머리를 어디에 두고 왔을까요. 10년전 그곳. 혹은 얼마전 저곳 아니면..


북해.

북해라..거기에 두고 왔다는 것인가요?


아니 전 잘 모름니다. 그냥 이번에 많은 시간을 북해에서 보내셨더군요 어렵게 출국하셔서 단지 거기 주변만을 있다 오신게 .. 


모 그런생각이죠 어떤 감성이 남아 있기에 그런 곳에 혼자서..보내지 않..


네!

전 자살을 두번 했습니다. 한번은 사랑했던 사람이 죽었을때였습니다. 그냥 모든 첫사람이 그렇듯 저에게도 애절했고 아쉬웠으며.. 결국은 이루지 못할 그런 사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힘들게 죽자. 그 상실감이 저를 잡아두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바다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죽지는 않았지요.


죽어지지 않더군요.


가끔 그것이 너무나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럴때면 제자신이 너무나 부끄럽습니다.사랑이라는 것이.. 이렇게 이런가..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런 기억마저도 머리를 저곳에 둔 탓에 잊었습니다.

혹 아니..그런 경험을 하시면 안돼는 건데.. 사랑하는 사람의 시신을 두손으로 받으며 타들어버린 그 형상을 기억해버린 사람의 심정이 어떨지..


아.. 화재라도..


추억과 바뀌어버린 악몽입니다.

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신과치료를 받으..


네.. 기억의 일부를 정지시켰습니다. 결국은 다시 다 기억하게되었지요. 

하지만 그 과정은 너무 나빴습니다.


나쁘다는..것은 무슨?


왜곡이 되었지요. 우연이 떠오른 기억으로 전 왜곡된 첫사랑의 기억을 하게되었어요.. 

그리고 그 왜곡이 정상으로 오는 데 5년이 걸렸어요.

많은 게 잘못된 것이죠..


북해는 어떤가요.. 저는 가본적이 없어서..


아..예..북해..그냥..차가운 바다인것 같아요.

사람들은 해변에 나와 이리저리 움직이지만 제 느김은 어둡고 찬 그런 바다였어요. 

왜그런지..너무나 찬 바다.


두번째 자살 동기는 미쳐가는 자신을 돌보고 싶어서 였습니다.


네에? 미쳐가다니요..


예..저는 차츰 미쳐가는 듯했어요. 마치 카니발니즘에 메어있던 프랑스 속에 동양인처럼말이죠.


무슨 뜻인지?


오늘은 이만하죠.

머리가 아파요. 머리를 어딘가에 두고 와서 눈도 안보이고 말하기도 힘들고

음..일단 머리를 찾아야겠군요.

네..


#6

어디를 가는지요?


기실 가는것이 가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는데 항상 그녀는 물어본다.

내가 어디를 가면 그대는 어찌할려고 만날 그것을 물어보는 거요?

내가 저기 황천에 간다하면 버섯발로 나를 따라 오실라오?


어구머니나 그럼 황천을 가신단 말이요? 


푸우~무지하다


이 나이에서 상처할 일이 없지 않은가 말이다. 방년 꽃다운 나이 이십일세에 벌써 상처를 기대하는 건지..


이 사람 그럼 아닐듯하네 자네가 상처하기에는 봄날이 아직 좋으니 그냥 나는 나갔다 옴세?


서방인지 남방인지는 그냥 가는 거요? 


몬소리인가?자넨 청이가 아니지 않은가?


아니요 그건 청이가 그건 춘향이요 댁도 늙었나보오 하지만 기억좀 해주시던지..저는 꽃다운 방년 이십하고도 일세라는 것을 아직 춘월에 지기에는 저 역시 볕이 좋다는 것을요..당신이 출타한다하니 나도 출타할까하니 서운타마오..


오~ 출타라..방년 이십일세에 출타라..


그대 여보는 어디로 가오..출타말이지..


잠시 떠나려던 발을 멈칫하며 젊은 안사람의 출타가 문득 기대되었다.늙은 남편은 젊은 아니 방년의 아가씨 아니 다시 아니다...그러니까 젊은 부인의 출타가 호기어려졌던 것이다.


질투하오?


풋~질투라 여보 젊은 아내 내 나이 불혹이오 물론 불혹이 상기됨이 없는 시절은 아니지만 보기보다는 상념이 그만그만한 나이인 것이요..물론 질투정도를 못할리 없지만 그것은 말이지 상념하다 정도로 말을 매무새하고 가던 길을 재촉할 수도 있는 나인인지라..그래도 남정네는 남정네인것은 사실이지 그 머라더라 사내는 수저들 일천식만 있어도 계집을 그린다했으니 나도 멀지 않은 것은 아니나 그래도 내가 불혹이라는 것을 젊은 아내는 생각해주오...


불혹..하지만 난 방년 꽃다운 상춘의 나이임을 거기가 늘상 말해주잖소.. 


그래서 나도 출타를 좀 하고 싶소 오늘 나랑 출타해주면 내 혼자 출타하지 않을 수도 있으련만..어떻소

오호..라..방년 그녀 낭만의 로맨스가 스멀거린가 보다. 로맨스라..


내 갈길 같이 가려하오..젊은 아내..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요.방년에 거기를 따라 여기서 이리 소꿉을 하고 있는 거기가 내 심장에 유하고 있으니 말이지요..


음..방년 이십일세와 불혹의 로맨스라..웃을일이로다.


가는 행장을 잠시 멈추고 거실로 다시 귀거하여 텔레비젼을 문득 켰다.현재는 빛보다 빠른 세상인지라 번거로운 텔레비젼의 조언을 듣기가 어지로웠다.


왜 가던 행선지을 이리로 했소


음..그러니까.문득 자네의 말에 생각이 아득해졌다네..그렇지 자네는 방년 이십일세의 나이에 불혹의 한 남정네를 따라 있으니 그 처지가 참 슬프기도 할터인데 항상 있는 구려


그럼 나에게 상이라도 내려야 되는 것이 아닐런지?


상이라..그 말이 맞는듯 하여이

상이라도 줌세 어떤 상을 주어야 할지는 내가 생각좀 해도 될런가

내 가진것이 비근하여 문득 떠오르는 것이 없네..그래도 난 자네에게 상을 주고싶네


그러시죠..


음..시간이 흘렀다..한시경이가고 두시경이가고 세시경이가고


고목이요?


통 말이 없소 벌써 세시경이 흘렀으니 몬 말을 해줌이 어린 아낙의 맘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오만..


아직 상을 생각 못하였네..

혹?


혹이라뇨..


자네에게 상을 상으로 주면 어떨까 


상을 상으로 주다니요..


그러니까 상을 상으로 주면 자넨 다시 방년 이십하고도 일세로 돌아갈수 있는 거지 그리고 거기의 남정네도 불혹에서 다시 방년 이십대의 혈기왕성한 사내로 말일세..


그 상 그 상을 말하는 곳이요..


그럴세.


...

...


방년 이십일세에 상이 상이면

난 상춘하지 못하니

당신 밉소

...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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