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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닥 김훈 Feb 23. 2022

<문득> 단편

문득이라는 말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결국 난 문득이라는 말을 쓰고 만다. 

문득.


보잘것없는 내 생은 항상 계획된 길을 가는 것이 없었다. 

그냥 문득..


별 의미 없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인생이랄까.. 그냥 떠오르는 대로 문득문득 살아온 것 같다. 학교를 갈 때도 그랬고 군대를 갈 때도 그랬고... 직장도 그랬다. 

물론 어떤 노력이 없는 삶은 아니었다만.. 그 노력도 문득이라는 단어에서 시작된 것 같다. 항상 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는 생각에 흘러가게 두었다. 그러다... 문득..


할 말이 있으신지?

 .. 아니요 할 말은 없습니다. 뭘 계획하고 여기에 있는 게 아니어서요..

그럼 의도가 없다는 것입니까?

.. 어... 죄송합니다. 그게 정확한 의도는 사실 없었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냥.. 감정이..

설마 이런 일을 단순한 감정에 했다는 것입니까?

.. 음..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는 거 불쾌합니다. 어떤 일에는 어찌하건 의미가 있고 의도라는 것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무의식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 무의식.. 어쩌면 그것이 좋겠네요.. 무의식.. 전 어차피 문득이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데, 무의식이라는 말씀을 해주시니 뭔가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의미가...

그래요. 이 정도 일에는 의미가 있어야 합니다. 아무 의미 없이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큰 죄가 될 수 있습니다.

.. 큰 죄?

네... 큰 죄!


누군가가 나에게 그런 말을 했지만.. 난 알 수가 없다. 내가 뭘 계획했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불행도 행복도 그런 것에서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그런 의도라는 것이 진짜 존재한다면 지금의 나는 무엇으로 의미 되어있는 건가?


나에게는 의미라는 것이 있는가?

의미가 있는가?

의미...


나는 어떤 죄를 짓고 있는 건가?

의도하지 않은.. 아니 어쩌면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의도하지 않은.. 아니다.. 결국 의도한.. 설사 그게 무의식이라 해도 어떤 의도한 그런 죄를 나는 지었다. 


의도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의도한 죄..

난 어떻게 무엇을 의도했을까..

미궁이다.

어디서부터 할까.. 결국 이럴 때는 다시 시작하는 게 선수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은 것 같은데 굳이 의미를 발취하라 하니 그 시작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난 시작점을 모른다. 


어쩌지?

일단 난 총을 한발 쏘기로 했다.

"팡"


총알 한알이 날아가기 시작한다. 방아쇠의 놀림을 지릿대 삼아 쇠뭉치가 탄알을 세게 찼다. 그리고 그 충동으로 탄알은 탄피를 벗어버리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밝은 흰점을 향해 뛰어나간다. 자유가 되는 것이다. 작은 한점인 탄알은 허물을 벗고 한 점이 되어 자유롭게 앞으로 나간다.


물론 탄알 자체에는 의도가 없다. 사실 그 자체는 타의에 의한 선별이기에 어떤 의도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방아쇠를 당긴 손가락은 의도가 있을지도 모른다. 무의미한 행동이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탄알의 최종 목적에는 어쩌면 누군가의 죽음이 걸려있을 수 있다.


죽음이..

죽음.

죽음은 의도인가?

화자로써 말한다면 죽음은 탄알의 의도가 될 수 없다. 그것은 의도가 아닌 의도에 따른 결과인 것이다. 

결과..

죽음은 결과가 될 수 있다. 

그 죽음은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 도 있고, 빈하늘에 날벼락같은 생면 부식의 타인이 될 수 도 있다. 물론, 살의를 느끼게 한 그 누구일 수도 있겠다. 그런 것이 의도다.

의도..


하지만,,,, 그 총은 아니 그 죽음은 나의 의도가 아니다. 난 그냥 문득 일단 쏜 것이다. 

아무련 생각이 없는 그런 공허의 시간에 나는 부지불식 중에 손가락을 건드려 탄알을 발사한 것이다. 


그것은 의도인가?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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